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육아일기를 썼을 때, 하나가 2살 8개월이 될 때였다.
지금은 3살 0개월이니, 자그마치 네 달이 흘렀다.
조선시대 육아일기 양아록도 그렇고, 아기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육아일기의 빈도가 낮아지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사한 현상인 것 같다.
왜 그럴까? 에 대해서도 이미 몇 번 적었지만, 아이가 커감에 따라 감탄의 레벨이 점점 낮아지는 게 아닐까. 이것도 어떻게 보면 도파민 중독인 것 같다.
아이가 처음 터미타임을 하면서 상체를 들어 올릴 때, 아이가 스스로 앉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스스로 설 때,
와 비교하면 요즘 "forward roll 할래"라면서 침대에서 앞 구르기를 하는 건 경탄의 정도가 작다.
아기는 더 대단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데 요즘 들어서 드는 생각은, 단지 경탄이 작아지는 것만이라기보다는, 경탄이 분산되기 때문인 게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일어선다! 말한다! 라는 일차원적인, 점과 점을 잇는 느낌의 발전이었다면, 이제는 말하면서 앞으로 구르는, 평면적인 발전이다. 육체적으로도 발달하고, 지능도 발달하고, 언어도 발달하고, 심지어 감정도 발달한다.
그러한 모든 것들에 경탄하기엔 우리의 경탄 캐파가 부족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아무튼, 세 살을 맞이한 하나는, 바닷가에 가면 삽질도 할 줄 알게 되었고, 마트에 가면 공룡 가면을 쓰고 공룡을 흉내 낼 수도 있게 됐으며, 혼자서 (아저씨가 끌어주는) 말도 탈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저녁에 먹은 게 체했는지 자기 전에 침대에서 토를 했는데, 신생아 때 formula 먹던 시절 이후에 처음으로 토를 한 것이었다.
토를 치우고 아기를 재우고 집안을 정리하고 자기 전에 다시 자고 있는 아기를 보다가, 글을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과 같지 않지만 여전히 경탄 투성이며, 전부 감사할 것들 뿐이다. 모든 것이 운 좋게 주어졌음을 절대 잊지 않았음을 남기며, 나에게 이런 행운을 주신 누군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고 보니, 하나가 학교를 옮겼는데, 다음 일기에선 그 부분도 적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