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나가 "아빠 싫어"라는 말을 꽤 자주 한다.
장난으로 할 때도 있고, 진짜로 싫을 때도 있는 것 같다.
그럴 때 슬퍼하는 척을 하면 "아빠 좋아"라고 달래줄 때도 있고,
진짜 싫을 땐 쌩 엄마한테 가버린다.
그러다가 어느 날, 샤워 끝나고 아빠랑 샤워하기 싫다는 말을 해서, 또 그냥 그런 건지 진짜 그런 건지 궁금해서 인터넷에 찾아보기도 하고, 따로 또 물어보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3 - 5세 사이에 아기가 싫다고 말할 때 그만하면 된다고 한다.
하나는 이제 3 세인데... 벌써 온 건가? 싶어서 따로 물어보니, 응 싫어, 엄마랑 할래,
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걸 들으니, 그냥 넘길 얘기는 아닌가 보다 싶었다.
그래서 그날 이후 샤워를 같이 안 하고 있다.
항상 샤워할 시간이 되면 같이 샤워를 해서, 자기 전에 따로 샤워를 안 해도 되곤 했었는데, 이 루틴도 깨졌다.
어느 날 아침 머리가 좀 간지러워서 생각해 보니, 전날 샤워를 안 한 거였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집 안에서의 내 시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난 건 기쁜 일이긴 했지만,
루틴이 이렇게 휘리릭 바뀌게 될 줄은 몰랐다. 뭔가 마음의 준비 없이 확 찾아왔다.
앞으로의 모든 변화들이 이런 식일 거라고 생각하니, 새삼 인생은 짧다는 느낌이었다.
모든 육아 선배들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라고 한다.
그래서 정말 최대한 노력한 것 같다. 밖에서 일할 때보다 더 노력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이상하다.
품을 떠난 건 아니지만, 아직 거기까지 가려면 멀었지만, 아무튼 한 발자국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여전히 이상하다.
뭐 이런 것들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육아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