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터레스 박살 메뉴
예로부터 이런 말이 있다.
몸에 나쁜 음식이 맛있다.
맛있는 게 건강에도 좋으면 좋겠지만 그 둘은 항상 반비례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혀 끝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과 자극적인 양념은 한 번 맛보면 멈출 수 없고 이내 비만과 성인병이라는 경고장을 받아든.
그렇지만 반대로 맛없고 건강에 좋은 음식은 정신건강에 위험하다. 인간의 엄청난 식욕은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 각종 다이어트 약과 시술 등이 생겨나는 세상이다. 그래도 맛있는 건 참을 수 없고 행복하게 해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요즘 미디어에서 다이어트와 건강에 최악이라고 미워하지만 배달앱을 열면 상위 5위 권에 항상 있는 메뉴. 어디에나 있고 집집마다 레시피가 천차만별인 오늘의 메뉴는 떡볶이다.
빨간 맛의 시작
우리나라 음식은 빨간 음식이 많다. 김치부터 시작해서 짬뽕, 김치찌개, 라면, 제육볶음 등 일단 재료에 고춧가루와 고추장부터 넣고 본다. 떡볶이도 고추장베이스로 매콤 달콤한 게 특징이다.
이 떡볶이의 시초를 찾아보면 조선 말기에 편찬된 '시의전서'라는 조리서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흰 가래떡과 참기름, 버섯, 파 등을 함께 볶아 만든 고급스러운 궁중음식이었다. 지금도 뷔페 같은 데서 보이는 궁중떢볶이가 이 조리법을 응용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추장베이스의 떡볶이는 1950년대에 탄생했다. 지금도 떡볶이로 유명한 신당동의 마복림 할머니의 의해서 말이다. 오래전 CF 속 ‘며느리도 몰라~’라는 카피로 더 유명해진 분이다. 빨간 떡볶이의 탄생에 대한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 전쟁 이후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 마복림 할머니는 집안의 귀한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중국집을 찾는다. 당시 중국음식은 비쌌기에 다른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쉽게 음식에 손을 못 댄다. 그러다가 만만한 개업식 떡이나 먹으려 손을 뻗는데 실수로 이 떡을 짜장면에 떨어뜨린다.
짜장면이 묻은 떡은 꽤 맛있었지만 짜장소스는 어쩐지 느끼했다. 그리고 춘장은 비싼 식재료였기에 고추장을 섞어 본인만의 레시피로 떡볶이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 마복림 할머니의 떡볶이집이 신당동에 처음 생겼는데 이후로 주변에 비슷하게 파는 집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의 떡볶이거리가 탄생했다.
떡볶이는 이처럼 꽤 현대에 와서 생겨난 요리라 오직 남한에만 존재하는 요리다. (북한에는 없다고 한다)
처음엔 단순히 야채와 고추장, 떡을 볶아서 팔다가 각종 사리를 넣어 먹는 즉석떡볶이 형태로 발전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게 된다.
떡볶이는 생각보다 만들기 쉽다. 레시피가 간단하기 때문에 집에서 요리해 먹기 좋은 요리다. 들어가는 재료도 고가가 아니기 때문에 양껏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밖에서 사 먹는 떡볶이의 가격이 많이 오른 요즘 집에서 각자의 떡볶이 레시피도 많이 전파되고 있다.
학교 앞 떡볶이가 해외로
학교 앞에 분식집은 꼭 있고 그곳의 주력 메뉴는 떡볶이다. 배고픈 학생들에게 싸고 맛있는 떡볶이는 언제나 인기만점이다. 떡볶이 1인분에 오뎅국물 조합은 분식집의 완벽한 메뉴다.
떡볶이랑 비슷하지만 더 간단한 떡꼬치와 집에 가면서 들고 가는 컵떡볶이 하나면 집으로 가는 길이 즐겁기만 하다. 떡볶이는 꾸준한 인기메뉴이지만 바로 이런 추억 때문에 더 찾게 되는 메뉴가 아닐까 싶다. 우리에겐 추억과 함께해 익숙해졌지만 요즘은 세계적으로도 많이 유명해졌다.
역시나 K콘텐츠 영향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메뉴가 됐다. 이미 신전떡볶이, 죠스떡볶이 같은 프랜차이즈는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까지 매장을 내고 있고 매운맛이 부담스러운 나라에서는 현지화를 잘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맛을 그들도 알아버렸으니 전 세계적으로 중독자가 넘쳐날 수도 있겠다.
종류가 왜 이렇게 많아?
매콤 달콤 떡볶이에서 어느 순간 강렬한 매운맛이 유행하면서 엽떡 같은 매운 떡볶이가 생겨났다. 단순히 매운 게 아니라 고통스럽게 맵다. 엽떡 매운맛 챌린지가 있을 정도. 매운 떡볶이라는 한 꼭지가 생기고 난 이후 떡볶이의 종류는 엄청 다양해졌다.
요즘 가장 인기가 좋다는 로제 떡볶이부터 시작해서, 짜장, 카레, 마라는 물론 크림 떡볶이나 치즈떡볶이까지 생겨났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메뉴가 탄생하고 다. 그리고 다른 음식, 특히 기름진 음식과 조합이 좋다 보니 치킨과 함께 세트로 파는 치떡도 있다.
예전엔 단순히 밀떡이냐 쌀떡이냐로도 논쟁이 많았었는데 이제는 뭘 놓고 논쟁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다. 새로운 소스나 메뉴의 조합도 다양하고 특이한 레시피도 도전해 볼 수 있다.
결국 떡볶이는 단순한 분식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학교 앞 500원짜리 추억’이고, 또 누군가에겐 ‘퇴근 후 치즈 듬뿍 얹은 힐링 푸드’다. 요즘은 외국인들도 “Spicy! But Delicious!”라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젓가락을 멈추지 않는다.
매콤 달콤 기본 맛부터 로제, 치즈, 카레, 마라까지… 떡볶이는 이미 메뉴판의 멀티우주다. “오늘은 어떤 세계관의 떡볶이를 먹을까?” 고민하는 순간, 이미 당신은 떡볶이 중독자다.
그러니 떡볶이를 건강과 칼로리의 적이라 욕하지 말자. 한입 넣는 순간 세상 근심이 잠시 멈추고, 땀 한 방울과 함께 기분까지 풀리는 음식이니까.
결론은 간단하다.
떡볶이는 죄가 없다. 잘못은 멈추지 못하는 우리에게 있을 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떡볶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