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등은 어떤 모습입니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뒷모습을 모른다. 아무리 정면을 또렷하게 바라본다 해도 우리가 끝내 확인하지 못하는 얼굴은 등이다. 뒷모습은 언제나 타인의 시선에서만 완성된다.
누군가가 등을 돌리는 순간, 말보다 먼저 마음의 온도가 바뀐다.
조용한 한 걸음이 관계의 끝을 말하고, 작은 침묵이 새로운 계절을 예고한다.
뒷모습은 언제나 말보다 빠르게 진실을 드러낸다.
나는 살아오면서 많은 등을 바라보았다.
멀어지는 등, 다시 다가오는 등.
어떤 뒷모습은 내 마음을 조용히 흔들었고, 어떤 뒷모습은 한 계절 내내 지워지지 않았다.
외로운 사람의 등은 말없이 서 있어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어깨 사이로 새어 나오는 고독은 아무 설명 없이도 전해졌고, 단단한 사람의 등은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묵묵히 중심을 잡았다. 등은 감정의 잔향이다. 말이 지나간 뒤에도 오래 남는다. 그러나 정작 내 뒷모습이 어떤지 알 수 없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나는 따뜻한 사람이었을까, 혹은 날 선 그림자였을까.
이 질문은 늘 답 없이 남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모습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한 사람의 등을 오래 바라본 적이 있다.
감정을 숨기는 버릇,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가는 척하는 방식, 무너진 마음을 등에 감춘 채 끝까지 굳어 있는 어깨. 그 뒷모습은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그 순간 생각했다. 우리는 결국 타인의 뒷모습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다.
시간이 흐르며 나는 많은 뒷모습을 잃어버렸고 또 많은 뒷모습에 떠밀리듯 성장했다.
붙잡고 싶어도 잡히지 않는 것, 멀어지는 걸음에서 남겨지는 것들이 나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앞모습은 현재를 설명하지만, 뒷모습은 지나온 길을 증명한다.
그 길 위에는 참아낸 눈물, 버텨낸 계절, 흔들렸으나 꺾이지 않은 마음이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점점 사람의 등에서 시간을 읽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뒷모습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는 등이다.
말 한마디 없이 떠나더라도 그 뒷모습이 미움을 남기지 않는 사람.
그런 뒷모습은 침묵 속에서도 따뜻하게 빛났다. 물론, 모든 뒷모습이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때로 복잡하고 모순적이라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해 보이다가 이익 관계가 사라지면 매몰차게 등을 돌리기도 한다.
그러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다가오는 일도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뒤에 무언가를 숨긴 듯하였다.
뒷모습만큼 인간의 양면성을 정확하게 말하는 언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고 싶다. 사람의 뒷모습은 변해 갈 수 있다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등의 형태도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성숙해질수록 등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굽어 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나의 뒷모습을 의식하며 살아가려 한다.
누구의 기억 속에도 너무 무너진 흔적으로 남지 않도록. 내가 걸어온 시간이 누군가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보이도록. 오늘도 나는 조용히 걸음을 내디딘다.
내가 볼 수 없지만 누군가는 바라보고 있을 뒷모습을 남기며. 어쩌면, 우리의 진짜 인생은 뒤에서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