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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와 랄라 Oct 31. 2020

너를 만나다

만남은 언제나 내 삶의 방향, 속도, 온도, 색깔을 변화시키죠

작가 『김랄라』


만나다

두 세계가 충돌하는 것.


지구와 수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소행성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컴컴한 우주 저편에서 질주를 준비하는 작은 존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구를 향해 소행성이 빠르게 다가온다. 머지않아 지구와 소행성은 충돌하고 마는데…


만남을 이미지로 나타내면 이런 장면일까. 행성과 행성이 충돌하는 거대한 사건. 다른 시간 속에서 살고 있던 두 존재가 마주하는 찰나의 순간. 결국 소행성과 지구는 충돌하여 산산조각 나지만 그 파편은 서로 뒤엉켜 광활한 우주를 떠돌다가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한다.   


나는 만남을 가볍게 느끼던 사람이었다. 여러 사람과 얕은 관계를 맺는 게 쉬웠고, 누군가와 특별히 친해지고 싶거나 어떤 그룹에 속하고 싶지도 않았다. 관계에 집착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피곤하게 느껴졌다. 남을 사람은 남겠지. 그런 생각으로 사람들을 만났다. 어떤 사람은 내게 쿨해서 좋겠다! 라며 부러움 반, 의심 반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대답한다. ‘쿨한 게 아니라 정성이 덜 담겼을 뿐‘이라고.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 <방문객 中>


그런 나에게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은 반성의 마음을 들게 한다. 그는 만남을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표현한다.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게 만남은 그저 그런 일이었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반복적인 일을 아주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이라 만남 또한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면 분명 설레는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딱 그때뿐이었다. 그 뒤에는 친해지면 친해지고 아니면 말고 정도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났다. 새로운 만남에는 적극적이었을지 몰라도 그 뒤로 인연을 만드는 일에는 꽤 수동적이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은 조금씩 나이를 먹을수록, 오래된 인연들을 차곡차곡 쌓을수록 변해갔다.


지금도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계속해서 깊어진다. 대학생 때 만난 미아와 지금 함께 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고, 10살 때 함께 우유 급식을 마시던 K와 지금은 가끔 만나 맥주를 마신다. 오래된 인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작년에 다니던 회사에서 만난 차장님, 며칠 전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만난 동갑내기 희까지. 그들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삶은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개중에는 지독하게 얽혀 지금까지 이어져온 악연들도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그들과 만났기 때문에 내 삶은 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었다.


그래서 만남은 ‘각자 걸어왔던 삶을 이제부터 공유해보자’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삶의 방향을 변화시키거나 크기를 확장하거나 또는 축소한다. 처음에 말했던 만남의 이미지가 열린 결말로 끝나는 이유는 실제로 누군가를 만난 후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끝으로 만날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만난다고 생각한다.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과거의 인연들과 현재의 인연들, 앞으로 만나게 될 인연들까지 모두 소중하게 느껴져서 좋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어차피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니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자. 그게 꼭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더라도, 치열하게 사랑하고 열심히 미워하다 보면 적어도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을 일은 없을테니.

노사연 ‘바램’의 가사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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