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연 작가 쓰고 그린 그림책.
무거운 마음의 소녀가 집에서 우울감에 빠져있다가 문 앞에서 들린 어떤 소리에 문을 열어본다. 문 앞에는 사과가 놓여있다. 소녀는 사과를 챙겨 산책을 시작한다. 넘어졌는데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들은 함께 나무 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아 챙겨 온 사과를 나눠 먹는다. 다정해 보이는 나무는 배려해 주려는 자세와 표정으로 뒤에서 이들을 바라본다. 소녀는 사과씨를 벤치 옆에 묻어준다.
소녀는 다시 혼자 산책을 하다가 뒤집어진 무당벌레를 만난다. 괜찮냐는 소녀의 걱정 어린 말에 무당벌레는 넘어져서 하늘을 보는 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곧 몸을 뒤집어서 날아오른다. 이후 소녀는 ‘아무나 티타임’에 들러 차를 한잔 하고, 떨어진 먹구름을 위로해 주며, 언덕을 넘어, 자연을 즐기며, 거대한 누군가를 만난다.
사과씨는 새싹이 되었고, 소녀는 다른 누군가의 집 앞에 사과를 놓고 간다.
귀여운 서체의 제목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감자 혹은 나무로 보이는 크고 귀여운 표정을 한 캐릭터가 누군가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늘에는 이 책의 주인공인 주황색 코트를 입은 소녀와 온몸이 민트색과 줄무늬로 가득한 장발의 캐릭터가 벤치에 앉아 있다. 이 둘은 뭔가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에 놓고 앉아 있다.
뒤표지에는 나무 세 그루, 그리고 외딴집이 있다. 누가 사는 집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앞면지에도 역시 집 한 채와 나무 몇 그루가 띄엄띄엄 있고, 뒷면지에는 편안한 표정의 소녀가 걷고 있으며, 집에는 다른 소녀가 얼굴을 감싸고 있다. 어딘가 힘들어 보인다. 특이한 것으로 집 앞에 빨간 사과가 놓여있다.
이 그림책은 무거운 감정을 위로해 주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소녀는 무거운 마음을 떨쳐버리고 산책을 나섰다. 그 계기는 작은 사과였다. 다정한 누군가의 위로, 혹은 자연의 위로다. 그렇게 시작한 산책으로 소소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한다. 결국 그 경험으로 위로받고 다른 누군가를 위로해 준다.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는다. 우리도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난 위로받고 싶어서 누군가를 위로하고 다니는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책의 그림 또한 다정함이 느껴진다. 감성적이고, 편안한 그림체다. 대부분의 그림이 무채색이다. 색이 있는 그림은 소녀의 집에 들어오는 빛, 사과, 소녀의 코트, 휘날리는 작은 나뭇잎과 열매, 무당벌레, 그리고 달이 있었고, 연한 색의 집바지와 소녀의 친구, 친구들이 있었다. 다양한 그림에 비해 아주 작은 것들이 색을 갖고 있었고, 그 작은 존재들이 소녀를 위로해 줬다. 이처럼 의외로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들은 아주 작은 것들이다.
인생의 중반, 위로받고 싶은 나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토론하며 위로받고 있다. 오늘도 난 하루 종일 위로받고 위로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중고책 서점으로 다정한 산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