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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있는 자들

처절한 삶

by 부소유 Mar 12. 2025
길란 작가의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1. 느낀 점


본 단편 소설은 가난이라는 키워드로 처절한 고난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주인공은 엄마와 단둘이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들은 임대 주택에 충분하게 들어갈 정도의 가난에 만족한다. 애매하게 가난하면 주거지를 구하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대주택에 들어갈 조건을 맞추기 위해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알바를 하며 주거급여 수급자가 되기 위한 소득도 맞췄다.


이들은 환불받기 위한 상한 과일을 발견하기를 기대하며, 병원비를 아끼며 정말 가난한 상황에서도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고발로 부정수급자 신고를 당했다. 주인공은 앞으로 평생 주거급여를 받으며 살 계획까지 철저하게 세워두었다. 수영장에서 만난 언니에게도 그렇게 살기를 추천한다. 그렇게  스스로 복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주인공의 옆에 앉아서 아마도 상했거나 상해 있기를 바랐던 복숭아를 먹고 배가 아픈 배를 쥐어잡다가 성경 옮겨 쓰기를 하는 엄마의 모습은 어쩐지 애달프고 안타깝다. 결국 종양이 발견되어 수술비를 구하려고 했지만 그것마저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돈을 빌리는 일도 실패하고, 주거급여 심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가난한 사람만 듣게 되는 개구리울음소리,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기 힘든 수영실력, 그저 기도만 하고 앉아 있는 엄마의 모습은, 주인공이 아무리 애를 써도 살기 힘든 현실의 혹독한 그늘을 보여준다. 특히, 더운 여름 집에서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놓고 카디건을 입고 있는 사람과 문을 열고 개구리 소음에 신음하는 모습이 완전히 대비되며 주인공이 느끼는 억한 감정이 더 가까이 느껴진다. 더욱 안타깝고 씁쓸한 점은 주인공이 아무리 고민해 봐도 딱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욕설을 하며 발로 연못을 짓밟는 부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주인공이 무력하게 그저 개구리알을 쏟는 모습은 현실을 보고 싶지 않은 가난한 사람의 소리 없는 강력한 외침이 느껴졌다.


한 마디로 본 단편 소설은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너무 극적인 상황까지 밀어 넣어서 만든 처절한 소설이다.



2. 좋았던 부분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운이 좋았던 거라는 걸 모른다. 어떻게 그렇게 순진하고 무지할 수 있을까? 나는 언니에게 묻고 싶었다. 언니는 노숙자가 일 안 하고 화장실 쓰는 건 싫으면서 건 물주가 일 안 하고 돈 버는 건 괜찮아? 하지만 차마 내뱉지는 못했다.


-. 노동을 하고 그만큼의 보상을 받거나 부족하거나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게 당연한 게 아니고 운이 좋은 상활이 될 수 있다는 데 공감이 된다. 다만, 노숙자나 건물주에 대한 비유는 조금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비닐봉지를 뜯었다. 뜯어진 봉지에서 개구리알이 쏟아져 나왔다. 백여 개의 개구리알이. 이 알에서 부화한 올챙이들은 서로를 잡아먹으며 자라날 것이다. 그리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비명을 지를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간절히 구원을 바라는 마음으로.


-. 개구리를 통한 주인공의 가난한 상황에 대한 절규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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