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내가 무거워졌을 때는 과감하게 숱을 치자
한국이나 일본이나 올해도 여름이 되니 무더운 날씨는 여전하다.
높은 태양열에 습도까지도 올라가면 나도 모르게 기운도 축축 처질 때가 있다.
에어컨 바람으로 그런 기분을 잠시나마 해소해 보지만 습한 여름은 더위를 잘 타는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사실 긴 머리의 느낌이 그리워져서 그동안 머리를 길러왔는데, 드디어 한계치에 도달했는지 얼마 전 미용실에 다녀왔다.
그동안 최대한 고데기로 단정하게 하거나, 묶거나 하면서 나름대로 지겨워지지 않게 스타일링을 해왔는데 어깨를 넘겨 길어진 머리카락 때문인지 거울 속 내 분위기가 조금 답답해 보였다.
숱을 많이 쳐서 가볍고, 어깨에서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자유롭게 뻗쳐나가는 새로운 나의 헤어스타일을 보니 저절로 마음까지 가벼워졌다.
그러고 보니 언제나 반듯하고, 진지한 모습보다 가볍게 찰랑찰랑거리는 머리카락처럼 마음 자세도 가볍길 바랐던 것 같다.
무겁고 진중한 사람을 보면 안정감을 주고 우러러보게 되지만, 연예인이나 개그맨처럼 유머 있고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진 사람에게서도 웃음과 힘을 얻는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진지하게 고민해서 해결되는 일도 있지만, 그저 조여진 나사를 살짝 풀고(?) 재밌게 즐기다 보면 해결될 때도 있다.
어쩌면 진중하고 단정한 모습이 무조건 모범적인 상(像)이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은 누구든지 어떤 부분에서는 배울만한 가치가 있고, 삶이란 건 원래 진중하고 무거운 게 아니라 가볍고 자연스러울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이 된다.
나도 마찬가지로 약간은 진지함의 나사를 풀고, 즐기며 나답게 현재에 충실히 살고 싶다.
푹푹 찌고 나른한 여름이라 더 청량하고 가벼운 사람이 되고 싶어 변신을 시도해 보았는데 외적, 내적으로 만족스러워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