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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뚜니 Oct 27. 2024

"육아는 대체 언제 편해져요?"

엄마가 되어보니 알게 된 것들(4)

임신과 출산, 육아... 당연한 건 하나도 없다


여자로 태어나 겪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모든 건 선택의 문제지만, 그래도 수많은 여성들이 이 과정을 겪어왔고 또 지금도 겪고 있기에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렇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천만의 말씀이다. 당연한 건 하나도 없고 너무나도 고된 과정이다.

 

나는 왜 그걸 해보고서야 알게 됐을까, 아니 왜 그 모든 것에 무지했을까. 알 기회가 없었던 것일까,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일까. 뭐가 됐든 아쉽다.

 

사람은 온전히 사람의 손길로 키워내야 하는 존재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다른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서고 걷고 하는데 사람은 제대로 걷기까지 1년 넘게 걸린다. 태어나서 목을 가누기까지는 100일이 걸리고, 뒤집기와 되집기는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앉는 건 6개월이 되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흔들흔들 불안해 뒤에서 손으로 받쳐주지 않으면 옆으로 혹은 뒤로 넘어지기 일쑤다. 


잠도 재워줘야 한다. 졸리면 스르르 잠드는 게 아니라 짜증을 내다가 "응애" 하고 운다. 울음이 터지기 전 얼른 뉘어 토닥여주고 자장가를 불러줘야 잠에 든다. 잠에서 깨어나면 혼자 놀다가 지루해지면 또 훌쩍인다. 울음이 터지기 전 재빨리 구미에 당기는 놀이를 찾아 즐겁게 해줘야 한다. 


신생아를 키울 땐 품에 안는 것조차 너무 조심스러워 목을 빨리 가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목을 가눈 후에는 언제쯤 스스로 앉을까 했고, 그러면 혼자 앉아서 장난감으로 잘 놀겠지 싶었다. 그 바람을 넘어 이제는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기어 다니는 아기가 됐다. 무언가를 잡고 서기 위해 끙끙대기도 한다. 



"육아, 언제쯤 편해지냐고?...지금이 제일 편한 거야!"


아기가 좀 크면 다루기 쉬워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해였다.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바람에 침대 위에 혼자 둘 수 없고,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눈에 보이는 물건을 물고 빨고 하는 탓에 바닥에 혼자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잠에서 깼는데 사람을 찾지 않고 혼자 조용히 있다 싶으면 어딘가로 기어가서 무언가를 입에 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무언가는 대개 위험천만한 전선이거나 먼지로 뒤덮인 더러운 물건인 경우가 많아 기겁하고 아기 입에 있는 걸 빼내곤 한다. 눕히기만 하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뒤집고 되집기를 반복해 기저귀 채우기도 이제 버겁다. 사람이 사람을 키워내는 게 보통일이 아니라고 매일 느끼고 있다.

 

100일의 기적이 시작되면 저녁에 자고 아침에 일어날 줄만 알았는데 밤중 수유만 줄어들었을 뿐이지, 새벽에 깨서 뒤척이다 "응애" 하고 우는 건 여전하다. 8개월 아기를 키우는 중에도 수면이 부족하고 아침이 힘들다.


사람의 온전한 정성과 노력으로 키워내는 아기의 모습을 나열하다 보니 "애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어요~"라는 투정의 글이 되어버렸는데 이건 투정이 아니다. 그만큼 아기를 낳고 키우기 전까진 전혀 몰랐던, 평범한 나의 일상을 가감 없이 쓴 것이다. 


그러면 궁금해진다. "엄마아빠는 대체 언제쯤 편해져요?" 이 질문에 나보다 훨씬 오랫동안 육아를 해온 선배들은 말한다. "편해지는 건 없어. 갈수록 더 힘들어. 지금이 제일 편할 때라는 것만 알아둬." 뜨악해지는 말이다. 8개월 차 부모인 나도, 그 말에 점점 공감하게 된다. 앞으로의 육아는 또 얼마나 힘들지 체력 관리 단단히 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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