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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May 10. 2021

18.

그날부터 나는 뉴스를 읽는 사람이 되었다. 희한하게도 내가 아는 사람들만 나오는 뉴스였다. 아버지가 수요일의 외판원으로 재취업에 성공했으며 어머니는 공병 마대에 뼛가루를 버린 대가로 벌금 150원을 냈다. 남자친구는 고등학생과 잠자리를 했다는 추문에 휩싸여 자살을 기도했지만, 죽지는 않았다. 다 잊혀져 가던 그를 추문이 일으켜 세웠고, 그를 먹여 살렸다.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그 소녀는 사실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었으며,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나는 퍼뜩 정신이 들어 네모난 침대를 빠져 나갔다. 

내 침대는 네 모서리가 까만 액자였다. 내가 침대를 빠져 나갔지만 나를 보고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관을 들여다보니 커다란 점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는 내 장례식의 수금원이었다.

“아버지 안녕하세요?”

나는 아버지께 인사했다.

“그래, 잘 왔구나.”

“그런데 제 장례식에 저는 없고 오점만이 남았네요.”

“너는 돌아갔으니까.”

“제가 돌아갔는데 왜 아무도 울지 않나요?”

“네가 없잖니.”

나는 아버지에게 금니를 내밀었다.

아버지는 봉투를 내밀었다. 나는 봉투에 내 이름 석자를 쓰고 이렇게 적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아버지는 내게 식권을 줬다. 나는 육개장을 두 그릇 먹었다.

돈을 내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에 아버지의 임무는 금세 끝났다. 아버지가 곁에 와서 의사를 타진했다. 

“있잖니. 너 돌아갈 거니?”

“나는 돌아갔다면서요.”

“아니 그곳 말고. 토요일 바깥으로 나갈 거니?”

“나갈 수 있나요?”

“그래. 그런데 토요일 바깥에선 모두 너를 기억한단다.”

“토요일의 세계는 나를 모르나요?”

“모르지. 너를 모르지. 너의 출생을 모르고 너의 부모를 모르고 너의 남자친구를 모르고 너의 오점을 모르지.”

어쩐지 토요일이 아니라 아메리카로 가고 아프리카로 가야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토요일 바깥에 가면 뭘 하나요?”

“일을 하지.”

“일은 토요일의 세계에서도 충분히 하는걸요.”

“일은 어디에서나 하지.”

“그렇다면 저는 그곳으로 갈래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라. 밀고 나가라.”

나는 입술을 적시고 토요일을 천천히 밀고 나갔다. 

나는 토요일로 왔다. 수요일에 이곳으로 왔다. 성토요일이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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