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아와 랄라 Sep 07. 2020

후회와 회한으로 가득 찬 인생일지라도

'아뇨, 난 후회하지 않아요'를 부를 수 있는 인생이길 바란다.

작가 『김미아』


후회하다 발전할 수 있는 씨앗. 씨앗을 틔울지 말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넌 지금 10억 받을래, 아니면 10년 전으로 돌아갈래?"

셰어하우스에서 같이 사는 언니가 물어봤다. 1초의 고민도 안 하고, "10년 전으로 돌아가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언니가 놀라며 네가 두 번째로 10년 전을 고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전부 10억을 골랐다고. 그래요, 나는 과거 지향적인 사람입니다.


한때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걸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1) 고등학교를 가지 않고 재빨리 검정고시를 치른다.

2) 중학교 때 '큭큭 흑염룡...'과 같은 것에 빠지지 않는다. 빠지더라도 흉내는 내고 다니지 않는다.

3) 좋은 인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4) 자살시도를 하지 않는다. 최소한 가족들 앞에서 하진 않는다.

5) 부모님에게 과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6) 그때, 사촌오빠 방에 가지 않는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타임라인까지 짠 다음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돼!'라고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너무 상상을 많이 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지독하리만큼 과거에 얽매여 있는 사람이다.


한 때는 이런 성격이 싫었다. 과거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데, '그때 그랬더라면....'을 생각한다면 도대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겼다. 수많은 연사들도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라'라고 하지 않나. 창자가 끊어지는 듯이 고통스러운 기억이 야밤에 찾아올 땐 무력하게 그에게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 나의 이러한 성격은 내 인생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나, 그렇게 믿어왔다.


그러나 딱 한 사람만이 '후회한 만큼 성장한다'라고 말해줬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지만 본질을 살펴보면 비슷한 일의 연속이다. 그러니까 과거의 실수를 뼈 아프게 생각할수록 앞으로 실수를 하지 않을 거란 그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과거를 아파하는 사람일수록 미래에 실수하지 않을 거야'. 내 과거를 찬찬히 훑어보고 난 후, 그가 한 말이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가장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 그리고 나를 통해 삶과 세상을 보는 존재, 미아다.


4개월간 매주 한 번씩 미아가 되어 내 삶을 돌아봤다. 미아는 때론 덤덤하게 아팠던 얘기를 풀기도 하고, 유쾌하게 삶을 틀어 볼 때도 있었다. 가볍게 농담 따먹기를 할 때는 꽤나 재밌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간혹 나와 미아를 분리해서 글을 쓸 때도 있었는데 알아챈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후회가 된다. '어제 면접을 그렇게 보지 말 걸....', '그 말은 하지 말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 오늘을 살아간다. 미아가 괜찮다고 얘기해 주니까. 내 과거는 그렇게 나쁘지 않으니까.



이전 24화 죽어서 꼭 어디를 가야하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