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러브 HueLove Oct 02. 2024

느끼자! 계절의 변화

여유를 가져봐. 그럼 느낄 수 있어.


올해도 어김없이 계절의 변화가 찾아왔다.

'가을~가을~' 하며 내 주위를 맴돌며 소곤거린다.


"오늘 가면 밤 주워서 화로에 구워 먹자"

"대추도 익었을 텐데 수확해서 할아버지도 드리고"


무더위에 한동안 지쳐있었던 나는 가을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할 일을 되새겼다.

토요일 아침 세컨하우스로 떠나며 차창 밖으로 가을의 변화가 보인다. ‘구름 안녕 맑은 하늘’, ‘생에 첫 땅을 밟는 낙엽’, ‘기분 업 시원한 바람’, ‘노랑으로 취한 벼’. ‘잘난 채 머리를 치켜든 코스모스’, 도시에서는 쉽게 느끼지 못하는 이 계절의 변화를, 세컨하우스에서는 이렇게 또렷하게 마주하게 된다.


불과 4-5년 전만에도 나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어렸을 적 뚜렷했던 4계절은 없어진 지 오랬됬으나 그래도 아직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매해마다 내 주위를 무수히 지나갔을 텐데 말이다. 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나는 그래도 남들보다는 감성이 조금은 살아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런 감성 따윈 없어진 지 오래되었고 더우면 여름이었고 추워짐에 겨울이었다. 몇 번 출퇴근을 반복하다 보면 가을은 건너뛰고 한해 끝인 겨울이 곁에 다가와 있었고 어느새 나는 코트를 입고 겨울 한가운데서 서있었다. 봐야 할 것만 보고, 들어야 할 것만 듣고, 앞만 보면 달리다 보니 이렇게 나의 감성은 바닥나 버린 듯했다. 주위를 보고 느낄 수 있는 나의 감성은 계정휴먼 상태이다.


아이 방에 들어갔다가 문뜩 창밖의 모습을 보았다. 아무런 색감도 없는 회색빛 아파트와 고층빌딩, 그나마 기대했던 가을하늘도 회색빛에 가려 자신만의 푸르는 색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꽃이 피는 봄이나, 눈이 오는 겨울에도 언제나 같은 틀 안에서 같은 색을 내고 있는 출력된 액자와 같은 모습이다.

이방에서 우리 아이는 자연이 주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아침을 맞이하며 저녁엔 하루를 정리하며 건조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에 반응하지 않는 도시의 가을. 아이방에서 바라본 풍경.
자연의 숨소리마저 반응하는 풍경. 세컨하우스에서 바라본 풍경.



매주 주말에 세컨하우스의 생활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채워준다. 매일 바뀌는 자연에서 많은 것을 얻어가기에 항상 즐겁다. 몇 가지 생각해 본다.


자연과 교감하기(계절의 변화 가을 속에서)
세컨하우스에 들어서면 가을의 짙은 색채가 내 주변을 감싸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푸른 하늘 아래로 바람이 불면 낙엽이 자갈위를 구르는 소리가 들리고, 머리카락과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속엔 특유의 선선함이 묻어난다. 그저 마당에 설치한 해먹에 누워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치유가 될 수 있다. 이곳에서 나는 자연을 통해 진정한 평온을 느끼고, 마음을 비우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이곳 세컨하우스에서의 가을은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며, 자연이 주는 시간 속에서 나 또한 천천히 호흡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해먹에서 온몸으로 바람 느끼기.
아이들의 동네 한바퀴 가을산책.
소박한 기쁨 찾기(소소한 순간들)
가을의 이곳은 소박한 기쁨이 가득한 공간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을 때 느껴지는 서늘한 바람, 따뜻한 커피한잔 들고 마당에 나와 하늘멍, 산멍의 기쁨들이 나를 반겨준다. 때로는 이 소소한 순간들이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도시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마당 의자 위에 앉아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이곳에서 깨닫게 된다. 또 가을의 소박한 기쁨 중 하나는 나의 땀과 자연이 만들어낸 결실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함과 평온함이 느껴진다. 그런 순간, 이곳에서 맞이하는 계절의 변화는 더없이 특별해진다. 이곳에서 내가 얻어가는 것은 그리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자연과 교감하고, 그 속에서 소박한 기쁨을 찾아내면서 진정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작은 순간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를 다시 돌아보는 힘을 주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돌보게 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뒷산의 밤은 이때만 누릴 수 있는 가을 사치.
이야기 마저 익어가는 가을밤.


다채로운 계절의 변화처럼 내 주변에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인식하고 느끼기 위해서는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이러한 자연의 변화를 제대로 보려면, 항상 자연을 존중하고 그것을 닮아가며 마음에 소중히 품을 수 있는 인식과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매번 느낀다.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도 비슷한것 같다. 아내나 아이와의 대화 속에서도 그들의 진짜 마음을 이해하려면 내 마음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그들의 진짜 모습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배우는 이 여유가 결국 우리 관계를 깊게 만들어 주는 시작이 아닐까?

이런 변화들이 단순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닌, 나의 내면이 지속적으로 준비되어 있을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것을 느낀다. 자연을 느낄 여유가 있어야만 그 진정한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도 그런 마음가짐이 있어야 깊은 이해와 사랑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여유로운 마음이 없으면, 어떤 것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자연은 급하지 않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간다. 나무는 가을이 오면 잎을 떨구고, 벼은 익어가며 추수를 기다린다. 그런 자연 속에서 나도 마음을 느긋하게 하고, 일상에서 느끼는 긴장과 바쁨에서 잠시 벗어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이 여유가 있어야만 진정으로 주변을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바쁘게만 사는 동안에는 내가 아내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자칫 무심해질 때가 있었지만, 이곳에서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이해란 상대방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 알프레드 아들러-



우리가 자연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듯이,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 자연을 감상할 때 느끼는 평온함은 우리에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도 연결된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행동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과 맥락을 볼 수 있어야만 진정한 관계가 형성된다. 아내와 아이,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그러한 준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서로의 존재가 그저 일상 속의 한 부분으로만 느껴질 수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가을밤.


결국, 자연과 계절의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자연이 변화를 겪듯이, 우리도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하지만 그 변화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의 여유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자연을 통해서든, 세컨하우스에서의 경험이든, 우리 내면이 준비되어 있어야 비로소 사람과의 관계도 깊어지고 사랑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아내와 아이,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서로를 아끼고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만큼이나 우리의 내면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전 05화 어른이 어린이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