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과 책임, 현대 청소년의 딜레마
필자의 아동기 시절, 고등학생은 진정한 '어른'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어른스러웠고, 그때 우리 꼬맹이들은 그들을 '형'보다는 '아저씨'로 바라봤었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지금의 청년들은 예전만큼 어른스럽지 않을까? 물론, 우리 세대 또한 그 이전 세대에 비하면 비슷한 평가를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사춘기라는 진화적 수수께끼
최근 한 교양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학이 발달한 현재에도 '사춘기'는 진화학적으로 여전히 해석되지 않는 미스터리한 현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였죠. 조혼이 문화로 자리잡은 국가나 지역에서는 사춘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발견이었습니다.
이 발견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사춘기와 조혼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요? 단순히 성적 욕구의 해소 때문일까요?
책임이 만드는 조숙함
이 영상의 출연자들은 '성적 욕구 해소'에 촛점을 맞추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문득 아동 노동이 일반화된 개발도상국의 청소년들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공장에서 가족을 부양하며 성인 수준의 노동을 하는 그들에게서 사춘기의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영상 몇개로 그 사회를 분석한다는 건 굉장히 오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 경험한 우리 사회를 돌이켜만 봐도, 그때보다 훨씬 부유하고 자유로워진 지금 청소년들의 사춘기가 더 유별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여하튼, 가난하거나 통제가 엄격한 나라일수록 청소년들의 사춘기 증상이 적어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성적 해소보다는 '책임'이 핵심 요인임을 시사하죠. 배우자에 대한 책임, 자녀에 대한 책임, 생계에 대한 책임, 국가에 대한 책임(강압적인 규율과 충성)이 조기에 부과될 때 사춘기는 사치가 됩니다.
조혼 문화가 자리 잡은 곳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찍 어른이 되어야 하는 문화가 형성될겁니다.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동네 어른들로부터 지혜와 경험을 전수받으며 자연스럽게 성숙해지겠죠. 결국 사춘기 증상이 미미한 곳은 '일찍 철들어야 하는 문화'가 뿌리내린 곳이라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본 사춘기의 의미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가설 중 하나는 사춘기가 '독립'을 위한 진화적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사춘기를 통해 부모는 그토록 아끼던 자녀가 갑자기 미워지고, 자녀는 부모에게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이렇게 상호 간 '독립'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논리죠.
조혼이 바로 그 독립의 형태라면, 조혼 문화권에서 사춘기가 적다는 것은 매우 논리적입니다. 사춘기라는 우회로 없이 바로 독립으로 향하는 직선 코스인 셈이니까요.
현대 사회의 딜레마, 정보는 많고 지혜는 없다.
여기서 핵심을 놓치면 안 됩니다. 진정한 독립의 전제 조건은 '지혜와 지식'이죠. 이것이 갖춰지지 않은 독립은 독립이 아닌 ‘고립’이 됩니다. 사회에서의 고립은 곧 가혹한 도태로 이어집니다.
과거에는 대가족 제도 하에서 부모, 조부모, 형제자매 간의 일상적 교류를 통해 독립을 위한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습니다. 부모는 바쁘고, 형제는 기껏해야 둘뿐인 핵가족에서 어떤 지혜가 전승될 수 있을까요?
현재는 지혜가 아닌 정보만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누구도 이 정보를 지혜로 변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춘기는 더욱 격렬해지고, 아이들은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청소년에 머물면서 몸만 성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독립 불가능한 세대의 탄생
결국, 이런 현상은 '니트족'과 '캥거루족'이라는 신조어로 구현됐습니다.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여전히 사춘기에 머물러 독립이 불가능한 세대가 탄생한 것이죠.
해당 영상을 통해 사춘기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저는 중요한 통찰을 얻었습니다. 진정한 성장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과 주변을 책임지고 공동체의 존립에도 기여하는 능력과 지혜를 갖추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죠. 따라서 현대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은 무한한 정보가 아니라, 그 정보를 지혜로 승화시킬 수 있는 환경과 교육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는 '지식과 정보를 지혜로 바꾸는 교육'이 무너졌습니다.
결국 사춘기라는 현상 뒤에는 인간 성장의 본질적 딜레마가 숨어 있다고 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