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기 전 여차저차해서 잠실 롯데호텔에 3박 4일을 묵고 나오게 되었다.
근데 또 집안일로 시간을 많이 쓰게 되어서 밖으로 많이 나오질 못하고 호텔 내부에서 식사를 해결하느라, 도림을 세 번이나 방문했다.
그냥 비싼 밥이나 먹고 끝내기 아쉬워서, 후기라도 남긴다.
https://www.lottehotel.com/world-hotel/ko/dining/restaurant-toh-lim.html
잠실 도림은 1년 전인가 2년 전인가 리모델링을 해서, 그냥 도림이 아니라 도림 더 칸톤 테이블이다.
칸톤이 광동을 말하는 거니까, 뭔가 더 본격적으로 광동식을 지향해 보겠다는 말인 것 같고,
필자가 추측컨대 포시즌즈의 유유안보다 잘해보겠다.. 뭐 이런 취지가 아닐까 싶다.
근데 유유안도 미슐랭 스타를 잃어서 이젠 그런 것도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후기 시작한다.
인테리어 같은 사진들은 예전 포스팅에 더 잘 나와있으니, 이번 후기는 음식에만 집중해 본다.
(예전 후기는 여기)
https://brunch.co.kr/@eliarhocapt/298
후기
입구에 걸린 이 그림이 참 멋지다. 롯데답지 않게 세련된 듯... 홍콩에서 잘 나가는 중식당들처럼 차에 힘을 좀 실어보려 한 것 같은데, 한국에선 시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왕년 홍콩어로서 마음이 아프다 ㅎㅎ 메뉴는 이것보다 더 있지만 대략 이 정도.. 쓱 보니까 1년 전에 비해 메뉴가 조금 달라졌다. 안 팔리는 메뉴를 뺀건가... 일단 이런 웰컴디시 같은 걸 준다. 상큼하고 달고.. 이런 웰컴디시 특은 먹고 나면 바로 기억이 안 난다는 것... 테이블 세팅 깔끔하다. 젓가락이 한 사람당 두 쌍인 게 아니라 한 쌍인건, 한국화의 결과인 것 같다. 홍콩에 있는 중식당에서도 그렇고, 광동식당에서 한국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이 사천식 오이무침이다. 광동식당에서 사천식? 이 좀 웃기지만, 아무튼 그렇다. 강추다. 3일 연속 세 번을 가니까, 오이 말고 다른 반찬도 시켜봤다. 푸주무침인데, 필자 기준 너무 안 맵고 단 맛이 강해서 아쉬웠다. 광동식에서 딤섬을 빼놓을 수 없으니.. 트러플 버섯 딤섬. 기대했던 맛이었다. 버섯딤섬은 항상 뭔가 좀 약한 맛이 아쉬운 것 같다. 뭔가 좀 너무 라이트 한... 그래서, 이번에 시켰던 두 개 중에선 하가우가 더 맛있었다. 색도 멋있고, 안에 든 새우도 탱글 해서 식감도 좋았다. 하가우랑 새우청펀 두 개 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요리 중에서 제일 맛있었던 메로찜. 메로가 실패하기 힘든 생선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너무 맛있었다. 깔끔하면서도 기름져서 또 먹고 싶은 맛이었다. 그리고 큰 실망이었던 사천식 가지두부. 사천식에서 왜 마라맛이 안 나지? 알싸하지도 않고 맵지도 않고.. 아쉬웠다. 가지와 두부 확대. 가지랑 두부 식감은 아주 좋았다. 식사 1은 중국식 냉면. 광동에 이런 음식이 있었나? 뭔가 굉장히 한국화 된 거 같지만.. 암튼 중국식 냉면 생애 처음이었는데, 해파리냉채에 국수 추가한 느낌이었다. 식사 2는 송이버섯면인가? 따뜻한 버섯국물에 면이 들어있던 것이었다. 아기랑 같이 먹으려고 시켰는데, 아기가 많이 좋아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맛이다. 식사 3은 탄탄면. 탄탄면을 국물식이 아니라 볶음식으로 했다는 것 자체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이게 탄탄면이지.. 근데 좀 더 매웠으면 좋았을 뻔했다. 그것 빼고 완벽했다. 식사 4는 이름이 특이해서 시켜본 강황 볶음밥. 태어나서 먹어본 볶음밥중에 가장 다양한 재료를 정성스럽게 넣고 정성스럽게 볶은 볶음밥이 아닌가 싶다. 맛있는데, 맛의 정체성은 잘몰 하루는 북경오리를 시켜서 먹어보았다. 최소 하루 전날 예약해야 한다고 해서, 전날 예약하고 갔었다. 테이블 세팅 이런 식. 오이랑 파는 리필해준다. 홍콩 사람들 먹는거 보니까 설탕을 많이 찍어먹던데, 기름에 설탕? 사실상 과자 아닌가? 해서 필자는 안하는 조합이다. 필자는 그냥 노소스가 좋다. 멋지게 카빙 해주신다. 오리 양이 상당히 많았다. 성인 넷이 먹기에 충분. 양이 많아서 일단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껍질만 주는게 아니라 살코기도 꽤 많아서, 사진 속에 보이는게 절반인데, 성인 남자 둘이서 먹기에 충분했다. 전병은 평범. 필자는 북경오리란 요리 자체가 더 나아가려면 전병을 개선해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 좀 더 저탄수로 맛을 유지하는 방안이 나와야 할 듯. 오리요리 추가는 오리탕으로 했는데, 익숙한.. 남한산성에서 자주 먹던 익숙한 맛이었다 ㅎㅎ 종합 한줄평
필자가 먹지 않아서 사진이 없지만, 아내가 먹었던 짬뽕도 맛이 훌륭하다고 했고, 짜장면은 보통이라고 했다. 아마 주방장께서는 멋진 광동식당을 만든다고 했을 때 짜장면이나 짬뽕은 빼고 싶으셨겠지만.. 애석하게 호텔이라 불가능하지 않을까...
아무튼, 오이무침, 하가우, 메로찜, 탄탄면, 그리고 베이징 덕이 훌륭했던 도림 더 칸톤 테이블 후기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