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지워지는 시간

1장. 존재 오류2

by 바인

1-2

편의점 자동문이 열렸다.

이봄은 물병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점원은 자동으로 그녀의 머리 위를 보았다.

멈칫, 그리고 당황.

“…어, 잠깐만요.”

스캐너가 작동했지만 아무것도 읽지 못했다.

띡 소리는 났지만 화면은 비어 있었다.

“시스템 오류인가 보네요.”

이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류라고 생각하는 게 편했다.

“카드로 결제하시겠어요?”

“네.”

카드를 내밀었지만, 단말기는 반응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카드는 읽혔지만 연결된 정보가 없었다.

“다른 카드 있으세요?”

지갑을 뒤적였다. 결과는 같았다.

점원의 표정이 조심스러워졌다.

“현금은…?”

이봄은 지갑 속을 들여다봤다.

동전 몇 개, 천 원짜리 지폐 두 장. 모자랐다.


점원이 어쩔 줄 몰라 할 때, 안쪽에서 매니저가 나왔다.

4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상황을 보고, 이봄을 바라봤다.

그는 잠시 말이 없다가, 이봄에게 물었다.

“혹시… 코드 없으세요?”

이봄은 대답하지 않았다.

매니저는 그 침묵을 이해했다.


그는 계산대 옆에 붙어 있던

노란색 메모지 한 장을 떼어냈다.

볼펜으로 작게 무언가를 적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이봄입니다.”

매니저는 메모지에 또박또박 적었다.

‘이봄 님, 생수 1병.’

그리고 그것을 모니터 한쪽 구석에 붙였다.

“다음에 편하실 때 주세요. 제가 기억하고 있을게요.”

그 말에, 이봄은 조금 웃었다.

“다음에 또 오세요, 이봄 씨.”


밖으로 나와 물병을 들었다.

묵직함이 없었다.

언젠가 마지막으로 샀던 캔맥주의

서늘한 무게와는 다른, 가벼운 플라스틱의 감촉.

햇빛에 반짝이는 투명한 물.

누군가가 기억하겠다고 말한 하루.

머리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손 안에는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었다.

기록되지 않는 사람으로서,

한 사람에게 기억되는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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