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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커피 Jan 13. 2023

7. 첫 인턴 경험이 바꾼 것들 (完)

'전공 무관' 취준생이 탈락을 합격으로 바꾸기까지

학부 졸업한 지는 만 2년 반이 넘었고, 회사 경험은 없는 완전 초짜 생신입으로 취업문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대기업 실무진 면접에서 떨어지기를 여러 번, 스타트업에서도 낙방. 정말 막막할 때 다행히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다시 또 취준생이다. 그래도 이제는 막막하지만은 않은, 맨땅에 헤딩을 벗어난 취준일기의 첫 장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햇병아리 같은 신입이지만, 나도 이제 중고(?) 신입이니까!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내가 경험했던 취준의 작은 팁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더 궁금한 점은 언제든 댓글 또는 이메일로 연락 주시길!


1.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력서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1편)

2. 도대체 나에게 맞는 직무가 뭘까? (2편)

3. 모두가 경력 있는 신입을 원한다 (3편)

4. 내가 인턴 면접에 떨어진 이유 (4편) 

5. 정말 무경력도 신입으로 뽑나요? (5편)

6. 기획의 출발은 서비스를 잘 공부하는 것 (6편)




취준생의 탈락 원인 3단계 | 나의 스텝업 방법

2022 넥토리얼 서류 합격 / 면접 탈락


이전 편에서 언급한 대기업 채용연계형 인턴십은, 아쉽게도 탈락했다. 면접 탈락 이유는 면접관이나 인사담당자가 아니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여러 번 탈락하다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쌓인다. 대충 내가 무엇 때문에 탈락했는지 알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탈락 원인에도 단계가 있었다.


1단계: 지원하려는 회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지원하는 팀과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음

2단계: 팀과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만, 관련 이력이 다른 지원자에 비해 부족함

3단계: 팀과 직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관련 업무 경험으로 업무능력을 평가할 만한 충분한 정보가 있음


2단계에 들어선 취준생이 3단계로 한 단계 더 스텝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려운 것 같다. 나의 경우도, 넥슨 탈락은 결국 질문에 아무리 답을 잘했더라도 실무 경험이 전무하여 포트폴리오나 면접 질문만으로는 업무능력에 대한 판단이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분석했다. 채용 시장에서 결국 중고 신입들이 뽑히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당 직무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이미 머릿속으로 생생히 그릴 수 있고,  업무 중 발생 가능한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갖춘 지원자는 신입이라도 면접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걸 쌩 신입이 하기란 꽤나 어려운 일이고, 쌩 신입이 조리 있게 잘 대답한다고 해서 면접관들의 물음표를 완전히 지우기도 어렵다.


신입을 뽑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첫 번째 스텝: 우선 1단계 탈출하기


취업 또는 인턴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1단계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나만 해도 그랬다. 채용 공고에 적혀 있는 Job Description(직무 소개)만 보고 지원하면 회사와 직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취준생들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느낄 수도 있다. (전공이 특정되지 않고 문과가 지원할 만한 직군에서는 더 심한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 채용 공고는 실무자가 아닌 인사담당자가 올리는 경우가 많고, 직무를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JD에서 간혹 보이는 업무능력에 대한 추상적인 서술(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산업에 대한 이해)만 보고 대해 착각하기 쉽다. '나 정도면 어디서 문제 안 일으키고 유들유들 잘 지내지~'라고 질문에 안일하게 대비했다가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질문에서 어버버 하고 떨어지기 딱 좋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내가 지원했던 서비스 기획자/프로덕트 매니저(PM/PO) 공고에서는 '유관부서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필수항목처럼 들어가 있었는데, 이건 단순히 내 의견을 잘 전달하는 말하기 능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스스로 기준을 잘 정해서 업무에 차질이 없게 기획한 내용을 잘 전달하고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서로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이나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 일정을 관리하고 조율했던 경험을 잘 풀어내서 준비하거나, 관련 경험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평소 자신의 업무 성향을 반영하여 자신만의 모범 답안을 만들어두는 게 좋다.



▶ 일정 조율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안 예시 (정답이 아닌, 예시이다)


- 기한을 실제보다 조금 당겨서 업무요청을 한다 (버퍼 Buffer 만들기)

- 딜레이가 갑자기 발생하기보다는 미리 신호가 있을 것이므로, 미리 주의하여 리마인드를 자주 한다. 닥쳐서 알게 된다면 그것도 프로젝트 관리자의 책임이므로 다음번에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 개발팀과 사업팀의 요청 기한이 맞지 않을 때, 프로젝트의 우선순위가 기한을 맞추는 것인지 퀄리티를 맞추는 것인지 파악하고, 기한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면 개발팀에 최소 기능을 어디까지 줄여서 개발할 수 있을지 요청하고, 퀄리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면 기한을 좀 더 늘릴 수 있는지 검토한다.



1단계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지인 또는 커피챗 등의 서비스를 이용한 현직자 인터뷰나, 유튜브나 책 등을 통한 간접 경험도 좋다. 지원하려는 산업과 직무에 대해서 꾸준히 학습하고 업무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게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회사에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이미 머릿속으로 생생히 그릴 수 있고,  업무 중 발생 가능한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원자임을 검증할 수 있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것이 면접 준비의 기본이다.


일단 여기까지 왔으면 반은 성공했다


두 번째 스텝: 어떻게든 관련 이력을 쌓아두기


애초에 전공과 일치한 직무에 지원하거나, 꾸준히 관련 산업/직무 경험을 쌓아온 취준생이라면 이 글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과학기술원 졸업생이라는 독특한 이력에, 전공과 완전히 다른 분야로 취업을 하려니 '왜 이 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항상 받았다.


내가 어떤 경험을 통해서 이 분야에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되었는지, 그것이 나의 업무 성향, 가치관과 장기적인 커리어 계획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차분하게 잘 풀어내면 된다. 그리고 면접을 처음 하면 긴장하고, 대비도 잘 안 되어 있는 것이 당연하다. 면접 탈락을 몇 번 경험하다 보면 스스로 느끼기에도 근거와 논리가 부족한 부분을 찾게 되고, 그 부분을 보완하다 보면 점차 나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잘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해도 면접관 입장에서는 지원자가 말만 잘하는 사람인지, 실제 업무에 투입되어서도 뚜렷한 목표의식과 의지를 가지고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최종 합불은 자신의 이력을 실무진에게 어필할 수 있느냐로 판가름 난다. 이력, 특히 실무 경험은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객관적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력을 통해 지원하는 직무와의 관련성을 어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통 채용공고를 통해 모집하는 인원은 직무당 많아봐야 한두 명이다. 대기업, 또는 이름이 알려진 기업이라면 지원자가 차고 넘친다. 이 중 자기소개와 지원동기, 까다로운 면접 질문에 잘 대처한 지원자가 단 한 명뿐일까? 서류 합격을 했다는 것만으로 이미 인사팀에서 한 번 걸러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실무진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스토리와 비전 그 이상의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더더욱 실무 경험이 필요한 것이고, 지원한 직무와 완전히 일치하는 경험이 아니더라도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직장 경험이 아예 전무하다면 관심 있는 일을 좀 더 접근성이 좋은 작은 회사에서라도 반드시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경력자급 중고 신입이 아니라도 괜찮다. 회사 경험이 있고 없고 자체가 꽤 큰 차이다.


중고 신입을 가장한 경력자들과 겨루는 건 어려운 게 당연하다.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323325


실제로 나는 퇴사 후 지금까지 서류 합격한 회사 여러 곳에서 실무진 면접을 모두 합격했다. 두 회사는 전혀 다른 비전을 갖고 있고 포지션도 전혀 달랐는데도 그랬다. 그전까지는 인턴 근무한 회사 외에 실무진 면접에서 합격한 적이 없었다. 근무했던 곳도 사실 팀장님 하고만 면접을 봤기 때문에 막상 동료들이 날 봤다면 뽑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전에도 대표 면접은 통과하는데 실무진 면접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조금 치사하게 느껴져도, 일해본 사람과 일해보지 않은 사람의 말은 신뢰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같은 내용이라도 왠지 직장 경험에서 우러나는 말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같은 강의력이라면 왠지 서울대 나온 선생님한테 배우고 싶은 심리와 같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나 스스로도 짧은 기간이지만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끼게 된 점들이 정말 많다. 갈등관리 방법이라던지, 자신의 업무 성향과 스트레스 받는 상황 등을 알아보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필자만큼의 커리어 대격변을 겪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면 우선 어떻게든 직장 경험을 통해 관련 이력을 조금이라도 쌓아두는 것을 추천한다.


(눈앞이 막막한 졸업생이 아닌 재학 중인 대학생이라면 더욱 걱정할 것 없다. 졸업 안 한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대외활동은 널렸다. 도전하다 보면 하나는 되기 마련이다.)



취준생에게 필요한 마음가짐: 최선을 다하되, 일희일비하지 않기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2단계 또는 3단계까지 갖춰진 후에는 면접 탈락이 결코 지원자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단계의 지원자도 면접관 마음에 들면 뽑힐 수 있는 것이고, 3단계의 지원자도 회사 또는 속하게 될 조직과 산업/직무/성격의 핏(fit)이 맞지 않으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니 일희일비하지 말자. 어차피 내가 다닐 회사는 하나다.

여러 곳 동시에 합격해 봤자 어차피 과거의 영광이 되고, 여전히 다닐만한 회사는 차고 넘친다.


간절한 1순위 회사에 지금 합격하지 못했더라도, 다시 지원하면 된다.

그동안 내가 자격을 갖춘다면, 기회는 다시 오기 마련이다.


(이건 내 사견이지만 못 가면 괴로울 정도로 대단한 회사라는 게 있기는 한지도 의문이다.)


어느 정도 이상의 실무 경험이 갖춰진 이들은 엘리트 중고 신입으로 대기업에 합격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들도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직장 경험을 갖추기 위해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했기에 나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것뿐이지 취업 전선에 뛰어든 이후의 취준 기간은 사실상 얼마 차이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이전보다 나은 내가 되는 데에만 집중해도 피곤한 삶이지 않은가?




<맨땅에 헤딩하는 취준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나의 취준은 아직 진행 중이긴 하다.

곧 신입 일기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이고자 한다.


브런치를 통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글을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잊지 않고 내 생각을 풀어놓기 위해 이 공간을 빌려보자 다짐하면서,


시리즈 마침.


<맨땅에 헤딩하는 취준일기>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브런치를 구독해 주시면, 또 다른 글로 가끔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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