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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마음 맑음 Feb 08. 2024

우리집 귀요미 요리사!

아이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도 아빠의 취미를 물려받은 것 같다. 아이가 3세 부터 아빠와 함께 놀이처럼 같이 요리를 자주 했다. 실제로 아이는 자신이 직접 만든 계란말이와 계란찜을 좋아하고, 피자, 머핀, 쿠키, 크레페, 케이크 등 여러 가지 요리를 많이 해봐서 요리에 재미를 붙였다. 놀이를 할 때에도 테이블에 푸짐하고 화려하게 장난감으로 상을 차려서 아빠 엄마에게 요리를 선물한다. 아빠 엄마가 밥을 해주는 것에 보답하고 싶은 것 마냥,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정성스럽게 상을 차려 아빠 엄마에게 선물해 준다.   

 

실제로 아이가 스스로 피자를 만들며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이날 피자는 정말 맛있었다^^


하루는 내가 저녁식사를 만들고 있어서 아이가  번 이상 부르는데 가보지 못했다. "엄마, 내 방에 엄마를 위해서 정말 맛있는 요리를 했어요. 지금 와서 꼭 먹어보세요"라는 말을 여러 번 들은 것 같은데 당장 가스레인지를 쓰고 있는 상황이라 "응, 알았어, 근데 지금은 엄마 바빠서 갈 수 없으니까 조금만 혼자 놀고 있어. 곧 갈게"라는 말만 반복했다.


엄마의 반응을 잔뜩 기대하며 흥분해서 말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엄마가 바쁠 때 갈 수 없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되어 하던 일을 계속했다.  즘 아이는 기대하던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오는 실망과 서운함의 마음도 경험해 보고, 그 마음을 다루는 연습도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그런 아이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보다 대견하고 기특한 마음을 더 내어본다.


나를 부르는 것을 포기했는지 한참 조용했는데, 아이가 갑자기 와서 이번에는 "엄마 가위 좀 주세요" 하는 것이다. 세 살 때 가위를 가지고 놀다 다친 적이 있어서 아이가 가위를 가지고 논다고 하면 주의 깊게 아이 행동을 살피는 경향이 있다. 아이가 가위를 주라고 하니 정신이 번뜩 들면서 "가위가 왜 필요해?"라고 물었다. 아이가 바닥을 가리키며 "이거 자르려고요"라고 말했다.   


그제야 나는 아이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던 바닥을 보게 되었고, 바닥에는 내가 잘 쓰는 투명 스카치테이프가 내 발 바로 밑에서 시작해서 부엌을 지나, 아이 방문을 지나, 아이 방 안까지 쫙 붙어있었다. 아이는 스카치테이프 한 통을 다 써서 더 이상 테이프가 나오지 않자 가위로 자르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왜 이렇게 한 거야? 테이프를 바닥에 이렇게 붙이면 안 되는 거야"라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테이프를 이렇게 바닥에 붙이면 엄마가 이 테이프를 따라서 내가 있는 방까지 올까 봐 그래서 붙인 거예요... 엄마한테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싶었어요..." 하면서 울먹이는 아이를 보며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당장 내려놓고 가스불을 끄고 아이 손을 잡고 테이프를 따라 방으로 갔다. 아이는 장난감으로 열심히 요리를 해서 테이블 위에 예쁘게 상을 차려놓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 번, 네 번을 불러도 엄마가 오지 않자 엄마가 올 수 있는 길을 테이프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렇게 하면 엄마가 이 길을 따라서 자기한테 올 것 같아서라고 말하며... 짠했지만 기특했고,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아이는 이렇게 정성스럽게 상을 차린 후 아빠 엄마를 꼭 초대한다.


아이는 직접 요리를 해봤기 때문에, 요리가 재미있긴 하지만 반면에 많은 정성과 수고가 들어가는 여러 단계와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요리를 해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잘 먹겠습니다, 음~ 맛있다, 라고 표현하며 엄지척을 해주고 요리해 준 사람의 수고와 정성을 알아준다. 다 먹고 난 후, 자신의 그릇과 숟가락 젓가락을 싱크대에 넣고 '잘 먹었습니다'라며 감사의 표현을 한다. 이에게 리는 재미있는 놀이이기도 하지만,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을 이해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 음식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다. 이렇게 아이는 요리라는 놀이를 통해 사랑과 배려를 배워가고, 소중한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는 방법도 배워가고 있다.


엄마 아빠가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축하해주기 위해서, 슬퍼보이고 힘이 없어 보일 때도 힘을 내라며 이렇게 상을 차려준다.


"고마워, 맛있게 먹을게"하면서 아이가 차려준 밥상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내가 요즘 아이 마음에 너무 소홀했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에게 요리와 상차림은 엄마 아빠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 표현인 것이다. 이 일 이후로 아이가 요리를 해서 초대를 하면 급한 일이 있어도 최대한 가서 만들어 준 요리를 먹고 고맙다는 표현을 한다. 그럴 때 아이가 정말 행복해하고 뿌듯해하는 게 얼굴에 보인다.


엄마 생일에 생일 선물로 실제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5세 아이의 모습이다.
태어나서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었고,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가장 맛있는 케잌이었다. ♡


최근 재미있는 밥상머리 에피소드 있다. 나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식습관이 바르게 잡힐 수 있도록 식사예절에 대해서 꾸준히 알려주었다. 식사는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어렸을 때부터 잘 형성된 식습관이 아이의 행복과 가족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식당에 가 식당 주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신기해할 정도로 아이는 좋은 식사예절을 갖고 있고 이런 아이를 주변 사람들은 사랑스러워한다. 보통 유아기 때 가만히 앉아서 식사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운데, 어지럽히거나 돌아다니거나 울거나 떼쓰지 않고 조용히 밥을 잘 먹는 것을 보면서 식당 아주머니들은 아이를 늘 예뻐하고 기특해하며 서비스로 아이가 좋아할 만한 반찬을 만들어 주시곤 했다.


식습관은 말 그대로 습관이, 밖에서도 평상시 집에서 해왔던 방식대로, 늘 하던 습관대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렸을 때부터 꾸준히 했던 교육이라 다행히도 아이는 엄마 말을 잘 따라 주었고, 좋은 식사예절과 좋은 식습관을 가지고 잘 커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부터 신세가 역전되었다. 내가 하던 말을 그대로 요즘 아이가 나에게 하고 있다. 나는 가끔 장난꾸러기가 되어 남편과 아이에게 애교를 많이 부리는데, 밥을 먹으면서 아이에게 애교를 좀 부렸더니 많이 심하다 생각했는지 나에게 단호하게 한마디를 했다.


"엄마, 음식으로 장난치면 안 돼요! 바른 자세로 앉아서 식사 예절을 지켜주세요!"


헉, 런 단호박이 있나! 누가 내 딸 아니랄까 봐...

마치 랩 배틀에서 디스를 당한 것 같은 충격을 받아서 그때 내가 아이에게 어떤 애교를 부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넵, 알겠습니다"라고 말을 한 후 자세를 바로 고치고 똑바로 앉아 식사 예절을 지켰다. 남편은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훗, 드디어 이제 내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들을 시기가 온 것이란 말인가? 다 내가 뿌린 과보인 것을, 앞으로도 내가 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엄마가 되리라 다짐하며, 오늘도 사랑스러운 다섯 살 아이의 성장을 기록해 본다. 아빠와 아이의 소중한 추억을 지켜주고 싶었다. 너무 소중해서, 잊고 싶지 않아서, 잃고 싶지 않아서 삶의 흔적을 차곡차곡 기록해 본다.


지금까지 아이가 만든 것 중 꼭 기억하고 싶은 몇가지만 올려본다.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소금빵을 집에서 직접 반죽을 해서 만들고, 피자도 직접 만들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아빠의 지도에 따라 안전하게 직접 칼로 채소를 작게 썰어서 야채스프도 만든다. 자신이 만든 요리에 애정을 갖고 뿌듯함과 보람을 느껴서, 더 맛있게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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