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공부한 후,
공방에서 목수 생활을 하고 있는 임병희 목수,
'선(先)제작 후(後)도면'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고 해요.
가구는 도면에 따라, 정확하게 그리는 게 중요하죠.
정확한 치수대로, 순서에 따라 가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임병희 목수는 도면 그리는 일보다,
실제 나무를 깎고, 다듬는 일에 더 집중하다보니,
늘 시행착오가 많다고 하네요.
우연한 기회에 나무로 책꽂이를 만들 기회가 있었는데요.
내 마음대로 하는 건 쉬운데,
도면을 그리고, 그 도면대로 소품을 제작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더라구요.
작은 소품하나 만드는 것도 녹록찮은데,
세상일이 계획대로 될거라 믿는 건, 어리석은 생각일 겁니다.
물론 살면서 잘 그려진 도면이나 목차가 있다면
참 좋겠다 싶은 순간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가구의 도면처럼 계획대로 되는 인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삶에는 늘 시행착오가 따르고, 변화가 생기는 걸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삶이 아니라.
잘못된 걸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태도 아닐까 싶습니다.
고치고, 또 고쳐가는 게, 인생의 디폴트 값으로 여겨봅니다.
그러면, 잘못됐다 싶을 땐 언제든 빠꾸 할 수 있으니, 즐겁지 않을까요?
한 번도 고치지 못하는 인생이라면, 사는 내내 얼마나 마음 졸여야 할까요.
매 순간의 선택이, 후회로 남을 수도 있으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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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마로 불리는 '폭싹 속았수다'- 아버지 관식의 명대사처럼
금명아, 아버지 여기 있어.
수 틀리면, 언제든 빠꾸 /처럼요
수 틀리면, 언제든 빠꾸~~
고칠 수 있어서 즐거운 게 인생입니다.
그 생각 하나로 한 주 버텨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