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기록
아이들과 ‘명탐정 셜록 홈스’를 함께 읽고 있다. 홈스가 처음 만난 사람의 직업이 무엇인지, 안 보이는 곳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꿰뚫어 볼 때마다 두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쳐다본다. 나는 속으로 웃으며 용한 점쟁이 같은 홈스에 대해 생각한다. '어쩌면 홈스도, 점쟁이들도 삶이 몸 기록된다는 것을 알아챈 사람들인지도 몰라.' 요가 강사로 일하면서 나는 몸의 형태와 움직임의 방향성으로 직업과 성별 등을 짐작해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어쩌면 의식하지도 못해서 더욱 선명한 몸의 기록은 표정이 새겨진 얼굴 보다도 신뢰로운 삶의 지표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할아버지와 손녀가 만나는 장면에서도 손녀를 보호하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마스크를 벗지도 못하고 몸을 낮추어 아이와 만나는 내 아버지의 몸짓, 할아버지를 만나 신이 나서 재잘재잘 뱅글뱅글 움직이는 아이의 몸짓이 각자의 몸에 오롯이 새겨진다. 그렇다. 착한 아이와 성실한 학생과 열정적인 연인과 비판적인 연구자와 속 깊은 부모와 방황하는 구도자와 어린 예술가가 새겨진 내 몸에도, 켜켜이 당신만의 고유성을 새겨왔을 그대의 몸에도 이 시대를 견뎌내는 몸짓이 끊임없이 새겨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의 몸짓이 연대의 몸짓이기를,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아름다운 흔적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