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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 Sep 13. 2021

"네가 보는 게 진짜 맞나?"

차가운 세계, 거울의 말

* 사물의 입장에서 쓴 글



  뭘 보나. 너는 무엇을 보고 있나. 너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다 생각하나. 네 눈 앞에 있는 것은 너인가. 너는 눈 앞에 있는 자가 너라는 걸 어떻게 아나. 네 눈 앞에 있는 자가 너라고 증명해 보아라. 너 혼자 너를 증명하기가 어려운가. 그럼 타자(他者)를 옆에 세워 보아라. 이 때의 타자는 네가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네가 믿을 만한 사람이 너 이외의 타인에게도 믿을 만한 사람인지는 장담하지 마라. 믿음을 강요하지 마라. 타자가 옆에 있다. 그렇게 가정하자. 타자는 너에게 거울에 비치는 자가 너라는 증명을 해준다. 눈 앞에 있는 자와 내가 비추는 자가 일치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저 자의 말을 너는 믿나. 믿을 수 있나. 나는 확신이 무서운데 너는 그 확신을 확신한다. 맞나. 그런가. 눈에 보이는 게 확실하면 정확하게 확실한가. 그런가. 너의 눈으로 보아라. 네 앞에서 확실하다고 말하는 그를 보아라. 네가 보는 그 사람과 내가 비추는 그 사람은 같은 사람 맞나. 같아 보이는 것인지 같은 사람인지 너는 어떻게 확신하나. 나도 몰라서 묻는다. 나는 그냥 여기 있다. 나는 대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침묵이다. 나는 다만 침묵으로 질문 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게 모순이라 생각하는가. 침묵과 질문이 충돌하나. 너는 침묵으로 대답의 의무를 느껴본 적 없나. 너는 곳곳의 견고한 평화가 질문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나. 나는 열려 있다. 너는 나를 들여다 본다. 너는 나를 들여다 보기만 하면 된다. 뭐가 있나. 누가 보이나. 너는 너인가. 너인 너는 무엇이고 너 아닌 너는 무엇인가. 너는 오늘 아침 무슨 가면을 쓰고 집을 나섰나. 아침에 쓰고 나간 가면이 훼손되거나 구겨지지 않은 상태로 돌아온 적 있나. 아침의 가면이 진짜인가, 저녁의 구겨진 네가 진짜인가. 진짜는 뭔가. 진짜는 있나. 진짜와 가짜는 뭔가. 너는 진짜 너를 살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하지만 진짜라는 게 진짜 뭔가. 너는 ‘진정성’과 ‘순수’라는 말이 우스워지는 꼴을 본다. 너는 결연한 표정으로 진정성을 말하면 그것이 진정성 있다고 생각하는가. 너는 순수 순수 순수 해 본다. 순수는 흩어지고 사라진다. 그것은 말이다. 말을 믿나. 설마 그런가. 그러면 침묵만 해야 하냐고 물을 텐가. 너는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는 자인가. 설마 그런가. 처음으로 돌아가자. 나를 똑바로 보아라. 정면을 응시해라. 너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나. 제대로 보고 있나. 나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데 너는 다 본다고 생각한다. 너는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해야 한다. 너는 눈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도 이게 맞는지 모르는 채로 남을 판단한다. 진실은 하나인가. 네가 보는 진실은 진실 맞나. 네가 보는 진실은 너에게만 진실 아닌가. 그렇다면 그것은 진실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닌 건가. 너는 최근 네가 맞다고 보았던 세계의 일부가 추악한 단면을 드러내는 꼴을 보았다. 진실은 추악하다. 그렇다면 보지 말아야 하나. 나를 똑바로 보아라. 똑바로 보아라. 이제 나를 똑바로 보라는 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해 보아라.     


2016. 11. 2



* 써두었던 글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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