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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Apr 12. 2022

애씀 없이 쓰고 그리는

내가 욕망하는 삶

엄마, 편지 쓰기 대회가 있는데, 거기서 1등을 하면 백만 원을 준대. 백만 원이라니! 내가 백만 원을 받으면 엄마한테 맡길게. 엄마는 백만 원을 갖고  하고 싶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잔뜩 신이 나서 말했다.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웃는데  시절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국 대학원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였다. 나는 하룻밤 사이에 석학이 됐다. 과정을 시작하기도 전에 단단한 착각에 빠져든 것이다. 상상한 것은 많은 업적을 이뤄낸 연구자였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연구 대한 내용이  빠져있었다는 것이다. 논문 비슷한 종이를 흔들어대는 것만으로도 흡족스러웠다.   번의 일이었다면 나도  편지 쓰기 대회에서 받을 상금을 상상하는 아이처럼 귀여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시작의  앞에 서면 상상의 비약을 하게 된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는 순간,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떠올리는 순간, 대작을 꿈꾸고 만다. 이것은 고질적인, 병이다. 어떤 일을 시작을  수가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펜을 들고 책상에 앉을 수조차 없다.  무엇을 하든 실패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다만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아주 커다란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보는 거야. 어느 저녁, 남편과 마주 앉아 사람들이 가진 욕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말했다. 사실 스스로도 놀랐다. 하지만 곧 이해가 됐다. 커다란 캔버스에 예쁘지도, 귀엽지도 않은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내 마음이. 소심한 나를 뛰어넘고 싶구나. 자유롭고 싶구나. 애쓰지 않고 쓰고 그리는 나를 나는 욕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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