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부로 드디어 하나가 두 살이 되었고, 9월에 학교가 개강하게 되는 것과 맞물려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였다.
얼바인 중심부에 위치한 LePort Montessori School Irvine Woodbridge라는 곳인데, 몬테소리 스쿨은 세계 어디에나 있는, 특정한 교육방식을 구현하는 학교란 뜻이고, LePort는 남가주에 학교들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회사 이름이다. Irvine 내의 Woodbridge라는 동네에 위치해 있다.
미국의 프리스쿨을 비슷하게 따라한 게 한국의 영유(영어유치원)다.
그러니까 하나가 영유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실제로 영어만 사용한다.
선생님과 학생 비율 1:6을 지키고 뭐 독립심 향상 등등 철학이 있지만, 필자 기준 그냥 애기들 무관심하게 방치하거나 너무 못되게 소리 지르거나 그러지만 않으면 괜찮았기에, 가격도 낮지 않은 편이고, 브랜드 자체가 적당히 유명한 거라 크게 고민하지 않고 결정했다.
가격은 오전 8시 ~ 오전 8시 30분 사이에 드롭해서, 정오에 픽업하는 반일반으로 한 달에 $2,050 정도인데,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특출 나게 비싼 건 아니고, 어차피 $300 정도 차이를 두고 달라지는 것 같았다. 시작하기 전에 다른 엄마들한테 많이 물어봤는데, 그냥 가격은 어차피 고만고만하니까 집 가까운 데 하면 된다, 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애기의 적응을 말하자면, 우리는 한 달을 마지노선으로 정해놓고, 만약 한 달 동안 가기 싫다고 울면 바꿔보는 걸 고려해보자, 라고 결정했는데, 다행히 처음 일주일만 울고 그다음부턴 좀 나아졌다. 여전히 가기 싫다고는 하지만 울고불고하는 정도는 아니다.
부모의 편익을 말하자면, 출산하고 처음 오전 8시 30분부터 11시 45분까지 3시간 15분간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이 자유가 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데, 우선, TV 볼륨을 8이나 9로 하고 볼 수 있다.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운동도 할 수 있고, 밀린 일을 할 수도 있고,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와 정말 기쁨이 너무 커서 글로 다 표현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학교에 버려두는 게 죄책감도 안 드냐? 하면, 딱히 안 든다. 왜냐면, 어느 시점부터 집에서 육아를 하다 보니 하나가 학교를 다니는 게 차라리 낫나? 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대략 두 돌 때 정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리 부모가 노력한다 한들, 프로페셔널이 이끌어주는 프로그램을 따라갈 수 없고, 집에서 이것저것 하기에는 다양성도 무리다. 비용적으로도 무리고, 부모의 열정 면에서도 무리였다.
아무튼, 이제 좀 드디어 육아가 할만해진다라고 느끼는 요즘이다. 아마 서울에 살면서 부모님 처가댁 헬프를 좀 받으면서 육아를 했으면 진즉에 좀 할만하다 느꼈을 텐데.. 정말 단 둘이서만 하는 육아는 빡셌다. 그렇게 하는 사람이 많은 건 아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았다. 이제 학교가 도와주니, 드디어 좀 할 만 해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달엔 핼러윈이 있고, 다음 달엔 추수감사절, 그다음 달엔 크리스마스다. 하나가 즐길 걸 생각하니 기분이 벌써 좋다.
육아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