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빅워크
"결혼하고 애 낳으면 끝이잖아, 다 그냥 현실에 만족하고 회사사람이 되잖아."
[총각]
결혼 전, 열정이 넘치던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 바로 근처에, 사무실을 내서 사업을 했다. 18~19시 사이에 퇴근하면, 잠깐 밥 먹고 19시 30분까지 다시 출근하고 새벽 1시넘어 퇴근하는 이부작 삶을 살았다. 낮에는 사원이었는데, 밤에는 대표로 불렸다. 그때 나는 회사의 옆 선배들을 바라보며 저렇게 회사에 충성하는 삶을 살지 않겠노라 이야기하곤 했었다.
[유부남]
결혼을 했다. 사이드프로젝트들로 하던 사업들도 모두 정리되고, 5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더 기다릴 수 없다는 압박에 결혼을 했다. (철없던 시절, 지금의 아내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정신없이 살았을 것 같다.)그리고 2년 후 첫째를 낳았다. 사업을 종료할 시기, 심한 번아웃이 와서 결혼생활을 하면서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회사-집-종종 친구들. 삶이 단순해졌다.
[아빠]
아들을 만났다. 반가움도 잠시, 신의 장난처럼, 유전적 질환(강직성척추염)이 심각해졌고, 합병증으로 1년간 5번 수술을 했다. 아들이 태어난 것이 7월, 첫 수술이 10월, 그리고 아들이 돌 지날 때까지도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빠로서 정체성이 자리 잡기도 전에, 그런 노력을 하기도 전에 건강이 무너졌다.
회사-집. 이 두 개의 공간에서도 겨우 겨우 버텨나갔다. 신이 장난도 쳤지만, 그 와중에 배려를 해주기도 했다. 코로나가 퍼지면서 재택근무가 가능해졌다. 나는 팀원들의 배려를 받아, 장기간 재택근무로 업무를 봤다. 회사-집, 이 두 공간이 하나로 합쳐졌다. 극 외향적인 내가, 집 안에 있는 집돌이가 되는 그 시간들이 너무 힘들었다.
과거 총각 때 이야기하던 삶이, 현실이 되었다. 결혼하고 애 낳으니, 모든 삶이 단절되고 단순해지고, 건강도 안 좋아서 그 어떤 꿈도 꾸지 못하는 좌절의 시간이 계속 됐다. 꼬물꼬물 아기를 보며, 다짐을 하려 해도 마음까지 지쳐버려서인지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하루종일 멍하니 짤만 보곤 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본 빅워크란 책이 떠올랐다. 통계적으로 모든 개인의 인생은 5년마다 변화가 있기 때문에, 삶을 5년씩 나눠 생각해 보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2022년, 번아웃부터 시작된 삶의 깊은 슬럼프가 딱 5년이 지나는 해였다.
22년, 2월 즈음. 정확히 기억난다. 몸이 조금씩 회복되고 재활운동도 하며, 다시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던 어느 날. 그날부터 아들이 잠든 밤 10시 이후. 나의 시간이 시작됐다.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끊임없이 썼다. 그리고 정확히 지금 1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 나는 365일 중 330일을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썼다. 89권 정도의 책을 읽었으며, 노션에 남긴 글들은 900개가 넘어갔다.
지금 돌아보면, 나에게 지난 5년의 힘든 시기가 나의 마음을 들뜨지 않게,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고, 어떤 것을 놓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해 준 시간이었다. 인생을 1~2년을 보고 준비하는 것이 아닌, 20년짜리 계획으로 준비하는 마음을 갖게 해 준 시간이었다.
총각 때 말했던 말들은 옳지 않았다. 오히려 인생을 더 길게, 아주 깊게 보는 시간이 기다린다. 아빠가 되는 시간이 이렇게 소중한 시간이라고,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인생을 설계하고 준비하는데 가장 좋은 시간이다.
"결혼하고 애 낳으면, 시작이다. 현실을 재구성하고 진짜 꿈을 설계하게 된다"
ACTION
1. 인생을 5년씩 나눠, 각 단계에 주제를 하나씩 써보자.
100세를 잡는다면, 나는 7개 단계를 건너왔고, 13개 단계가 남았다.
그중, 아들이 결혼할 때 쯔음까지는 6번밖에 남지않았다.
2. 각 단계에서 꼭 이루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넣어보자.
5년씩 삶을 구분하여 생각하면, 인생이 갑자기 확 짧은 느낌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5년이란 시간이 휙 지나가버린 것처럼, 지금 있는 이 시간도 너무 빠르게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워크숍을 해보면, 어제와 내일을 차단하여 현재를 살아가라는 여러 석학들의 조언이 더 와닿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