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도 타고나는 세상인데.
어릴 때는 빈곤한 사람들을 보면 노력을 안 해서 저런 삶을 살게 되지 않았나 생각하곤 했다. 세상에는 분명 게으르게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린 나는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만 그런 사람들을 짊어지고 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꼭 노력을 통해서 부유해진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 세상은 굉장히 불공평하고, 딱히 개인의 노력 여부가 인생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사람은 어찌 보면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상대적인 것 같다. 부모의 재산, 집안 같은 것은 둘째치고 지식 습득 능력, 예술적 감성, 체력, 키, 외모 등 사람의 본질 자체에서 이미 불평등은 시작되지 않는가 생각해본다. 여기에 시대적 상황까지 짬뽕이 돼버린다. 어떤 시대는 경제가 부흥했고, 어떤 시대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각 개인의 삶에 큰 차이를 만든다. 근데 가끔씩 어떤 사람들은 이런 여러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개인의 ‘노력’으로써 이 모든 것을 극복 가능한 것처럼 말한다. 보통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그런 사람들의 경우도 노력만으로 성공한 것은 아닌데 그렇게 포장되곤 한다. 아무리 그분들이 무일푼에서 시작했다고 한들 100% 노력만으로 그들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사업적 감각, 열정, 사회적 경제상황 모두 타고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덤으로 운도 따라주었을 것이고.
이런 사례는 정말 수도 없이 많다. 예술뿐만 아니라 학업 성적 또한 노력만으로 천재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세상에 공평하게 노력으로 승패를 좌우하는 분야가 있을까? 감히 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본다. 심지어 노력하는 성향조차 유전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뭐가 되었든 남과 비교하는 것은 너무나 무자비한 자기 학대다. 우리는 모두 다른 출발점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누군가 나보다 앞서간다고 크게 시무룩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 나보다 뒤처졌다고 크게 우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애초에 사람이 무슨 경주마도 아니고 왜 이렇게 줄 세우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각자의 그릇만큼 행복하게 살다가 가면 안 되는 걸까. 남에게 피해 안 끼치고, 본인만 행복하다면 적당히 게으르든 부지런하든 사실 뭐가 그리 큰 잘못일까?
모두 같은 외형, 같은 능력치에서 시작해서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상은 얼마나 이상적인 세계인가 생각해본다. (어쩌면 더 잔인한 세상일지도) 하지만 그런 세상이 올 일은 없기에 각 개인의 능력치보다 행복이 우선이 되는 세상이 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