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분만을 하다.
지난 6월의 마지막 날
드디어 나의 두 번째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나는 세상의 빛을 잃을 뻔...
역시 자연분만의 경험은 인간이 겪으면 안 되는 고통임을 다시금 재확인한 것으로 그날을 기억한다.
요즘 분만 방식은 질식분만(자연분만) 보다는 제왕절개 그리고 자연진통보다는 유도분만이 트렌드인 것 같다.
(*유도분만 : 약물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진통을 유발해 출산 예정일보다 앞당겨 질식분만 하는 방식)
현장에 있는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제왕절개를 많이들 한다는 답을 들었고 실제로 며칠 병원에 있어보니 자연분만 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첫째 때 그러했듯 이번에도 역시나 아기가 나올 때가 되어 자연히 진통이 오면 낳는 방식으로,
전 예정일까지 기다렸다가 자연스럽게 진통이 오면 밑으로 낳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분만 방식에 대해 여러 차례 어필했으나 담당 교수는 반대로 여러 차례 나에게 유도분만을 제안해 왔다. 아기가 주수대비 크기도 하고 새벽이나 주말에 진통이 오면 여러 가지로 번거롭기도 하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엥? 번거로울게 뭐가 있을까 새벽이나 주말에 낳게 되면 그냥 당직 의사가 받아주면 될 텐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전공의들이 의사 파업에 참가해 지금 산부인과에 남아있는 의사들이라곤 몇몇 교수들 뿐이라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가 조금은 불편한 상황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안전하게 담당 교수가 상주하고 있는 낮 시간에 맞춰 애를 낳자는 것.
참고로 난 대학병원에서 출산을 해 교수와 전공의의 부재 여부가 유의미했지만, 보통의 로컬여성병원은 파업과는 무관해 주말이든 새벽이든 관계없이 출산이 가능하다.
뉴스에서만 보아오던 #의대정원확대 #의사파업 문제가 이렇게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구나를 느끼며,
남에 일이라고만 여겨왔던 사회 문제에 조금은 더 관심을 갖고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담당 교수의 제안대로 임신 38주 4일 차에 입원을 해 그다음 날 유도분만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한 번의 자연분만 경험이 있던 터라 머릿속에 출산의 전 과정에 대한 이해와 마음의 준비가 다 되어있었다.
반면, 인위적으로 진통을 유발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계획처럼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다면 끝내 제왕절개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또 유도분만의 단점이라 그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결국 잠 한숨 못 자고 버티다 새벽 5시가 되어 본격적으로 그것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공포의 내진... 두둥!
*둘째 아이 출산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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