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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Apr 24. 2024

뜰과 나의 관계

 무언가에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있으면 자꾸만 드러내고 싶다. 숨기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 하루 중 내  시선이  가장 자주 머무르는 곳, 내 사색의 장소이며 자연과 교류하는 이곳은  집안의 뜰이다.


뜰은 내가 쓰는 글에 종종 소개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봄이 되어 언 땅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모습을 보고 감동하여 쓴 글이라든가 비둘기가 찾아와 으름나무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야기,  벚꽃나무 아래 애완견 또찌의 안식처를 만들어 준 이야기 등, 시시각각 변하는 뜰의 모습을 나 혼자  느끼기에 너무 벅차오를 때 글로 내 마음을 그렸다. 언젠가  내 글을 읽은 독자가  "정원이 무척 넓으신가 봐요"라는 댓글을 보낸 적이 있다. 그럴 리가요 우리 집 뜰은 정원의 범주에 들지도 못할 만큼 아주 작답니다. 


나는 정원이나 화단이라는 말보다 뜰이라는 이름을 좋아한다. 심지어 동의어인 뜨락이라는 말보다도 더 애정이 간다. 정원은 왠지  전문가의 손을 빌어 다듬어 줘야 할 것 같고 화단은 정원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 또한 마당이라는 중간 장소를 거쳐야 하지 않을까. 뜨락은 아름다운 우리말이지만 왠지 한옥에 어울릴 것 같다. 실은 우리 동네 한정식 이름이 생각나서 입에 설지만...


거실 앞 데크에 앉아서 바라보면  햇빛에 비치는 나뭇잎의  잎맥까지 또렷이 볼 수 있는 거리, 가깝다는 건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나와 뜰의 관계는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며 서로를 잘 아는 사이라는  말이 맞다. '가깝다'기 보다 '안다'라는 말이 우리 사이에는 더 잘  어울린다.


사람들도 저 마다 성격이 다르듯  뜰의 식물들도 제각기 기만의 개성이 있다. 햇빛이 비치는 양지보다 그늘을 좋아하는 화초가 있는가 하면 어딘가에 의지하여 자꾸만 휘감고 오르려고 하는 식물도 있다. 나는 이들의 취향에 맞게  적절한 곳에 식물들을 앉혔다. 내가 그들에게 정성을  들인 만큼 그들도 나를 기쁘게 한다. 때가 되면 꽃을 피우꽃이 피어김없이 벌들이 날아온다. 


 뜰 안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벚나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여 년 전 새들이 먹고 버린 씨앗에서 싹이 터 자란 벚나무는 이후로 너무나 잘 자라주었다. 얼추 키가 자랐다 싶었을 때쯤 정갈하게 가지를 다듬어 주었더니 더는 위로 자라지 않고 소담한  모습으로 봄마다 한 다발 꽃을 선물한다. 꽃이 지고 난 후에  잎새 사이에 알알이 박힌 초록열매의 신선 함이라니... 나에게 벚나무는 친구이고 때로는 나를 타이르는 어른이기도 하다. 제제에게 라임 오렌지 나무가 있다면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벚나무가 있다.  


사월과 오월사이, 뜰은 꽃으로 가득하다. 보랏빛 아주가꽃이 활짝 피어있고 철쭉이 한 철이다. 이들이 지고 나면 찔레와 달맞이꽃, 울타리 가득 장미가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모네는 자신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화폭을 메꾸었다고 한다.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작아서 더욱 소중한 나의 뜰은 자꾸만 뭔가를 이야기하게 한다.


전문가의 손길로 잘 다듬어 주지는 못하지만 그 어느 정원의 화초보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나의 초록이들, 오늘도 나는 뜰의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며 서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사월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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