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이 꾸신 꿈을 해석해 보라고요?”

-꿈은 퍼즐 같지만 (19)

by 스테파노

후미진 자기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다


박사는 “김 연구원, 그 내담자 여성의 꿈에 관한 토의는 마무리해도 되겠지요?”라고 묻는다.


김 연구원은 “네, 상담도 곧 마무리할 시점이고 그 여성의 꿈에 관한 시계열로 종합적인 분석도 해주었으니 이제는 마무리해도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럼 지금부터 내가 꾼 꿈을 김 연구원이 분석해 보지요. 실습하는 기분으로 분석하면 아마도 앞으로 꿈 분석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그래요? 이론이 아니라 실제 꿈을, 박사님이 꾸신 꿈을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김 연구원이 연구소에 나오던 시점보다 2주일 전쯤에 꾼 꿈이었는데, 물론 내가 꾼 꿈이니 내가 분석해야 하나 편견이 영향을 줄 수도 있어 김 연구원이 실습 삼아 분석해 보세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박사님이 분석하는데 편견이 끼어 들어갈 여지가 있겠어요. 저에게 실습하라고 기회를 주시니 영광스럽군요. 잘못 분석할까 봐 조심스러운 데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영광은 무슨…. 일거리인데요. 그런데 내가 편견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는 후미진 자기 등의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뜻이지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후미진 자기 등의 문제점? 처음 듣는데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자기 스스로 거울로 등을 보더라도 흐릿하게 볼 수밖에 없을 때 후미진 자기 등의 문제점이라고 하지요. 자신에 대해서는 자기가 잘 안다고 넘겨짚고 가거나 아예 처음부터 보지 못하는 구석이 있을 수 있지요. 이른바 편견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지요.”라고 설명한다.


김 연구원은 “박사님 스스로 분석하면 편견이 개입할 소지가 있으니 박사님을 가장 잘 아는 제가 분석과 해석을 해보라는 뜻이군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를 하고 자신의 꿈 내용을 적어 둔 종이(# 1 벌레 꿈 참조)와 자신이 작성했던 꿈 분석 작업지를 서랍에서 꺼내 놓는다.


김 연구원은 “박사님이 고객에게 꿈 분석과 해석하듯이 하면 되지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물론이지요, 내가 꿈을 분석할 때 작성한 꿈 분석 작업지를 스스로 작성해보고 또 질문과 대답할 시간을 가진 후 꿈 해석을 하면 되지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박사가 내민 꿈 내용을 읽어 보면서 질문하기 위해 꿈 분석 작업지를 작성했다.


김 연구원이 작성한 꿈 분석 작업지


1) 꿈을 꾸고 난 후 느꼈던 감정은?

2) 특히 발들이 많은 벌레 꿈을 꾼 이유는?

3) 발레리나가 군무 춤을 추듯 발들의 움직임에 특히 매력을 느낀 이유는?

4) 천장에서 떨어지는 벌레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5) 징그럽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벌레로 느낀 이유는?

6) 벌레에 정감이 간다고 호의적인 태도는 무엇을 말할까?

7) 위험한 벌레를 앞에 두고 관찰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8) 귀족 벌레라고 느끼며 발들의 모습과 연관시킨 이유는?

9) 까마귀는 무엇을 상징하며 왜 밤에 나타났을까?

10) 까마귀에 대해 벌레는 왜 긴장했을까?

11) 왜 벌레가 긴장한 순간에 벌레와 박사는 합체가 되었을까?

12) 왜 합체가 된 벌레는 까마귀에 적대감을 가졌을까?

13) 쏜살같이 달아난 까마귀의 모습을 보고 박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박사는 김 연구원이 작성한 분석 작업지를 보며 자신이 작성했던 내용과 차이점을 훑어본다. 박사는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려는 김 연구원의 공감하는 태도가 훨씬 큼을 느꼈다.


역시 후미진 자기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자신이 아닌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의 눈으로 보았을 때가 좋음을 박사는 새삼 느꼈다. 본격적으로 김 연구원이 주도하여 꿈에 관한 질문과 답이 오갔다.


꿈에 관한 질문과 대답


김 연구원은 “박사님은 이 꿈을 꾸고 난 후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셨나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뭐랄까? 부럽다는 생각, 나도 춤을 추듯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다리가 건재하다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처지를 생각하니 솔직히 부러웠지요. 또 나도 언젠가는 다리의 불편함을 씻어내고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 되어 떳떳하게 살리라는 생각도 했지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박사께서 중풍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불편한 이유 등을 상세하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김 연구원은 “그렇군요. 박사님은 다리가 불편하셔서 수직의 벽면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벌레를 보고 부럽다고 생각하셨군요.

그런데 박사님은 다리의 불편함을 씻어내겠다는 의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우선 운동을 열심히 해서 불편한 몸을 다소 편하게 하려고 하지요. 또 이제는 운동을 오랜 기간 매일 한 결과 나름대로 몸을 어느 정도 추슬렀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국립재활원을 찾아가 장애 운전면허를 딸 계획이지요.


그러나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요. 솔직히 말해 두려움이 있지요…. 몸이 성하였을 때는 계획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선 해보는 성질인데, 아프고 나서 뭔가 시도하는 것이 두렵고 왠지 주저주저하는 면이 있지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그렇군요. 국립재활원에서 운전면허를 딸 계획인데 그것이 마음대로 안 되고 있군요. 안 되는 이유는 두려움이 있어 주저주저하는 면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런데 그 운전면허를 따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실 계획인데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우선 일주일에 1~2번은 주변의 시골이나 소도시를 찾아가 꿈들을 채집하고 또 꿈풀이를 무료로 해주면서 꿈에 관한 책을 써볼까 하는 계획이 있지요. 그것도 이유가 되지만 장애인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기를 몹시 바라지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꿈 채집 여행은 아주 훌륭하신 계획이네요. 저도 나중에 시간을 내서 꿈 채집과 꿈풀이에 관해 계획을 들어보고 가능하면 참여했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운전면허를 활용하실 계획도 마련되었고 또 전에 운전도 하셨기 때문에 면허를 따기에 쉬울 수도 있는데 운전면허 따는 것을 왜 그렇게 두려워하나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뭐랄까? 면허를 따는 것은 어렵지 않을 만큼 몸이 이제는 많이 나아졌지요. 그러나 10년 넘게 운전도 손을 놓고 지냈고, 완전히 몸이 쾌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운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지요.


막상 행동을 겁내는 소심한 성격이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주변에서도 말리고, 하여튼 긍정의 의견보다는 부정의 의견이 많아 차일피일 미루게 하지요. 그러나 하고야 말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다짐했지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그렇군요. 막연한 불안감이군요, 또 부정의 의견이 많으나 운전을 하겠다고 다짐도 했고요.

그런데 박사님은 전에 직장을 다니실 때 신설 부서를 만드는 일, 신설 부서에서 직접 일하는 등, 새로운 업무를 추진하는 일을 많이 하셨다고 김 교수님께서 자주 얘기하셨는데 그런 면이 박사님 성품인가요, 아니면 마지못해서 했던 일인가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내 성격이 좀 다른 사람보다 도전해서 새로 기획하는 일 등을 좋아하고 그런 면을 살리다 보니 위에서도 그런 업무를 많이 맡기었지요. 기획업무를 주로 하다 보면 신설 업무가 전망이 어떻다는 것을 나름대로 감이 오지요, 그런 일을 재미있게 하고 위에서도 좋아하고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그렇군요, 새로 기획하는 일을 많이 하시고 좋아하시는군요. 박사님은 호기심이 많다고 하신 김 교수님의 말씀이 틀리지 않았네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호기심! 나도 그렇게 믿고, 주변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 하지요, 합리적 호기심이지요. 비합리적 호기심은 아니고.”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그렇군요, 그런데 호기심이면 호기심이지 비합리적 호기심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시는 까닭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기획 일을 많이 하다 보니 합리적인 실현 가능성을 우선으로 하고 또 그런 성향이 몸에 뱄지요. 그런 의미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는 합리적 호기심에 끌린다는 뜻이지요.

호기심이 많이 위축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어렸을 적엔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여 시계 등을 많이 부수어서 혼나기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자꾸 알아보고 싶은데 어쩌겠어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그렇군요, 합리적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일을 하다 보니 호기심을 시도하는 면이 다소 위축되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런데 벌레가 천장에서 떨어졌을 때 박사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꿈을 꾼 당시에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지금 드는 생각은 나의 불행했던 사고를 떠올리며, 다행히 배 위는 딱딱하지 않아서 충격은 크지 않겠지, 벌레는 안전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그렇군요. 벌레가 떨어지더라도 안전하게 떨어지라고 맨살인 배 위에 떨어트렸군요. 그런데 박사님은 꿈에서 나온 벌레를 현실에서 보았던 대상인가요, 아니면 처음 보는 벌레인가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평소에 보았던 벌레이지요, 자주는 아니고. 돈벌레라고 하나? 그러나 꿈에서 보았던 벌레는 현실에서 본 돈벌레보다 훨씬 크고 잘생긴 나름대로 멋있는 벌레였지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돈벌레는 흔히 익충이라고들 하는데 박사님은 익충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 알고 있나요?”라고 물어본다.


박사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으로서 바퀴벌레의 알 등을 잡아먹는 벌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그렇군요. 그런데 그 벌레가 익충이어서 심적으로는 부담이 없어 호감을 느끼셨을 수도 있는데 정말 그러셨는지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아무래도 익충이니까 접근을 쉽게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러나 호기심이 컸겠지요. 벌레 발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했겠지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진짜 궁금한 사실은 까마귀인데요, 박사님은 까마귀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지요? 아니면 특별한 장소에서 특이하게 까마귀 모습을 보신 기억이 있는지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몹시 외로워서 죽음이 떠오를 때는 까마귀 모습이 항상 같이 나타나지요. 내가 인상 깊게 본 까마귀는 독일의 뮌헨이지요. 참으로 새까맣게 생긴 흉측하고 덩치 큰 모습의 까마귀들이었지요. 까마귀는 뭐랄까 죽음의 사자 같은 모습이랄까 아무튼 죽음이 연상되지요.


나는 장기 연수차 약 1년간 독일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이 40세를 목전에 두었지요. 나의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었지요. 여기서 지내면 잘해야 부장일 텐데…, 나는 꿈도 없이 눌러앉아도 되나, 늦었지만 공부를 더 할까 등으로 마음이 산란했지요.

그렇게 나를 찾아 고민할 때마다 새까맣고 흉측한 까마귀가 기분 나쁘게 울어댔지요. 덩치 큰 자태를 드러내고.”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그러셨군요, 까마귀는 나를 찾는 순간을 방해하는 동물이었군요. 그런데 박사님의 후반기 인생 계획을 다듬는 과정에서 까마귀를 보면서 죽음의 사자 같은 모습을 강조하시는 것 같은데, 죽음과 관련한 사건이 있었나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있었지요. 내가 1년간 연수한 곳은 뮌헨이었지요. 수필가로 유명했던 전혜린 여사가 유학했던 뮌헨에서 그녀의 수필을 읽으며 나는 슈바빙 지역을 틈만 나면 거닐었지요. 전 여사는 자유와 학문과 예술이 숨 쉬는 뮌헨의 유학 시절을 그리워했지요.


왜 전 여사는 달콤했던 뮌헨의 추억을 버리고 자살로 생을 마감해야만 했을까에 대해 나는 생각을 많이 했지요. ‘화산 같은 여자’라고 불리던 전 여사는 나처럼 현실에 주저앉으려는 사람에게 정해진 궤도의 삶에서 벗어나라고 외쳤지요.


그러던 전 여사가 30 초반의 나이로 명을 달리했음을 읽었을 때는 나는 허무감, 서운함 등을 많이 느꼈지요. 내 인생의 멘토를 잃은 것처럼.


또 연수 차 처음 독일에 갔을 때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나를 맞이했던 독일 현지법인의 후배가 있었지요. 그 후배는 독일 가기 전 같은 부서에서 근무도 했었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직접 화물을 챙기고 숙소까지 안내했던 잘 아는 직장 후배였지요.


그런데 내가 뮌헨에서 연수받을 때 프랑크푸르트에서 교통사고로 그 후배가 갑자기 죽는 일이 발생했지요. 그 후배 직원의 선한 모습이 지금까지도 눈에 삼삼하게 떠오르지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이역만리 독일에서 가족과 떨어져 외롭기도 한데, 죽음의 모습을 한 번은 책으로 느끼고 한 번은 현지에서 몸으로 느꼈군요. 그럴 때마다 까마귀에 대한 기억은 죽음의 사자처럼 흉측한 모습으로 다가왔겠네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죽음이 생각보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 크지요. 그럴수록 죽음에 대한 경각심도 그만큼 커졌지요. 아마 그런 까닭으로 온통 색깔이 까맣게 생긴 까마귀를 보면 저승사자처럼 보였지요. 그래서 혐오할 만큼 까마귀를 싫어했을 겁니다. 까마귀를 혐오하기보다는 까마귀가 상징하는 죽음이 싫은 것이지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이해가 되네요. 박사님께서 죽음을 혐오할 만큼 싫어했다는 것은 죽음이란 열병에 그만큼 깊숙이 빠져들어 갔음을 알려주는 증거지요. 또 거기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도 심했을 테고요. 박사님이 어려움을 많이 겪었음에도 의연하신 것은 다 이유가 있군요.

그런데 꿈에서 까마귀가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할 때 벌레와 박사님이 합체가 되어 사람 크기의 벌레가 된 것은 다음과 같이 이해해도 되나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어떻게요? 나도 궁금하군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박사님은 혐오 수준으로 죽음을 싫어했고 그래서 죽음을 상징하는 까마귀를 일거에 퇴치하기 위해서는 죽음에 분연히 대항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느꼈겠지요. 그래서 그 방법으로 몸이 변신하여 벌레 모양의 크고 무서운 존재가 되었고요.”라고 합체된 측면을 나름대로 추리한 것을 얘기한다.


박사는 “나도 카프카의 변신이란 소설처럼 변신했다고 생각했지요. 꿈에서 까마귀는 벌레를 보자마자 잡아먹을 욕심으로 벌레에 달려들 기세이고, 나는 위기에 놀라 나도 모르게 변신술을 써서 까마귀에 대항했다고 혼자 속으로 꿈 분석을 해보았지요.”라고 설명한다.


김 연구원은 그가 쓴 꿈 분석 작업지를 하나하나 줄을 그어가며 질문을 하더니만 다 되었다는지 “이제부터 꿈 해석을 해볼까요?”라고 박사의 동의를 구한다.

박사는 “물론이지요, 김 연구원이 느낀 대로, 분석한 대로 설명해 보세요.”라고 대답한다.


꿈 해석


김 연구원은 꿈 분석 작업지를 들고 “그러면 지금부터 박사님의 꿈을 해석하겠습니다. 박사님은 현실에서 국립재활원을 찾아가 운전면허를 다시 딸려는 계획을 왜 실천하지 않나요?

아마 운전면허를 다시 따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고 꽤 오래되었을 같은데요, 눈을 딱 감고 저질러야 마땅한데 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시나요?”라고 박사의 타성에 젖은 습관을 나무라듯 질문한다.


박사는 갑자기 훅 다가선 가슴속을 뒤흔드는 질문 앞에 ‘웬 직면, 나의 아픈 곳을 사정없이 찌르네’라고 생각이 드나 감정을 추슬러 완화된 톤으로 말한다.


박사는 “김 연구원은 나의 허점을 알았군요, 전에도 말했지만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해 행동으로 나서는 것을 막고 있지요. 마땅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그때마다 바깥 날씨가 좋을 때라든가, 몸 컨디션이 좋을 때라든가, 아니면 책 쓰는 일이 끝나던가 등 그럴듯한 이유 거리를 만들어 끊임없이 나를 설득하며 자꾸 뒤로 미루지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박사님의 뒤로 미루는 습관은 박사님 스스로 알고 있군요. 미루는 습관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라고 다시 묻는다.


박사는 “우선순위를 그쪽에다 두고 바로 행동으로 나서야겠지요. 직접 부닥쳐서 해결하는 방법이 최고지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박사님의 꿈은 그 점을 지적하며 알려주지요. 벌레는 발들이 정말 볼품 있게 생긴 박사님 표현으로 귀족 벌레이지요. 발들 때문에 박사님은 애착이 가 그 벌레를 정감 있게 보고 또 병균을 옮길 가능성이 있는데도 배 위의 맨살을 서슴없이 내주지요.


박사님의 이러한 행동은 박사님의 특성인 호기심이 작용한 것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호기심 어린 행동을 박사님이 보실 때 한마디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한마디로 말해보라! 으음!…, ‘놀고 있네’라고 말하면 딱 어울리겠군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맞습니다. 핑계를 대는 것이지요. 박사님이 짚으신 대로 멍석 깔기, 연막 치기에 해당하지요. 박사님은 거칠게 표현해서 ‘놀고 있다’라고 시니컬하게 말씀하시나 호기심을 빙자하여 시간을 벌려고 하신 것이죠.

꿈속에서도 발들의 상호 협업하는 실제를 배우겠다고 호기심에 벌레를 정감 있게 바라보고 관찰하시나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지요.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일을 뒤로 미루려고 하는 핑계이자 변명이지요. 당장 해야만 하는 일은 국립재활원에서 운전면허를 따는 일이죠. 안 그렇습니까?”라고 설명한다.


박사는 “그렇긴 하지만, 왜 그런지 전후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겠나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네. 벌레를 호기심에서 관찰한 것은 이미 설명했고요. 박사님은 벌레를 관찰한다고 여유를 부리시지만, 까마귀는 벌레를 한입 식사 거리로 잡아먹으려 하지요.

까마귀가 어떤 동물입니까? 죽음을 상징하는 박사님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존재이지요. 갑자기 까마귀가 등장하면서 그때야 진정 아끼는 것을 지키려고, 또 나의 세계를 지키려고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르면서 벌레와 박사님이 한 몸이 되는 합체가 되지요.


합체가 된 벌레로 변신한 박사님은 정말 멀리서 느끼고 싶은, 가까이 가기 싫은 죽음을 쫓아버리고 싶었지요. 그래서 가능하면 회피하려고만 생각하던 죽음을 이제는 멀리 쫓아내려고 이를 악물었지요. 그 결과 까마귀는 도망가고 아니 죽음은 사라지고, 다른 말로 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수 있었지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그러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운전면허를 다시 따는 것을 피해 왔군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그렇지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박사님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었지요. 박사님은 소심하고 주저주저하고 위축된 생활을 탈피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나 근본에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발목을 잡고 있었지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두려움에 대한 해결은 직접 마주하는 방법밖에 없다! 나의 꿈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맞서라’ 이런 뜻인가요?”라고 묻는다.


김 연구원은 “맞습니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불편한 몸으로 재활원을 찾는 고통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운전면허를 따고 난 후 직접 운전할 때 몸이 성하지도 않아 ‘죽을 수도 있는데’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밑에 깔려 있지요.


박사님 무의식 세계는 그런 죽음에 관한 두려움을 이기려면 죽음에 맞서 과감히 행동으로 보여주라고 꿈으로 알려주는 것이죠.”라고 말한다.


박사는 “으음!…, 급한 것을 다 제쳐 놓고 국립재활원을 찾아가 운전면허를 딸 준비부터 해야겠네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죽는 그날까지 관심을 가지고 추적해 보아야 할 과제이군요.

수고했어요. 역시 김 연구원은 내용을 분석적으로 아주 잘하는군요. 그런데 꿈 해석을 해석 방법의 일반원칙을 따라 할 생각으로 했나요?”라고 물어본다.


김 연구원은 “아니요. 꿈 해석의 일반원칙이 따로 있나요?”라고 물어본다.


박사는 “김 연구원이 꿈 해석 일반원칙에 따라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요. 다음에는 토론할 때 꿈을 해석하는 일반원칙을 가지고 토론해 봅시다.”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저도 박사님께 부탁드릴 것이 있어요. 제가 꾼 꿈을 박사님 시간 나실 때 꿈 해석을 해주십사 부탁드려요. 역시 후미진 자기 등의 문제점은 저에게도 작용할 테니까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뭐를 먼저 했으면 좋을까요? 김 연구원의 의향대로.”라고 묻는다.

김 연구원은 “꿈 해석의 일반원칙을 토론해 보고 이어 저의 꿈을 분석해주세요. 해석의 일반원칙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게 하지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박사님이 말씀하신 꿈 채집 여행은 언제쯤이면 확정하실 계획인지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김 연구원의 말마따나 나의 꿈이 인도하는 행복세상으로 가는 길을 가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요, 우선 급한 대로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 먼저이니 그것부터 서둘러야 하겠지요. 그러려면 아무래도 6개월 후나 가능할 것 같고.”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실은 저의 박사 논문을 꿈 분석에 두고 쓰려고요, 박사님의 꿈 채집 여행과 저의 박사 논문의 필드-서베이(field survey) 계획을 같이 연계시켜 보면 어떨까 생각했지요. 아직 계획을 확정하시려면 시일이 많이 있겠군요. 저도 꿈 채집 여행에 참여했으면 어떨까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그러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김 연구원도 설문지 구상과 설문 내용을 확정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앞으로 토론 시간에도 박사 논문 관련 주제도 얘기도 할 필요가 있군요.


다음 토론 시간부터는 꿈 해석 일반원칙과 김 연구원의 꿈풀이를 기본 토의주제로 설정하고 논문 관련 토의 사항은 기본 토의주제와 상관없이 필요한 시기에 하는 것으로 정하지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 “네, 그렇게 해주시면 저로서는 고맙지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시계를 보더니만 고객 맞이할 시간이라 토론을 끝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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