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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ent Doors Jun 18. 2021

친구가 됩니다

밤의 작업실

얘... 얘들아... 그만 쳐다봐...

다윤샘의 작업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작업실에서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작업실에는 주형, 윤예, 윤아, 주영, 하은, 권, 채연, 소아, 가원 이렇게 9명의 아이들이 있었어요. 막상 재료 바구니를 들고 재료바 앞에 서니 어떤 재료로 작업을 구체화를 해야 할지 망설여졌어요. 그러자 아이들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는데, 


"그러니까 집에서 미리미리 생각해서 작업실에 와야죠.” (가원)

"괜찮아요. 일단 뭐라도 하다 보면 다 생각이 나게 돼 있어요.” (채연) 


나름 작업실 선배(?)로서 조언을 해줬어요. 작업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뒷자리의 주영이가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했어요. 정은샘이 언급하신 것처럼 주원이의 질문 세례가 그나마 사무실 안에 있어서 덜했던 것 같아요. 주영이 외에도 다른 아이들의 여러 도움 요청과 질문이 있어 막상 작업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작업을 시작하자 왜 집을 만드는지, 실내 복도의 색을 왜 다르게 했는지, 어떤 각도로 바라본 집인지 등등 작업 내용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어요.











작업실이 있는 곳엔 언제나 샘이 있습니다.

노 어덜트 존으로 운영되는 아이들의 작업실에는 나이 기준으로 유일한 어른(?), ‘샘’이 있습니다. 작업실에서 ‘샘’은 1) 친근한 선생님을 이르는 말 이자, 2) 영감의 원천이 되는 샘이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합니다, 기다립니다, 보여줍니다. 이 세 가지 원칙과 함께, ‘어른’ 보다는 ‘나이 많은 친구’의 자리에서 작업실을 지킵니다. 


우리는 어떻게 친구가 되는 걸까요?

나이 많은 친구. 말은 좋은데, 어느새 아이들은 자기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선생님!’을 외치며 무슨 작업을 할지 알려달라, 자기 작업을 도와달라, 성화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어떻게 친구로 다가갈 수 있을까요? 고민하다 오늘은 묘안을 내어, 아이가 서 있던 자리에 가만 서보기로 합니다. 오늘은 샘도 어디 한 번 ‘스스로 하고 싶은 작업’을 마음껏 해봅시다.


같은 높이에 서서 바라본 풍경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생각보다 막막합니다. 작업실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곳이라고 아이들에게 누누이 말해왔지만, 빈 바구니를 들고 수많은 재료 앞에 막연하게 서있자니 다른 사람 작업을 염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그 순간 아이들은 무서울 정도로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따끔한 훈수(혹은 복수), 그럼에도 따듯한 격려, 그리고 이어지는 애정 어린 질문들. 둥그렇게 둘러앉아 두런두런 질문을 주거니 받거니, 가만 작업을 기다려주기도 하다가, 또 작업이 막힐 때면 자극이 되는 다른 작업을 서로 보여줍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단순한 계기로 친구가 됩니다. 




[작업실 미니 사전]

샘 2  [ 샘ː ] 

1. 물이 땅에서 솟아 나오는 곳. 또는 그 물.

2. 샘물이 솟아 나오는 곳. 또는 그 언저리.

3. 힘이나 기운이 솟아나게 하는 원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속담]  샘을 보고 하늘을 본다. 

한없이 넓은 하늘에는 무관심하였다가 샘 속에 비친 하늘을 보고서야 비로소 하늘을 쳐다본다는 뜻으로, 늘 보고 겪는 것에 대하여 우연히 새롭게 인식하게 됨을 이르는 말.




하루에 질문 하나, 매일력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아이들의 작업실을 운영하며 기록한 5년 동안의 관찰일지. 사소하고도 소중한 우리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여러분과 나누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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