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파 치료는 두 개의 중주파 전류를 교차시켜 새로운 저주파를 만들어낸다
초음파 치료가 끝나고 나서 간섭파 치료를 받았다. 두 개의 바큠 컵(흡입 컵)을 손목에 붙이고 치료사가 나가려 할 때 질문을 하였다. 두 개만 붙이나요. 나의 질문에 '그럼 어디에다 더 붙여 드려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손목 앞. 뒤로 바큠 컵을 하나씩 붙이고 나니 더 붙일 곳도 없다. 치료실을 나가며 한 마디를 더 한다. '많이 붙인다고 좋은 거 아니에요.'
간섭파 치료는 전기치료의 한 종류이다. 물리치료실에서 하는 전기치료는 주파수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낮은 주파수부터 저주파 치료와 중주파 치료, 고주파 치료이다. 전기는 주파수가 높을수록 저항이 낮아져서 깊게 침투 할 수 있다. 반면에 주파수가 낮으면 저항이 높아져 침투 깊이는 낮지만 인체 저항으로 인한 자극을 이용한 치료를 하기에 적합하다. 일반적으로 '저주파 치료기' 또는 '저주파 마사지기'라는 말을 사용하는 데 사실 전기적 특성을 나타내는 정확한 표현은 모두 '저주파 자극기'이다. 저주파 전류의 인체 자극을 이용한 기기들이다. 저주파 자극을 치료에 이용한다면 '저주파 치료기'가 되고 마사지에 이용한다면 '저주파 마사지기'가 된다.
저주파 치료는 보통 통증 완화(진통) 목적으로 하거나 말초 신경 마비 환자의 신경 자극을 통한 근육 운동(수축)을 유도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이 글의 13편 '아픈 게 뭐야'에서도 잠깐 언급하였듯이 저주파 치료를 하게 되면 전기 자극이 통증을 전달하는 구심성 a-델타 신경섬유를 차단하여 자극이 대뇌에 전달되지 못하게 하여 통증을 완화해 준다. 이때 사용하는 저주파 치료의 주파수는 보통 100 Hz 주변의 주파수를 이용한다. 신경 자극을 통한 근육 운동 유도를 목적으로 할 때는 보통 1 Hz 주변의 주파수를 이용한다. 주파수가 높아지면 인체 조직을 자극 없이 통과하므로 통증 완화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저주파 치료는 위의 내용과 같이 자극을 주어 통증을 완화하고 근육 운동을 유도할 수는 있는 반면에 침투 깊이는 낮다는 단점이 있다. 저주파로는 심부 근육과 같은 조직을 자극(치료)할 수 없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 간섭파 치료이다. 간섭파 치료는 두 개의 중주파 전류를 인체에 흘려보내서 몸속에서 교차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저주파를 만들어 내어 이렇게 만들어진 저주파를 이용하여 치료하는 방식이다.
중주파를 이용하면 인체의 좀 더 깊은 곳까지 전류를 침투시킬 수는 있지만 자극 효과가 적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가진 두 개의 중주파 전류를 인체에 교차하여 침투시켜서 인체 내에서 새로운 주파수를 생성하게 한다.
이렇게 생겨나는 새로운 주파수를 '파동 주파수' 또는 '맥놀이 주파수'라고 한다. 간섭파 치료에서 사용되는 중주파 전류는 보통 4000 Hz 주변의 주파수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4000 Hz 주파수의 전류와 4100 Hz 주파수의 전류를 교차시켜 흘려보내면 새로운 파동 주파수 100 Hz의 맥놀이 주파수가 생성되는 것이다. 이렇듯 두 개의 서로 다른 주파수의 중주파 전류를 교차시켜 흘려보냄으로 두 주파수의 차인 새로운 저주파를 생성하여 이렇게 생성된 저주파를 이용하여 인체 심부에서 통증 완화 효과를 유도하는 것이다.
파동 주파수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개의 중주파 전류를 교차시켜 인체에 적용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중주파 전류를 수평으로 교차시키지 않고 인체에 적용하여서는 파동 주파수를 생성할 수 없다. 더욱이 중주파 전류를 하나만 적용하여서는 파동 주파수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간섭파 치료기에 바큠 컵이 4개가 있는 것은 두 개의 중주파 전류를 인체에 침투시키기 위해서이다. 하나의 전류를 흘려보내기 위해서는 두 개의 전극(바큠 컵)이 필요하고 두 개의 전류를 흘려보내기 위해서는 4개의 바큠 컵이 필요한 것이다. 이 네 개의 바큠 컵을 교차시켜 인체에 붙여야만 두 개의 중주파 전류를 인체에 침투시키고 인체 심부에서 저주파(맥놀이 주파)를 생성하여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간섭파 치료기의 4개의 바큠 컵을 교차시켜 모두 붙여야만 치료가 되는 것이다. 이때에 바큠 컵은 아픈 곳에 붙이는 것이 아니다. 간섭파 치료는 바큠 컵을 붙이는 곳이 치료되는 것이 아니고 두 개의 중주파가 교차하는 곳에서 치료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픈 곳을 중심으로 아픈 곳이 아닌 아픈 곳의 주변에 십자로 교차하여 부착하여야 한다. 환자 중에는 간섭파 치료기의 바큠 컵을 자신이 아픈 곳에 붙여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내는 분이 있다. 이럴 때 환자의 요구에 따라 아픈 곳마다 바큠 컵을 하나씩 붙여 준다면 간섭파 치료는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2개의 바큠 컵(전극) 만으로 간섭파 치료를 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있다. 이것은 선상 간섭을 이용하는 것이다. 선상 간섭이란 2개의 전극을 통하여 하나의 전류 만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2개의 전극을 통하여 두 개의 전류를 통과시키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선상에서 두 개의 중주파(예를 들어, 4000 Hz와 4100 Hz)가 흘러가면서 새로운 파동 주파수 100 Hz를 생성하게 되어 이를 이용하여 간섭파 치료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를 위해서는 선상 간섭 치료가 가능한 간섭파 치료기를 사용하여야만 한다. 일반 간섭파 치료기로 두 개의 바큠을 붙여서는 이러한 선상 간섭파 치료를 행할 수 없다.
바큠 컵을 붙인다고 다 간섭파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 바큠 컵은 단지 전극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체에 전극을 손쉽게 붙이기 위하여 사용되는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요즈음은 일반 저주파 치료 전극으로도 바큠 컵을 사용하는 저주파 치료기도 있으므로 무조건 바큠 컵을 두 개만 붙였다고 해서 치료를 잘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편에 잠깐 언급한 단파 치료와 극초단파 치료도 전기치료의 일종으로 고주파 치료에 해당된다. 고주파 전류는 인체 저항이 너무 낮아서 전류가 흐른다는 느낌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아무런 저항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류가 인체를 통과하는 것이다. 이렇게 통과하는 고주파 전류는 인체 심부에서 열을 발생시켜 심부 온열치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고주파 전류는 전극을 인체에 부착하지도 않고 마치 적외선 치료를 하듯이 외부에서 전류를 쏘이게 된다. '전류를 쏘인다'는 표현이 이상하게 들릴 수는 있는데 사실이 그렇다. 적외선 치료를 할 때에 열을 발생시키는 등(전구)을 인체에 부착하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빛을 쏘이는 것처럼 고주파 치료를 할 때에도 등 같이 생긴 고주파 헤드를 인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쏘이게 된다. 그러나 이때 쏘이는 것은 빛이 아니라 전류이다.
단파 치료를 할 때는 두 개의 전극을 인체의 양 쪽 방향에서 전류를 쏘여서 치료하므로 두 개의 전극을 통하여 전류를 흘려보내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초단파 치료를 할 때는 진짜 적외선 치료를 할 때처럼 하나의 치료 헤드 만을 인체의 한쪽 방향에서 전류를 쏘이게 된다. 단 하나의 전극에서 전류를 쏘여도 인체에 침투하여 열을 발생시킨다.
극초단파 치료를 할 때에 치료 헤드에서 파란빛이 나오는 데 이것은 단지 극초단파 치료기가 작동되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장치이지 이 파란빛은 치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초음파와 마찬가지로 극초단파 전류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기 때문에 작동 표시 장치가 없으면 치료기의 작동 여부를 알 수 없다.
초음파 치료도 고주파 치료이기는 하지만 음파를 이용하는 치료이므로 전기치료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다음 편에서는 병원 물리치료 세 번째로 온열 치료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온열 치료는 물리치료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는 치료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