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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Jan 21. 2024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

뤼트허르 브레흐만, <휴먼카인드>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척이나 즐거웠다.
인간 본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만들어주고,
오랫동안 이어온 나의 신념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매우 유익한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믿음에서
 이 책을 열렬히 추천한다.
<사피엔스> 저자 유발하라리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책을 집어 들기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정재승
책 속 청량한 문장들

인간 본성의 선한 자아를 과학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보게 해주는 이 책에서 혐오와 적개심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를 헤쳐나갈, 작지 않은 희망을 발견하길 바란다.(24)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역사의 옳은 편에 서 있다고 믿었다. 아우슈비츠는 전압이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악이 더 설득력 있게 선으로 통용되는 길고 복잡한 역사적 과정의 정점이었다. (254)


그러나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선하다고 믿는다면 왜 악이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이는 참여와 저항에 가치가 있음을 의미하며, 행동할 의무를 우리에게 부과한다. (257)


우리가 헌신하는 믿음 역시 진실인지 상상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현실화되어 세상에 커다란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438)


사람들을 쓰레기처럼 대하면 그들은 쓰레기가 될 것이다. 인간처럼 대하면 그들은 인간처럼 행동할 것이다. (548)


당신들의 총과 칼과 평가를 드십시오. 그리고 바다에 던지십시오. (580)


결국 우리가 아는 것만 사랑할 수 있다. (585)


우리 모두가 다르다는 사실이 아무런 문제가 아님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거기에 잘못된 것은 없다. 우리가 튼튼한 기반 위에 우리의 정체성을 위한 강력한 집을 짓고 나면 우리는 비로소 문을 열 수 있는 것이다. (603)


오히려 평화와 용서를 믿는 것은 용감하고 현실적이다. (627)



휴먼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사회 전체가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무인도에 표류한 이들이 극한 상황에서 야만인으로 전락해 서로 죽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주고받았다는 기사, 타이타닉 호 침몰 당시 약자를 먼저 배려하고 질서 정연하게 대피를 시킨 후 처연하게 죽음을 맞이한 정황들을 소개하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밀그램 실험의 팩트와 이면을 밝힌다.  

인간은 본디 악한가? 선한가?  인간의 선악을 결코 모든 상황에서 이분법적으로 답을 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인간을 성선설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정재승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이 독자를 한층 더 친절한 인간으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다 덮은 후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스스로에게 있는 친절함과 선함과 따뜻함을 발견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이제는 강의하는 학교마다 교재로 쓰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다소 충격적(?)인 형태의 교도소를 소개한다.

오슬로에서 남쪽으로 약 96킬로미터 떨어진 노르웨이 숲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이상해보이는 이 교도소는 감방, 철창, 권총, 수갑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그곳은 온통 자작나무, 소나무 숲, 오솔길이 있는 언덕으로 가득하다. 수감자들은 바닥 난방을 갖춘 개인 전용 방에서 평면 티브이, 전용 욕실, 주방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도서관, 클라이밍 연습용 벽, 음반 녹음이 가능한 스튜디오가 완비되어 있으며 실제로 수감자들은 '전과 기록 레코드'라는 자체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매할 수 있다. 이곳이 감옥인 것을 알 수 있는 요소는 이곳을 감싸고 있는 높은 철벽이다. 근처에는 형량이 끝나가는 중범죄자 115명이 수감되어 있는 그림 같은 바스퇴위 섬이 있다. 수감자와 교도관은 함께 버거를 뒤집고, 수영을 하고, 느긋하게 햇볕을 쬔다. 만약 우리가 그곳을 방문했다면 누가 교도관이고 수감자인지 알아차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곳의 교도관은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섬에는 교회, 식료품점, 도서관이 있고 마치 고급 리조트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수감자들은 그들의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농사를 짓고, 요리하고, 나무를 베어 목공 일을 한다. 놀라운 것은 살인 도구가 전기톱이었던 수감자도 나무를 베기 위해 전기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으며 나도 책에 나오는 질문처럼 "노르웨이 사람들이 미쳐버린 건가?"라고 생각했다.


놀랍고도 황당해 보이는,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을 주는 것 같은 이곳의 교도관들은 모두 2년의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그들은 프로그램 내내 수감자와 친구가 되는 것이 그들을 하대하고 모욕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배운다. 노르웨이의 교도소는 나쁜 행동을 예방하는 곳이 아니라 나쁜 의도를 예방하는 곳이다. 교도관들은 수감자들이 정상적인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하며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면 누군가의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사람들이 원래 친절하게 태어났다고 믿는 것은 감상적이거나 지나치게 순진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평화와 용서를 믿는 것은 용감하고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사람이라면  모두 선하기를 원한다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기반된 사회. 과연 우리는 만들 수 있을까? 타인에 대해 의심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하며 시작하는 관계가 가능할까?

서로를 믿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용기를 내는 첫걸음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가 잘못했을 때 나를 저주하고, 벌주고, 엉망진창인 인간이라고 욕하고, 사회에서 격리를 시키기보다 믿어주고, 만회를 할 기회를 주고,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 지지해 준다면 나는 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역자 역시 이 책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 "인간의 본성이 대체로 선하다고? 악하다는 증거가 훨씬 더 많을 같은데.."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의심은 잦아들고 놀라움이 들었다고 한다.


De Meeste Menschen Deugen.
It's sort of like 'perrty decent deep down' or 'good after all'.



다소 황당해 보일 수 있는 저자의 생각을 지지한다. 책에 쓰인 대로 사람들을 대하며 살아보니 더 그렇다. 이 글에 의문을 품는 분이 계신다면, 꼭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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