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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나 처음이야. 그거 처음 해 봤어. 정말 좋아!

5살 은수. 매일 처음을 경험하는 아이

by 동그래

"엄마 나 이거 처음이야. 나 참 잘 하지?

오늘 나 그거 처음 해봤어. 정말 좋았어! 정말 재미있었어! 또 하자!"


이제 48개월 된 은수는 이 말을 참 자주 한다.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은 날도 정말 맛있어! 하고, 처음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된 날도 처음 타봤는데 정말 신났어! 또 하자! 라며 엉덩이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기특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이제 새로운 맛도 없고, 새로운 일도 없이 그저 하루를 평안하게 보내면 감사!라고 말하는 내게 아이들의 처음 이야기는 신선하면서 즐거운 에너지를 받게 된다.



정말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일이 늘 찾아온다. 비슷한 일이라고 해도 늘 처음처럼 여기며 새롭게 시작하고 기뻐한다. 나는 몇 번이나 해본 일이라 아이들의 처음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길 때가 많지만, 정말 아이들에게는 처음인 순간이다. 그 사실을 기억하고 아이의 처음을 충분히 누리도록 서두르지 말아야겠다. 그 처음을 알아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참 중요한 어른의 태도일거다. 사실 다둥이 맘인 나는 그게 참 어렵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반복되는 일이 많다보니, 나에게 익숙한 일이라서 당연한 일로 여겨 쉽게 넘어가거나 앞선 아이들이랑 비교해서 아이의 느림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다! 각각 다른 아이에게는 지금이 처음이니까. 당연한 건 없는 거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 아이의 처음을 듬뿍 기뻐해주고 응원해줘야겠다. 우리의 하루는 매일 비슷하지만 또 매일 처음있는 날인 거니까, 오늘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감격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키르케고르의 •마음의 철학자•에 나오는 문장 중 '사랑하기를 배우는 것은 모든 개인에게 새로운 과업이다.'라는 말처럼, 이 아이의 처음 사랑, 처음 우정, 처음 감동은 그 아이가 온전히 누리는 새로운 과업일 것이다. 내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가르칠 일도 아니다. 그러니 아이가 '처음'이라 말하는 모든 것들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너의 처음' '너의 하루'가 너의 것으로 차곡차곡 쌓여 온전히 네 삶을 이루길. 그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으니까. (그러려면 깨어있자!)




스크린샷 2023-06-02 232708.png 마음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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