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 라일락 향기를 찾아서
#10번째 편지_스타일에 대하여
”아무리 절절한 마음을 담고 있더라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대상을 그르칠 수도 있는 것이 사랑의 역설입니다.”_신영복/<더불어 숲>
1.
예전에 어떤 분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 씨는 업무 메일을 너무 달달하게(?) 써서 잘 모르는 여성이라면 사심이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듯해요… .“
2.
아직 그런 생각은 한 번도 못해 봤는데, 제 메시지가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면 아마 그건 저의 평소에 글을 쓰는 스타일 때문일지도 몰라요.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글이 일종의 ‘대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글이 상대방에게 부드러운 ‘대화‘로 읽히기를 바라거든요. 심지어 딱딱한 업무 관련 메시지나 e메일일지라도… .
3.
그보다 걱정스러운 건 제 ‘말’과 ‘글’이 서로 너무 달라서 가끔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거예요. ‘말’이라고 했지만 때로는 ‘과묵’이나 ‘침묵’에 가까운… . 저렇게 평소에 말 없는 사람이 글로는 더없이 다정다감하다니…! 오해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당연히 ‘두 얼굴’ 모두 저의 일부라고 할 수밖에 없을 듯해요.
4.
어떤 이가 책을 읽고 문학을 공부해서 좋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자기만의 언어’(스타일)를 가질 수 있게 된 거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그 말이 꼭 시인이나 작가가 된다는 뜻은 아닐 거예요. 쉽게 말하면, 꼭 하고 싶은 말을 자신의 목소리로 전달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할까요.
5.
예를 들어, 지금 ‘진’에게 이렇게 저만의 짧은 ‘사랑의 역사’에 대해서 쓰고 있는 것도 어쩌면 저만의 스타일일지도 몰라요. 아마 다른 사람이라면 ‘커피나 한 잔 하자!‘며 졸랐을지도 모르죠. 어쩌면 그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
6.
그래도 헤어 스타일을 고수하듯이(?), 제 스타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건, 여전히 서투르지만 그나마 이게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저만의 표현 스타일이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비록 그 스타일로 인해 제 존재가 거부되고, 지금까지의 설렘과 앓이가 허무하게 끝난다고 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