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어 아주 많이 각색한 단편 소설입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인물, 사건들은 허구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장소 등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6.
준모는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누군가를 똑바로 바라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하필 그게 나라니. 두려움보다는 낯섦이 더 컸다. 나는 운동장과 교문을 지나 다시 정원으로, 그리고 본관까지 준모를 한참 쫓았다. 수업 시작 예비 종이 칠 때 우리는 본관 1층 복도를 걷고 있었다. 예비 종소리가 끝나는 순간 준모는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았고, 미행을 들킨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내 앞에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뿔테 안경 속 준모의 작은 눈은 나를 바라보았다. 그 작은 눈 안에는 혐오도, 분노도, 슬픔도, 상처도 담겨있지 않은 듯했다. 도대체 왜 자신을 따라오느냐는 의문도 없다고 나는 여겼다. 그저 무심한 바라봄. 그뿐이었다.
준모는 텅 빈 표정으로 내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목소리의 음높이도, 속도도, 억양 같은 것도 설명하기 힘든 무관심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는 멍하니 있으면 무슨 뜻인지 해석하기도 힘들게 조합된 단어들을 싣고 있었다.
"나를 침범하지 못하게 해 줘."
그리고 그는 다시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복도에 서서 멀어지는 준모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5교시 수업 시작종이 울렸고 운동장에서, 정원에서 놀던 아이들은 소란스럽게 복도와 계단을 뛰어 와르르르 교실로 돌아갔다. 여기저기 미닫이 문이 ‘드르륵 쾅’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종이 친 후에도 한동안 복도 기둥을 손바닥으로 받치고 서 있었다.
인간은 결코 타인을 온전히 이해(comprehension)할 수 없다. 그때 내가 기억하는 그 장면 속 준모의 모습 역시 내 머릿속에서 재구성한 하나의 상(像) 일뿐이었다. 아니다. 준모의 눈 속 그 비어있음은 아마도 내 이해조차도 필요 없었던 것임이 분명했다. 내가 자신을 쫓았다는 행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세계를 침범했는지 여부도 중요하지 않았으리라. 그는 나에게 이해를 구하지도 않았고 나는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건 그저 서로에 대한 무심한 불친절, 그것 밖에는 안 되었다.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누가 시작했는지는 애초에 알 수도 없고 또 중요하지도 않았다.
수십 년이 지난 이제야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