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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H Jul 28. 2020

상실의 시대, 아듀 블랙베리

떠나보내야 할 옛 우상에게 대접하고픈 몇 가지

2022년 7월, 한 시대를 장식했던 블랙베리 폰의 모든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한다.

2년 전, 회사의 통신사 혜택을 포기하면서까지 손에 어렵사리 넣었던 블랙베리 키2 시리즈다. '30만 원짜리' 알뜰폰, 별나다는 동료들과 상사들의 시선, 자판을 제외하고 여전한 기능적 불편까지 무릅쓰며 장만한 이 녀석과는 오래가고 싶었다. 대학생 시절, 블랙베리는 내게 우상이자 슈퍼스타였기 때문에. 

아이폰이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시절에도, 그 뒤를 이어 등장한 갤럭시 시리즈와 치고받던 시절에도 카톡조차 안 되던 조그마한 구형폰은 아름다웠다. 올 블랙의 심플한 디자인, 유독 작은 내 손에 딱 맞는 작은 크기, 그리고 그에 맞는 작은 쿼티 자판까지. 직장에 들어가던, 사업을 시작하던 내 최초의 사회용 폰은 블랙베리여야만 했다. 

 

치기 어린 약속은 언제나 현실에 치이는 법이다. 스마트폰들은 갈수록 다양한 기능을 뽐냈고, 수많은 앱들이 내 눈을 홀리며 유혹의 손길을 건네 왔다. 테크의 왕국인 우리나라에서 블랙베리는 일찌감치 퇴물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취업을 하였고, 블랙베리가 아닌 다른 폰이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간신히 그 다짐을 기억하여 재회한 지 2년 만에, 이번에는 영원히 헤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지 않는가.

그래서 카메라도 잘 작동하고, 액정도 깨진 적 없고 쿼티 자판의 감각이 아직 살아 있을 때, 화려한 조명이 빛날 때 내 우상의 흔적이 남을 수 있는 몇 가지 추억을 남겨보려고 한다. 

신선한 재료가 듬뿍 들어간 맛있는 음식도 찍고, 추억에 젖어들 수 있는 공간에 가서 함께 잠도 자려고 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 채워, 가끔 라떼가 생각날 때 집어볼 수 있도록 전원 버튼을 꾹 누르려고 한다. 



떠나보내야 하는 옛 우상님, 제 곁을 떠나기 전까지 맛있고 예쁘고 멋있는 것들만 함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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