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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Feb 18. 2024

유한하기에 소중한 오늘의 시간

<빅터 프랭클>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로고테라피는 이 시대에 가장 의미 있는 심리 운동이다.
고든 올포트 추천사 중



책 속 청량한 문장들

존재의 허무함이 존재의 의미를 파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겪은 모든 시간과 경험은 과거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안전하게 보관되는 것입니다. 누구도 그 무엇도 그것을 훼손하거나 없앨 수 없습니다. 18


작은 일을 할 때에는 큰일을 할 때처럼 철저하게 하고, 큰일을 할 때는 작은 일을 할 때처럼 편안하게 하라. 일을 할 때는 신속하게 처리하라. 가장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라

23-24


우리는 긍정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인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미래를 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를 의미 있게 기억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잃어버린 노트를 찾기 위해 애쓰는 나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감사한 날, 행운의 날을 기념일로 자정하고 기억하고 축하해야 합니다.  28


이렇듯 유머의 효능은 다양합니다. 강제수용소에 갇힌 사람들도 서로를 웃기고, 만담과 언어유희를 즐겼습니다. 고통을 이기는 데도 유머는 꼭 필요했으니까요. 40


비참한 상황을 극복하고, 고통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의미 없어 보이는 고통도 가치 있는 업적으로 바꾸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로고테라피는 바로 이런  확신의 토대 위에서 체계화된 이론입니다. 53


피할 수 없는 시련이 내게 주어졌다면 나만이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 하더라도 내 삶에 꼭 필요한 의미 있는 일입니다. (…) 오늘 내게 닥친 시련, 이것을 완수해 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이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61


노이로제 증상을 고치기 위해서 개발한 독특한 치료기법인 역설의도기법을 두고 많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기발한 착상을 어떻게 하게 되었느냐’가 핵심이었죠. 환자에게 집중하다 보니 떠오른 것이었어요. 80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아실현을 하는 영웅이 되라고 타인이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오직 자신이 자신에게만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그 상황에 처해 있지 않으면서 쉽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92


연대책임을 물을 자격이 그들에겐 없습니다. 내 가족이 수용소에서 죽었으며, 나는 그들의 포로였고, 수감 번호 119104번 죄수였기 때문에 내겐 반대할 자격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그 역할을 내가 맡겠습니다. 그건 나의 의무예요. 132


늙는다는 것은 나이 들수록 성숙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늙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어요. 2주 전에 쓴 원고가 2주 뒤에는 너무 유치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죠. 내가 2주라는 시간만큼 성숙해졌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157


늙는다는 건 존재의 덧없음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이 덧없음이야말로 내 삶을 책임지게 하는 자극제이기도 합니다.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책임감! 우리는 내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158



빅터프랭클은 유대인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20세기 철학자, 정신과의사, 심리학자, 신경학자이다. 아우슈비츠를 비롯하여 유대인 수용소를 네 번이나 거치고도 살아난 홀로코스트 생존자다. 이 책은 그의 저서『죽음의 수용소에서』이후 빅터 프랭클이 정리한 그의 삶에 대한 자세를 보게 해 준다.

그는 유한한 인간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고통과 궁극적 죽음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왔다. 사랑하는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의 죽음, 이해할 수 없는 비참한 사건들을 경험하면서도 각각의 경험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를 발견하며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았다.

제3 빈 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의미치료)’를 창시한 그는 “모든 사람에게는 현실을 극복하고, 고통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고통도 가치 있는 업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아실현을 하는 영웅이 되라고

타인이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는 것은 오직 자신이 자신에게만 요구할 수 있는 것이며, 그 상황에 처해 있지 않는 사람이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그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 이유는 나의 시각장애, 오른손 부상, 당뇨 등의 사건들이 이제는 내게 너무나 큰 의미이자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이기 때문이다. 없었다면 더 편하게 살 수 있었겠지만, 돌아오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지금 정도의 감사와 기쁨은 없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하지만 어린 시절 모든 사람들이 한쪽 눈으로만 보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느껴지던 시절에 누군가 나에게 "장애는 선물이야. 감사하고 의미를 찾고 살아라."라고 했다면 절망을 넘어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만큼의 데미지를 입지 않았을까 싶다.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는 것에 깊이 동의한다.

어떤 최악의 상황이 찾아온다 할지라도, 그 일을 지난 후에는 분명히 내 삶이 더욱 풍성한 가치로 채워질 것임을 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지나는 동안의 절망스러움과, 괴로움과, 이해할 수 없음이 있을 것 또한 안다.

유한한 인간으로서 고통을 감당하는 것, 예측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하는 것, 생각지 못한 상황에 처하는 것이 너무나 힘든 일이기 때문에.


너무 바빠 정신이 없을 때면 입원해서 병상에 누워있을 때를 기억한다. 온 팔이 다 멍으로 뒤덮여 링거를 빼는 날만 기다리던 시절을. 지금 나의 바쁨이 얼마나 그 시절 원하던 것이었나를 기억해 내면 지금을 살 힘이 생긴다.

현재가 괴롭게 느껴질 때면 자주 죽음을 떠올린다. 분명히 찾아올 그 어느 시점. 그날이 분명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다시 인지하면 지금의 소중함이 다시 느껴진다.

유한하기에 소중한 오늘의 시간, 오늘의 인연들.

분명 이 땅에서 다시 보지 못할 날이 있을 것을 기억하면 지금의 만남이 더욱 소중해진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내가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는 이야기.


죽은 당신들이 나를 찾아온다.

당신들은 내게 말한다.

우리를 위해 살아달라고.

삶에 대한 의무감이 나를 에워싼다.

그래서 나는 당신들을 죽인 그들을 죽일 수가 없구나.

붉게 타오르는 태양 속에도

나를 응시하는 당신들의 눈빛이 있다.

푸른 숲 속에도

내게 손짓하는 당신들이 있다.

당신들이 빌려준 목소리로

지저귀는 새들이 나에게 말한다.

당신들이

내 목숨을 살려주었다는 것을.


1946년, 프랭클의 시


빅터 프랭클의 존재에 감사한다.

하지만 또다시 이런 존재를 통해서만 깨닫게 되고 나의 삶을 감사하게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스스로 잘 깨닫고 살아가고 싶다.

극한 상황에서 살아 나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정신이 드는 그런  삶이 아니라 내게 허락된 것들에 감사하는 것을 잊지 않고 살고 싶다.

내 몸이 호흡할 수 있는 상태인 것, 숨 쉴 공기가 있는 것, 마실 물이 있는 것, 생각할 수 있는 것, 글을 쓸 수 있는 것.. 당연히 여겨 감사하지 못하던 것들에 대해. 허락되지 않았다면 나 스스로 결코 획득할 수 없었던 모든 것에 대해. 지금 살고 있는 여기의 이 시간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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