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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May 10. 2021

16.

아침 일곱 시가 되면 목욕을 할 수 있었다. 여섯 시 반부터 목욕을 먼저 하려는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로비에 모여 웅성거렸다. 토요일의 세계에서는 모두들 일을 하지 못해 안달이었고 일찍 일어나지 못해 안달이었으며 낮잠을 자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리고 모두들 뉴스를 보지 못해 안달이었다. 종이로 된 신문이 프런트 앞에 매일 새벽부터 놓여 있었다. 나는 목욕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신문을 펼쳤다. 일면에는 흥미로운 뉴스가 없었다. 보통 그랬다. 나는 삼면을 펼쳤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이다. 삼면의 왼쪽 귀퉁이에는 이런 표제가 실려 있었다. <한 부모 모녀 살해 사건> 내용을 살펴보니 이랬다. 유명한 조각가인 남자는 죽은 모녀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오랜만에 집에 찾아 온 그는 아내와 딸이 잠든 사이에 조각도로 둘을 찔러 죽였다. 유명 조각가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알리바이가 그의 부재를 증명하지 못했다. 모녀의 위장 속 내용물로 밝혀낸 사망 추정 시각은 그가 모녀와 함께 있을 시간에 속했던 거였다. 모녀는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사이에 살해된 것으로 보였다. 커민이 밴 돼지고기가 일부 소화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각가는 세 사람이 “저녁으로 돼지고기 커리를 먹었다”고 했는데, 부검 결과 그 진술만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살해된 딸은 초등학생이며, 타로카드 채널을 운영 중인 일인창작자였다며 관련 채널이 소개되기도 했다. 엄마는 디저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전언을 소개했다. 나는 여러 번 다시 읽었다. 유명 조각가와, 유튜브와 카레를 읽었다. 미우가 죽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버지를 만나 죽었다. 

“국화를 꺾는 게 아니었는데.”

나는 당장에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목이 꺾인 국화를 도로 땅에 남은 줄기에 심어 주면, 미우가 살아날 것 같았다. 아버지를 만나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운동화를 신고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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