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내 의사도 묻지 않은 채 나를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음식점에 데려오더니, 다짜고짜 삶의 원동력에 관해 묻기 시작했다. 그보다도 구워 먹는 돈가스라니, 내겐 생소한 음식이었다. “음 글쎄…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사명감?” “내 동기부여원은 열등감이야.”
뜨거운 화로 위에서 돈가스는 생각보다 빠르게 익었고, 우리가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젓가락으로 작은 화로 위의 고기 몇 점을 뒤적이는 동안 A는 말을 이어갔다. “생각해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그렇게 배웠어. 내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하도록 부모님께선 내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라이벌을 본인들 맘대로 정하시고는, 그 이름 석 자를 종이에 크게 적어 내 책상 앞에 붙여두셨어. 효과는 좋았지. 공부하다 지쳐서 고개를 들면 그 이름이 보였고, 덕분에 다시 공부해야겠단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
“조금 과한 교육법 같은데? 그때 네 기분이 어땠어?” “그 당시에 내 기분이 어땠냐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더 중요한 건 ‘라이벌’과 같은 동기부여원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거지.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 본질은 ‘열등감’이더라고. 내 삶에 진전이 있었던 순간들은 결국 내 상태를 누군가와 비교하고, 더 나은 부분을 칭찬하기보다 더 나쁜 부분을 보완하는 데에 매진하며 이뤄낸 것들이야.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며 채찍질해야만 달릴 수 있게 된 내 성향은 지금도 유지되는 것 같아. 그동안 내가 속했던 연구팀 중에서, 내가 열정을 다해 연구에 매진했던 팀엔 늘 나보다 한없이 뛰어난 팀원들이 있었어. 그들을 보며 매 순간 ‘아, 내가 정말 바보였구나.’라는 생각에 비참함을 느끼고, 그 기분을 연료 삼아 더 열심히 연구하는, 그런 식이지.”
“무엇이든 비교하는 건 안 좋은 거 아닌가... 그게 네 삶의 에너지원이 된다면 더 할 말은 없다만.”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비교 대상이 ‘과거의 나’로 바뀌더라. 일의 분야도 세분화되고 일정 수준에 오르니 더는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할 이유가 없어진 거지.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는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도 몇 번이나 들어보고, 우리나라에서 최고라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도 무던히 합격하고, 대단했었어. 그런 결과를 이룰 수 있을 만큼 과거의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지.”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비교 대상이 ‘과거의 나’로 바뀌더라.
“그런데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난다면 ‘내가 겨우 이 정도 사람이 되려고 이렇게 노력했던 거야?’하고 실망하진 않을까 두려워. 그렇다고 과거의 나를 인제 와서 바꿀 수도 없는 법이라, 우월했던 어릴적 나와 지금을 자꾸 비교하자니 열등감의 굴레를 쉽게 벗어날 수 없더라.”
A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너무 집중하다가 이번 조각을 과하게 익혀버렸다. 앞서 먹은 조각과 비교해서 아주 퍽퍽하다는 생각이 들어 휴지에 뱉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