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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Brain Drain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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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Feb 06. 2021

나는 가끔 고양이가 부러울 때가 있다

비생산성을 띈 채로 완전한 그들이 종종 부럽다


4차 산업이 대두된 후로 우리는 각종 매체를 통해 '평생 공부'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한 직장이라는 개념도 점점 빛바래 가는 요즈음.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새로 배우고 적응하며 전보다 더 발전돼야 할 무언의 압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는 대학교만 가면 더 이상 내 인생의 공부는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 학기 취준 시즌이 되자 나는 전공 공부와는 일말의 관련성도 없는 인·적성을 비롯한 자소서 쓰기 스킬 등을 연마해야 했다.


취업한 뒤에도 역시 다른 공부는 계속 이어졌다. 승진을 위해서 영어 점수를 갱신하거나 승진 대상자들이 치르는 시험을 따로 또 공부해야 했고,


퇴근 후에는 또 다른 제2의 적성을 찾아 아카데미아로 향하기도 했다.


퇴사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이 세상은 내게 돈을 치를만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되어라 종용함과 동시에(프로가 되어라 종용함과 동시에)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아웃풋을 뽑아내기를 기대하고 있구나. X팔.'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처럼 쉼 없이 생산적이어야 함과 동시에 아웃풋의 질까지 높여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하는 운명에 처해진 것이었다.


놈의 사회라는 곳은 내가 나의 진로와 적성을 찾기까지의 탐험 시간을 참고 기다려 줄 의향이 딱히 없는 듯 했다. 


아, 팍팍하구나. 내가 회사라면 따로 R&D 팀이 있기라도 할 텐데.


적성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실패할 기회도, 시간도, 돈도 없는 한정된 젊음이란.


마치 단 한 발의 총알만 장전된 총구를 머리에 겨눈 채 러시안룰렛을 돌리는 것처럼 과녁을 향해 매 한발 한 발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 조준을 하고 당겨야 한다. 연습 사격 따위는 없다.


피곤한 긴장의 연속이다.


휴!




이런 현타를 맞는 날엔 문득 집고양이의 삶이 부러워지고는 한다.


비생산성을 띈 채로 완전한 그들이 종종 부럽다


집고양이들이 온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밥 먹기, 일광욕, 낮잠 자기, 그루밍하기, 놀기, 화장실 가기가 전부다.


다른 종족인 개들처럼 공항에서 마약 탐지를 한다던가, 맹인 안내를 한다던가, 범인을 추격한다던가 하는 고된 노동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그저 빈둥거리며 날을 보 뿐이다.


가끔 기분이 내키면 집사에게 옛다~ 하는 식으로 애교를 선보이는 잡무도 가끔 하긴 한다만.


어쨌생산성이라고는 온종일 뿜어대는 털밖에 없는 집고양이들.


그런데도 그들은 그 비생산적인 특징을 가진 채로도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것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무언가 잘못을 해도,


'고양이가 다 그렇지! 하지만 어때? 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잖아?'


라는 애정이 어린 말을 듣는 고양이처럼.


우리네 인간이 무언가 실수를 저지르거나 길을 잘못 들었을 때도,


'인간이 다 그렇지! 하지만 어때? 봐, 인간이란 자체로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럽잖아?'


라고 머리를 쓰다듬어줄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괜찮다-옹! 인간!





왜 인간은 그럴 수 없을까?




... 음...




아무래도 인간이 고양이만큼 귀엽지 않아서겠지?








        



자는 것도 예쁜 내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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