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연구 소개
흑백요리사의 인기에 나도 좀 묻어가봐야겠다 싶은 마음도 있고,
또 개인적으로도 흥미가 있어서 미슐랭 스타의 효과에 대한 연구들을 찾아보았다.
이미 꽤 많은 연구들이 나와 있었는데, 개중 가장 잘 쓰인 논문이자, 가장 최근에 나온 논문인 것 같아서 간단히 정리하며 소개드려보고 싶었다.
먼저 세 줄 요약을 하자면,
1. (미국 뉴욕시 식당들 기준) 미슐랭 스타를 받으면, 비슷한 레벨의 식당들과 비교했을 때, 더 빨리 식당 문을 닫는 경향이 있다.
2. 미슐랭 스타를 받으면, 식당 내의 직원들, 식당이 입점해 있는 건물주, 그리고 재료를 공급하는 공급처들과의 협상력이 약해진다.
3. 미슐랭 스타를 받으면 더 많은 고객들에게 식당이 노출된다.
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연구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뉴욕 타임스에서 오픈 첫 해 뉴욕 타임스 미실 스타를 받은 식당들을 샘플로 삼았다. 그 276개의 식당들의 연도별 매출 등 데이터를 2005년부터 2019년까지 관찰하여 분석했다. 그러니까 어떤 식당들은 2005년부터 2019년까지의 관찰이 있고, 제일 짧은 식당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의 관찰밖에 없는 데이터 구성이다.
그래서 이 데이터를 갖고 hazard model을 사용해서, 결국 언제 식당이 문을 닫냐를 본 거고, 미슐랭 스타를 받는 게 식당의 문 닫는 타이밍을 빠르게 하는지 느리게 하는지가 궁금증인 연구이다.
276개의 식당 중 92개의 식당이 관찰 기간 동안 미슐랭 스타를 받았고, 276개의 식당 중 77개의 식당이 관찰 기간 동안 문을 닫았다.
그래서 결과는 선요약에 밝혔듯 미슐랭 스타를 받으면 식당 문을 닫는 시기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왜? 에 대해서 이것저것 살펴보았는데,
1) 직원들의 몸값이 뛴다는 것이다. 흑백요리사에서 나왔듯 미슐랭 스타 식당에서 몇 년 수련 후에 나와서 식당을 차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슐랭 스타가 없다가 생기면 그러한 활동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아마 원래 있던 직원도 나가고자 하는 욕심이 커질 것이고, 또 짧게 일하고 나가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더 많이 지원을 할 것 같기도 하다.
2) 임대료가 오른다. 미슐랭 스타 식당이 입점한 빌딩은 노출이 잦아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그러니까 임대료도 상승한다. 그렇게 해서 그 식당이 문을 닫으면 건물주 손해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을 생각하면 건물주들은 딱히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같다. 아니면 그런 걸 고려해 봐야 나만 손해라는 계산이 있을 수도 있고... 그 부분은 정확히 모르겠다.
3)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구성이 바뀐다. 더 높은 기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오고, 기존의 "맛있네 뭐" 류의 손님들보다 "3mm 칼질이 정교하네"하는 손님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러면 가격을 올려서 품질을 유지하면 되잖아? 할 수 있겠지만, 높아지는 관심에 비해 미슐랭 식당은 매출을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 검색량이 많아지는 것을 모두 수요로 흡수하려면 식당을 엄청 크게 확장하거나, 프랜차이즈화 하거나 온라인 판매를 하거나 해야 하는데, 전부 미슐랭 스타를 유지하기 위한 품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전략들이다.
그리하여, 미슐랭 식당을 오래 운영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라는 게 연구의 결론이었다.
그냥 간단한 연구 리뷰이지만,
요즘 인기에 숟가락도 얹어보았고,
나름 스스로 가졌던 궁금증도 해결된 터라,
만족감이 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