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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하이커 Aug 06. 2023

슈퍼 호스트가 슈퍼 게스트를 만나다

크로아티아 - 두브로브니크 1

이번 이야기는 한참을 망설이며 쓴다. 어떻게 써야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서의 경험을 내 머릿속의 기억과 가슴속의 벅참만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내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여겨져 언제나처럼 내 머릿속 기록을 옮겨 적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나중에 출국을 다시 스플리트에서 하기 때문에 스플리트로 돌아올 때는 페리를 타고 올 것이다.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버스는 아드리아해를 옆에 끼고 남쪽으로 달린다. 그러니 아드리아해를 보면서 달리기 위해서는 버스 진행 방향의 오른쪽 좌석에 앉아야 한다.


나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굳이 한국 예능이라서가 아니라 예능이라는 TV 프로그램 구조를 국적불문하고 소비하지 않는다. 여러 한국 블로거들의 글에서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배우들이 여행했던 크로아티아'라는 글을 읽어도 그 의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를 다루는 한국 블로거들의 글에는 해당 프로그램의 소갯글이 빠지지 않았다. 정리를 해 보면 그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차를 렌트해서 크로아티아를 북에서 남으로 이동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크로아티아엔 놀랍게도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있었고 만나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놀라울 정도로 같은 여행 루트를 따르고 있었다. 내가 마주친 한국 여행객들은 거의 대부분이 차를 렌트했다고 했고 두브로브니크의 열약한 주차 환경에 저주를 금치 않았다. 해당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여행이 어느 계절이었는지 몰라도 내가 여행했던 기간은 일 년 중 가장 혼잡한 8월의 중순이었다.


차를 렌트해서 이동하는 그들도 나처럼 아드리아해를 가슴에 새기며 여행했을까. 버스를 타고 두브로브니크로 이동하면서 아드리아의 수평선을 돌돌 말아 가슴 깊숙한 곳에 저장해 두었다. 후에 페리를 타고 돌아오면서 또 다른 아드리아해를 경험하게 된다.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로 가기 위해선 이웃 국가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지나야 한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크로아티아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의해서 짧은 구간 나뉘어 있다. 이 구간을 지나는 동안 국경 지역에서 잠시 검문을 받는다. 내 경우에는 버스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검문원들이 잠시 탑승해 이리저리 얼굴을 확인하고 다시 내렸다. 다른 여행자들에 의하면 버스에서 내려 검문소를 지났다고 하기도 하고 버스 내에서 일일이 여권 검사를 했다고도 한다.

버스터미널에 내린 나는 시내버스를 한 번 더 타고 구시가지로 이동했다. 구시가지 입구에서 AirB&B를 통해 예약해 놓은 숙소까지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이 번에도 당연히 슈퍼호스트 내에서 선택한 숙소지만 스플리트에서의 슈퍼호스트 숙소를 생각하며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기대가 낮아서 그런지 이번 숙소는 마음에 들었다. 숙소 주인은 마야라는 친절한 여성이었고 본인의 어머니와 이제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수줍음 많은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마야에게 내가 슈퍼호스트 내에서만 숙소를 정한다고 하자 그녀도 슈퍼게스트 중에서만 손님을 받는다고 했다. 물론 AirB&B에 슈퍼게스트란 개념은 없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자 언제나처럼 기분이 청량해졌다. 마야에게 로컬들이 가는 가성비 좋은 레스토랑 하나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마야는 "로컬들은 레스토랑에 가지 않아요"라고 한다. 이런 성수기의 크로아티아 물가는 관광객을 타깃으로 몇 곱절 높아지기 때문에 크로아티아 시민들이 감당하기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두브로브니크는 특히 그렇다. 스플리트와 비교를 해 봐도 훨씬 높은 편이다. 그러면서도 굳이 레스토랑을 갈 생각이라면 양이라도 풍부한 곳으로 가라며 성벽 근처의 야외 레스토랑을 알려 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믿음이 갔기 때문에 따로 검색을 하지 않고 알려준 곳으로 가서 생선 튀김과 맥주로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내일은 비교적 관광객이 적어 보이는 Lopud 섬에 다녀올 생각이다. Lopud 섬은 구글 어스를 통해 내가 직접 고른 섬이다. 두브로브니크에서 가까이 있는 섬이니 무인도거나 완전히 외딴섬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관광객들이 남긴 기록이 많이 없어서 찾아가는 난이도가 낮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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