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희동 김작가 Jun 05. 2024

새야 새야 참새야

내가 어렸을 적에 오빠들이 참새를 잡으며 노는 걸 보았다.

쌀을 까불어 티를 날려 보낼 때 쓰는 를 세워두고 그 안에 곡식 몇 알을 뿌린 뒤 멀리서 지켜보다가 참새가 곡식을 쪼아 먹으려고  안으로 들어오면 냉큼 줄을 잡아당겨서 덮치는 방법이었다. 참새의 천적에는 이처럼 악동들의 장난도 끼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참새는 조심성이 많다. 유난히 겁을 잘 먹는 사람에게 참새가슴이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인 듯하다.

.

 참새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새다.  흔했던 제비도 언제인가부터 도심에서는 볼 수조차 없는데 참새는 아직도 우리 곁에서 정겹게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창밖의 참새소리를 듣게 된다.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울수록 그날 날씨가 맑다는 것도 알았다.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빵으로 해결하면서 집에 빵이 흔해졌. 오래된 빵이나 먹다가 남긴 빵조각들은 햇빛에 말려두면 요리로 재사용할 수가 있다. 어느 날 빵을 담아서 말리고 있는 소쿠리 주변으로 참새들이 모여있는 걸 보았다. 참새가 빵을 좋아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날부터 남은 빵은 참새들 몫이 되었다.


잘게 부순 빵을 나무 쟁반에 담아 데크 위에 놓아두면 "포르릉"하고 날아와서 잘도 쪼아 먹는다. 거실창문을 사이에 두고 참새들이 먹이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먹이를 먹으면서도 계속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라든지 친구가 좀 더 큰 것을 고르면 낚아채는 모습이라든지..

새들이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보고만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물멍, 불멍은 봤지만 참새멍은 처음이다. 좀 더 자세히 보려고 거실문을 열어 놓으면 어찌 알고 날아오지 않는다. 멀찌감치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먹이 주변의 동태를 살피기만 할  뿐이다.

그러다가 잠깐 한눈을 팔면 어느 순간 빈 쟁반이 되어버리는 참새들의 식성,  넓은 논에 그물을 쳐두는 농부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우리 집이 동네 참새들에게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하루종일 들락거리며 참새소리가 끊이질 않고 들린다. 쟁반 위에 먹을 게 없는 날이면 데크 위를 총총거리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어느새 빵맛에 길들여진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잡히고 잡혀먹는 생태계의 질서가 잠시 우리 집 데크 위에서 멈추고 있다. 하지만 괜찮다. 단순한 새들은 예전에 자신들을 해치는 악동들을 잊은 것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먹이를 먹을 수 있게 한 데크 위의 나무쟁반도 쉽게 잊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데크 위에 빵 조각을 올려두었다. 참새들이 온다. 꼭 두 마리씩 짝을 지어 오는 것도

신기하다. 친구일까, 부부일까, 아님 썸 타는 사이일까, 어떤 참새는 먹으면서 볼일을 보기도 하고 어떤 참새는 빵조각을 입에 물고 날아가다가 떨구기도 한다.


사람들은 단순하고 명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참새에게 빗대어 말한다. 참새를 바라보다가 문득 참새처럼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다친 마음들, 그런 기억은 관계를 멍들게 한다. 특히 나쁜 기억에 매달려 미워하고 분노하면서 괴로워하기보다 때론 참새처럼 단순하게 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참새처럼 살자.'


 참새에게 빵조각을 주고 얻은 오늘의 교훈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참새들의 아침식사


이전 20화 꽃집 아저씨의 궤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