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희동 김작가 Apr 10. 2024

다시 찾아 온 비둘기

작년 이 맘 때였습니다. 비둘기 한 쌍이 우리 집 으름나무 넝쿨에 보금자리를 꾸렸습니다. 오랫동안 알을 품더니 이내  부화해서 새끼 비둘기와 함께 떠났습니다.  그것도 인연이라고 잠깐 서운했었는데 올해 또다시 비둘기가 같은 장소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왔던 그 비둘기인지 아님 다른 비둘기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반가웠습니다.


암컷 비둘기가 으름 나무덩굴에 자리 잡고 있는 동안 남편 비둘기는 부지런히 잔나뭇가지를 물어 나릅니다. 하지만 집 짓기가 수월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가지들이 자꾸만 아래로 떨어져서 바닥에  수북합니다. 넝쿨 사이에 집을 짓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올봄에 다시 올 줄 알았더라면 작년에 지어놓은 둥지를 허물지 말고 그대로 둘 그랬나 봅니다.


작년  봄, 비둘기가 처음 둥지를 틀었을 때는 그 모습이 신기해서 자꾸 들여다보곤 하였는데 올해는 무척이나 조심스럽습니다. 산모인 암컷 비둘기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려고  수 있으면 으름나무 근처에는 가지 않으려고 니다. 우리 집 화단 한 귀퉁이를 비둘기 부부에게 통대관을 해 준 셈이죠  


으름나무에는 지금 보라색 꽃송이가 한창 피고 있습니다. 향기는 덤,  비둘기가 알을 품기에는 아마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으름나무줄기가 빗물관을 타고 이층 베란다까지 올라왔을 때 우리는 나무를 잘라내야 하는지에 대하여 고민을 했습니다. 봄 한차례 꽃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나무 그늘로 인해 주변의 잔디가 누렇게 되고 가을이면 낙엽이 이만 저만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랬는데  비둘기가 찾아와서 둥지를 틀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장소가 된 후로 으름나무가 그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해졌습니다.


올해도 으름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있는 비둘기를 보면 아마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비둘기의 새 생명이 그곳에서 태어나리라 믿습니다. 작년에는 두 마리 비둘기가 태어났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한 마리는 사라지고 한 마리가 건강하게 자라서 날아갔습니다. 비둘기들이 떠나간 뒤 남아있는 빈 둥지가 어찌나 허전하던지요


올해 엘랑 한 마리도 잃지 말고 모두 다 무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전 15화 나이가 들수록 친정이 좋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