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성실히 일하던 후배가 인사평가 결과로 힘든 마음을 보여주었을 때, 순간 턱 하고 숨이 막혔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난감한 순간이었다. 잔뜩 풀 죽은 후배에게 힘을 내라거나,내년에 더 열심히 하면 되지라는 뻔한 위로는 안 하는 것이 나았다.
회사의 평가는 한 번도공정한 적 없었다는 말을 속으로 꾹 참고,기운 빠지겠지만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열심히 한자신에게 평가를 해주자고 말해 주었다. 상심한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인사평가의 시기가 지나가고 말았다. 회사원의 평가란 연초에 설정한 업무 목표를 한 해 동안 얼마나 성실히 수행했고성과와 연결했는지를객관적으로 평가받는 일이다.결과는 1차 상사와 2차 상사를 거쳐 S, A, B, C (아주 드물게 D)라는 최종 등급으로 환산되어 통보받고, 이는 다음 해 월급과 연계된다. 그야말로 '어른의 성적표'인 셈이다.
문제는 '객관성'이다. 회사는 매번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지향하지만, 평가자의 주관적인 의지가 더 많이개입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특히감정적이고 무능한 상사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실제로평소 눈밖에 난 직원이 박탈감을더 많이 느끼도록나머지 모두에게 좋은 등급을 부여한 상사가 있었다. 인사평가를 직원에 대한 감정해소를 목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처럼 어른의 성적표는 이상한 데다 치사하기까지 해서, 반드시누군가는 마음이 상하고야 만다.
좋지 않은성적을 받고도 평정심을 유지하기란얼마나 어려운가.그런 때일수록 '자기 자신을 믿는 마음'이 필요하다. 평가자 마음에 따라 휙 휙 바뀌는 이상한 어른의 성적표 때문에,부디 스스로를 무능한 사람으로 여겨 비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회사를 탓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거나,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며일상을 지켜갈 것을 권하고 싶다.열심히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저앉아 버리면, 정말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인사부서에서 오랫동안 인재육성을 담당해 온 나는 매년 평가가 끝나고 나면 마음이 무겁다. 서로의 성과를 인정하고 부족함을 끌어안으며 행복하게 일할 수는 없는 걸까?일터에서는 누구나 성장할 수 있다고굳게믿는 내겐 다 큰 어른들을 A, B, C로 등급을 매기며 줄 세우는 일은 매년 너무 가혹하게만 느껴진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일터의 마음> 연재는 주 1회 발행되며 10화로 구성됩니다. 회사에서 마음 고민이 있나요? sammykhim@daum.net으로 보내주세요. 흔들리는 마음을 어떻게 보살피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 드릴게요. *선정된 사연은 각색되어 그림과 글로 소개될 수 있습니다.*
글, 그림: 꽃개미
낮에는 HR 부서 교육담당자로 일하고 퇴근 후 그림일기로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 공황장애 에세이 <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 <엄마가 되었지만, 저도 소중합니다>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