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이라도 달려볼게요

아침 '조' 뛸 '깅'

by 채널김

처음 10km 대회를 나가고 생각보다 재밌고 괜찮고, 할 만했다.

다음 연도에는 더 재미있는 대회를 나가야겠다는 부푼 마음도 생겼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듬해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지구 전체는 역병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내가 그전부터 종종 뛰던 사람이었다면 코로나고 나발이고 상관 안 하고 뛰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시기에 굳이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말라는데 마스크까지 쓰고 달릴 자신은 없었다. 어차피 대회도 거의 취소된 걸로 안다.


'조금 아쉽네' 정도의 감정으로 곧 시간이 지나면 금방 다른 대회가 열리겠지 싶었다. 하지만 팬데믹의 기간은 생각보다 길었고, 그 길어진 시간 속에 나는 어느새 달리기를 잊고 살았다.




그 사이 직장도 옮기고 결혼도 하고 집안의 큰 일도 겪으면서 힘들고 정신없는 3년을 보냈다. 그렇게 서서히 팬데믹의 끝자락이 보일 때쯤 새로운 대회가 눈에 들어오면서 다시 한번 나가보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목적은 '완주'뿐이었고 메달을 하나 더 갖고 싶었고 지난 대회 때의 재밌었던 기억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연습은 말로만 하고 결국 또 준비되지 않은 몸만 덩그러니 나갔다.


그나마 다행인지 코로나 기간 동안 다른 운동들을 조금씩 해 두었더니 체력이 3년 전보다는 상승했고 '한 번도 쉬지 않고 완주'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

뿌듯함도 컸지만, 캬! 역시 완주 후에 먹는 빵맛. 그리고 더위와 지친 몸을 날리는 시원한 냉면. 이 맛을 못 잊어서 내가 또 나온 거 맞는구나 싶었다.


그 이후로 1년 뒤 또 다른 대회를 나가면서 아주 약간의 시간단축을 해서 또 기분이 좋았고, 그렇게 좋아진 기분으로 올해는 상반기에 대회를 3개나 나갔다. 물론 목표는 늘 완주와 탐나는 메달은 받는 것. 그것만으로 꽤 만족스러웠다. 작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올해는 조금씩이라도 연습을 했다는 점이다. 짧게라도 러닝머신 위에서 달려보고 날씨가 좋은 날은 밖에 나와서도 뛰어봤다.


처음엔 10분도 뛰기 싫었는데 그 시간이 점점 늘어가고 괜한 의무감도 생겼다. 밖에서 잘 뛰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완주메달만 모으는 것보다 좋은 기록을 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역시 뭐든 시작을 하면 목표가 생기는 모양이다.


그렇게 요즘 나는 아침마다 나와서 달리고 있다.




아침조깅


운동을 아예 안 하고 살았던 건 아니라서 운동하는데 시간을 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 저녁보다는 새벽이나 아침에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러닝도 같은 시간에 하기로 마음먹었다.


러닝보다는 조깅에 가까운 속도이긴 하다. 그 차이점도 이번에 뛰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보통 러닝이라고 하면 6분 이하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러닝이라고 한다. 나는 6분 30초 ~ 7분 사이의 페이스라 일반 조깅으로 볼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조깅이라지만 내가 뛴다고 느끼고 나는 저 페이스도 힘드니까 그냥 러닝이라고 해야겠다.


무리한 계획은 금방 무너져 내리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30분씩만 뛰기로 했다. 더 많이 뛰고 싶지만 금방 지쳐버릴 거 같고 바로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정한 거다.


마침 집 근처에 딱 좋은 작은 하천과 산책길이 있어서 계획을 실행시키기 더 좋다. 30분 정도면 대략 5km 정도의 거리를 뛸 수 있다. 러닝 초보들은 거리보다는 시간으로 연습하는 게 좋다고 해서 나 또한 그렇게 따라 했다.


그 이른 아침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고 나처럼 달리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러닝이 유행은 유행인가 보다.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니 나 또한 활력이 더 솟아났고 아침잠은 금방 달아났다. 아침공기는 상쾌하고 이대로 뛴 다면 1시간도 금방 뛸 거 같았다. 아마도.


그런데 이게 뭐야, 고작 1km도 채 도달하기 전에 지겨워지고 발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시간도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30분을 뛰려던 계획이었는데 그냥 10분만 뛰고 갈까, 요 앞까지만 뛰고 걸어갈까 하는 고민을 백번은 더 했다. 아니 벌써 이렇게 힘들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10km 레이스는 어떻게 뛴 건지 모르겠다.


집에서 운동을 할 때나 헬스장 가서 쇠질을 할 때나 1시간이 후딱 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었는데 똑같은 자세로 계속 뛰는 행동만 한다는 것은 꽤나 고달픈 일이었다. 러닝머신이 너무너무 지겨워서 밖에 나왔는데 밖은 또 나름대로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실내에서 뛰는 것보다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매일매일 변하는 주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이 아침 조깅의 선물이지 않은가 싶다. 그러다 뜬금없이 이렇게 뛸 수 있는 다리가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뭔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 자신에게 칭찬하고, 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30분은 제법 지나갔다.


나에게만 길었던 그 30분이 지나고 온몸은 샤워를 한 듯 젖었지만 오늘 하루 하나는 해냈다는 뿌듯함이 들었다. 그리고 샤워 후 먹는 짜릿한 아침식사. 역시 이 맛에 뛰는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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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냐 시간이냐


거의 반년동안 이렇게 뛰었는데 그냥저냥 건강이 최우선의 목적이고 뛰다 보면 언젠가는 실력이 늘겠지 싶어서 같은 루틴을 고집했다. 그래도 기왕 뛰기 시작한 건데 조금이라도 빨라져야 하지 않나? 하고 보니 내 기록은 처음에 뛸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긴 생각해 보니 일주일에 10km 정도밖에 못 뛰는 거고 그마저도 빠지는 날도 있긴 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는 처음보다는 5km이 제법 뛸만해졌다는 것이다. 속도는 많이 못 내지만 나름대로 지루하지 않게 음악도 들으면서 가고 지구력도 좋아진 느낌이다.

음, 이제 조금 더 욕심을 내봐야 하는 건가?


나는 내가 흔히 말하는 런린이 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찾아보니 그냥 신생아 수준이었다.

커뮤니티 같은데 보면 본인은 런린이라고 소개하는데 페이스가 막 5분 40초 이러고.. 어? 저 정도 돼야 런린이라고 하는 건가? 한 달에 마일리지*가 100km는 된다고 하고. 어떤 어린이가 저렇게 뛴단 말이냐!


고민 끝에 횟수를 주 3회로 늘리고 운동시간을 40분 정도로 잡았다. 어디 가서 런린이라고 수줍게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되고 싶었다.

그동안은 근력 운동에 비중을 많이 뒀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뛰는데 시간을 좀 더 주기로 했다.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것도 고려해 봤는데 속도는 살을 더 빼야 빨라질 거 같아 일단 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아무튼 운동시간을 늘리려면 자연스럽게 기상시간도 앞당겨진다.

그동안의 루틴은

5시에 기상

옷 갈아입고

10분 정도 스트레칭

하천까지 10분 정도 이동

5시 반 정도에 조깅시작

이 루틴만 계속 반복했었다.


이제 10분 더 운동하려면 10분만 일찍 일어나려 했는데 요즘 여름이다 보니 해가 너무 빨리 뜨더라. 그래서 해가 많이 뜨기 전에 운동을 마치기 위해서 30분 일찍 일어나는 선택을 했다. 30분 일찍 일어나려면 그만큼 빨리 잠들어야 하는데 남들에게는 초저녁일 수도 있는 9시에 침대에 눕는다. 이거 참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네.


그러다가도 어쩐지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잠들고 있다. 두근두근.


나만 몰랐던 러닝 용어
*마일리지 (Mileage): 한 주 또는 한 달 동안 달린 총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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