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의 해방 일지>에 빠져있다. 작가의 전작인 <또 오해영>이나 <나의 아저씨>도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정말이지 나의 최애 중 하나가 될 느낌. 매 회 둘러앉아 묵묵히 밥 먹는 장면만 5번 이상은 나오는 것 같은 이 드라마는 한없이 진지하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b급 유머들이 튀어나오고 소설에 가까운 대사들이 신선하게 버무려진다.
특히 우리의 추앙녀, 염미정이 해방 클럽을 결성하고 뚫고 나갈 거야라고 했을 때 그 말이 웃기면서도 묵직하더라. 그래서 이번 주 요가를 하면서 나도 속으로 여러 차례 외쳤다, 뚫고 나갈 거라고.
수련을 하다 보면 막히는 부분이 생긴다. 애를 쓰는 데도 절대 뚫리지 않는 벽 앞에 선 막막한 기분. 나 같은 경우는 어깨가 힘이 없고 너무 말린 편이어서 어깨를 여는 자세가 힘든데 가슴을 바닥에 닿게 하고 앞으로 주욱 뻗는 우타나 비달라 아사나(고양이 자세)나 몸을 뒤집어 팔로 머리를 감싸고 다리를 죽 뻗고 서는 드위파다비파리타단다사나(아치 자세)가 대표적이다.
우타나 비달라 아사나를 하면 바닥에 가슴이 편안하게 닿지 않아 무게가 턱으로 쏠려 통증이 심하다보니 여기서 한 다리씩 들어 올리고 반대 팔로 잡는 건 거의 쥐어짜듯 안간힘을 써도 될까 말까. 샤워를 하며 보니 흉통에 피멍이 살짝 들었는데 이렇게 애를 써도 안되다니 새삼 속이 상한다.
얼마 전 <서울 체크인>에서 난 몇 년째 못하고 있는 시르사 아사나를 엄정화랑 김완선은 (모두 나보다 한참 언니들인데) 단숨에 해내는 걸 보자니 놀랍고 허무했다.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라는 효리 언니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이번 주는 벽에 기대지 않고 온전한 시르사 아사나에 도전. 팔로 머리를 받치고 무릎을 접고 들어 올리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다리를 주욱 펴는 게 아직 안된다. 그래도 어제 아쉬탕가에서 몇 초간 버텼으니 오늘 하타에서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끝내 몇 초 버티지 못하고 뒤로 굴렀다. 몇 년을 간절한 마음으로 애쓰는데도 이 정도니 내겐 불가능한건가?
도저히 내 능력 밖의 일인 것만 같은 절망적인 기분일 때 어여쁜 염미정의 얼굴을 떠올렸다. 씩 웃으면서 뚫고 나갈 거야라고 했던 그 모습, 그 기분. 무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를 가로막는 것들을 하나씩 해치우며 나아갈 거란 분명한 방향과 희망.
그래, 영원히 벽의 도움 없인 안될 것만 같았는데 이제 그냥 매트 위에 오롯이 머리를 대었잖아. 천천히 돌고래 자세로 한발 한발 머리 쪽으로 움직이며 할 수 있은 곳에서 머무른다 마음을 다잡았고 실제로 반 즈음은 완성을 했으니 적어도 조금 더 용감한 사람은 된 거다. 다음 주는 조금 더 뚫고 나갈 거야. 나만의 해방 일지를 쓰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