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남쪽도시로 여행을 왔다. 사철 기후가 온순하다는 달랏은 도시 전체가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다. 나트랑 역시 야자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해안도시였다. 여행을 하는 동안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먹고 자고 바라보는 패키지여행, 오랜만에 해보는 이런 여행도 나쁘지 않다.
베트남은 40년 전 나의 첫 해외여행지였다. 그 후로 서 너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걸 느꼈다. 특히 달랏은 기온이 적당히 선선하여서 여행자들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아서 좋았고 어딜 가나 꽃들이 피어 있어서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의 즐거움 중에 현지에서 먹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반미나 쌀국수는 이미 그 맛을 알기에 더는 호기심이 없고 여행의 특성상 이미 예정된 식당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터라 현지 음식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래서 열대과일을 공략했다. 나트랑 시내에 있는 마트의 과일코너에서 망고와 수박, 리찌. 잭 푸릇 등 원없이 골랐는데도 우리 돈 만원이 채 안된다.
그동안 내가 먹었던 열대과일은 도대체 뭐였던가,
덜 익힌 망고를 수입하여서 사놓고도 한참을 숙성해서 먹어야 했던 그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났다. 달콤한 맛과 향기를 지닌 망고의 맛에 감동, 그동안 뷔페식당에서 먹어 본 냉동된 리찌는 이미 과일이 아니었다. 탱탱한 껍질 안에 들어있는 하얀 과육의 달콤함을 혀가 알아버렸으니 이제 얼음사탕 같은 냉동 리찌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다. 과일의 왕이라 부르는 두리안은 이곳에서도 제법 몸값을 한다. 한통을 사서 먹어보리라던 처음 생각과 달리 껍질을 벗겨내고 조각내어서 담아 놓은 두리안을 샀지만 역시 과일의 제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품위를 잃지 않은 맛이었다.
코코넛 커피의 달콤함과 정성스러운 마사지도 좋았다. 자유시간에 내가 찾아간 곳은 동네 네일 샾, 손톱을 예쁘게 다듬는 동안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이 되어 본다. 패키지여행이라고 해서 자유스럽지 않은 것만은 아니었다. 틈새 시간을 짬 내어 관광객을 위한 곳만이 아닌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로컬 식당을 찾아가 손짓 몸짓으로 음식을 시켜보기도 하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호텔 주변을 산책하며 우리와 다른 아침 풍경을 느껴보기도 한다. 물론 안전은 최우선이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서울에 벚꽃이 만개하였다. 강렬함은 짧은 게 흠이다. 며칠 동안 열대나라에 핀 화려한 꽃들을 바라보고 와서인지 올봄, 유난히 연분홍 색깔의 벚꽃무리가 부드럽고 포근해 보인다. 다음엘랑 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아무 곳에도 가지 말자 이 보다 더 좋은 아름다움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