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 노래 <사랑이야>에 숨겨진 스토리텔링의 비밀

송창식 노래 <사랑이야>

by 마르코 루시

어느 날 TV 화면 속에서 송창식과 양희은이 출연하여 그들의 노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마주한 적이 있다. 평소 좋아하던 송창식의 노래가 나오자 채널을 돌릴 수 없이 빠져들고 말았고, 그때 <사랑이야>의 창작 배경이 춘향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뮤지컬 '춘향전' 곡으로 의뢰받아 작곡하던 시기에, 그의 개인사가 겹치면서 극적으로 이 곡이 탄생했던 것이다. 그 순간 익숙했던 노래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고전이란 바로 이처럼 시간의 강물 속에서도 형태를 바꾸어가며 끊임없이 흘러가는 영원한 선율을 말하는지 모른다. "언젠가 어느 곳에서 한 번은 본 듯한 얼굴"이라는 가사 속에는 이몽룡의 시선이, "언젠가 어느 곳에선가 한 번은 올 것 같던 순간"에는 춘향의 예감이 서려 있다. 이를 알고 다시 듣는 <사랑이야>는 단순한 현대 가요를 넘어, 수백 년을 관통하는 사랑의 원형적 서사로 다가온다.



문화콘텐츠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런 재발견의 순간에 있다.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단순한 사랑 노래로만 여겨왔던 차에, 이 곡이 조선시대 고전소설 춘향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사실은 하나의 발견이 된다. 춘향전은 창작 연대 미상의 판소리계 소설로서, 오늘날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120여 종이나 된다. 이는 하나의 원형적 이야기가 각 시대의 요구와 감성에 맞춰 끊임없이 변주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1903년 원각사에서의 창극화부터 현대의 영화, 드라마,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춘향전은 매번 새로운 형식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


춘향과 이몽룡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그리워했던 그 마음이, 현대의 언어로 번역되어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라는 절절한 고백으로 울려 퍼지는 것이다. 이때 노래는 단순한 개인의 감정을 넘어서,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의 보편성을 담게 된다. 창극 춘향전은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한국인의 윤리, 도덕, 정서, 소망, 해학 등 삶의 모든 것이 함축되고, 승화된 전통예술의 최고봉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그 서사적 깊이가 현대의 창작물에까지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고전에서 흘러나온 문화콘텐츠의 힘은 바로 이 연결의 순간에 발현된다.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의 언어로 번역되면서, 우리는 비로소 그 이야기의 진정한 깊이를 깨닫게 된다. 춘향전이 <사랑이야>로, 그 밖의 수많은 창극과 영화로 변모하면서도 그 중심에 있는 사랑과 기다림의 서사가 조금도 퇴색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 고전 유산은 박제화된 유물이 아닌 살아있는 노래, 이야기로서 한국인의 삶의 표정을 구체화한 창작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오래된 이야기들은 죽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시대의 목소리를 빌려, 더욱 깊은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뿐이다. 이제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들으러 가자!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4화AI는 세계다, 존재 방식을 리셋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