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만 명 즈음은 뭐. 그 안에 나는 안 들어갈 것만 같았다.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나봐 시답잖은 농이나 하며 그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뒤늦게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우리 집. 요즈음 여러모로 일이 많아 피곤했던 남편이 먼저, 이틀 후 내가 나란히 걸렸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둘 다 미각, 후각 손실 없이 일반 감기 정도로 앓았고 아이는 끝까지 걸리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
하지만 일주일도 넘게 꼼짝없이 앉거나 누워만 지냈더니 몸이 무겁고 멍했다. 안 되겠다 싶어 집에서 혼자 매트를 펴고 기본적인 다운독 자세만 취해도 이내 뒷다리가 땅겼다. 평소 비염이 있어서 그런지 코로나 증상이 주로 콧물로 나타나서 호흡이 쉽지 않았다. 며칠 만에 이렇게 도루묵이 되었다니 허무하고 속상했다.
코로나로 아픈 것 자체보다는 거의 열흘 동안 요가원 포함 아무 데도 못 나가고 격리한 게 더 고역이었다. 격리는 격리인데 다 같이 꼼짝없이 집에 모여 있자니 (엄마는 코로나 걸려도 할 일이 많더라) 혼자 격리하고 쉬는 게 아닌 점도. 그래서 격리가 끝난 다음 날 아침 요가원부터 달려갔다.
마침내 오롯이 홀로 고요히 매트 안에 머무를 수 있다는 기쁨. 가만 눈을 감고 깊이 호흡했다. 수련을 하면 할수록 가장 중요한 건 호흡이라는 사실에 동의하게 되는데 동시에 어렵기도 해서 아직도 우짜이 호흡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복부를 당기고 양쪽 흉곽을 비슷하게 열고 닫으며 공기를 채운다는 느낌으로 시도해본다. 그것만으로도 불안정했던 지난 열흘의 시간이 치유되는 느낌.
아무래도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에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마음먹고 수련실에 들어갔으니 도전 자세보다는 다운독, 부장가아사나(코브라 자세)처럼 기초적인 자세들을 마치 처음 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공들였다. 뭉쳤던 어깨 근육들과 햄스트링 근육들이 하나하나 풀리고 뒷목이 편안해졌다. 몸과 마음의 완전한 이완이었다. 며칠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훌쩍 날렸다.
다시 0부터 시작해야 할 줄 알았는데 몸은 딱 열흘 전 멈췄던 그 지점에 있다. 여전히 시르사 아사나는 무릎을 온전히 펼 수 없었고 우르드바 다누라는 팔로 힘이 많이 쏠려 오래 머물거나 한 다리씩 들어 올리는 에카파다 우르드바 다누라는 어려운 게 나의 한계. 하지만 이게 어딘가. 난 충분히 만족했다.
매일이 별 일 없이 흐를 때 도리어 내 삶은 왜 초라할까 싶은 순간들이 자주 있었던 것 같다. 해야 할 일을 두서없이 바쁘게 해 나가며 안간힘을 써보는데 남은 건 하나 없는 방전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코로나를 온몸으로 맞닥드려보니 일상에 무심하지 않도록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구나 싶다.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운이 나빠 상황이 훨씬 안 좋을 수도 있었을 테고 당장 눈에 보이는 대단한 결과는 없었어도 애를 쓴 덕에 이만큼이나마 유지하고 있었던 거다. 숨 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이번 주도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