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알려준 레시피
"짜라짜라짜 짜~파게티~"
주말에 앞치마를 두르고 짜파게티를 끓이는 아빠
두 손을 들며 이렇게 외친다.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일요일=짜파게티” 공식은 이때 만들어졌다.
주 6일 근무 후(토요일은 오전근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요일에 짜장면(?)을 만들어 주는 광고 속 아빠의 모습은 그때 당시 너무나 기억이 남는다. 맛 또한 어느 중국집 자장면에 비교할 수 있었을까.
주말이면 나는 세컨하우스에서 서툴지만 밥상을 차린다. 특별한 레시피가 없어도 신기하게 맛있게 먹는다. 마치 자연이 내 손을 빌려 스스로 요리를 완성해 주는 듯한 기분이다. 싱싱한 채소를 손질하며 흙내음을 맡고, 따뜻한 햇살 아래 즐겁게 요리하는 시간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자연 속에서 뚝딱 만들어낸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가 되는 건 마법 같은 일이다.
이렇게 자연에서 제공하는 것들을 활용하여 요리하는 동안, 나는 가족과 지인에게 밥 한 끼 줄 수 있는 어엿한 요리사가 된듯하다. 이럴때 뿌듯함을 느끼고 주말을 더욱더 알차게 보낸다. 자연과 하나 되어 요리하는 시간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지친 나를 보듬어주고 소중한 기쁨을 더해주는 특별한 순간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나만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오늘은 내가 셰프! "
닭갈비
우리 집 텃밭에서 직접 기른 가지, 파, 고추, 파의 향긋함이 가득한 특별한 닭갈비를 마당에서 즐겨본다.
따뜻한 햇살아래 달구어진 그리들 안에서 지글지글 맛있게 익어가는 닭갈비의 향기, 그리고 신선한 텃밭 채소들이 어우러진다.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조화는 오늘도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준다.
-닭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양념에 버무려 30분 이상 재워둔다.
-그리들에 기름을 두른 후 닭고기를 노릇하게 구워준다.
-텃밭에 가서 가지, 파, 고추, 파 등 먹을 수 있는 건 다 따서 잘라 넣는다.
-맥주, 와인, 막걸리 등 취향껏 골라 같이 먹는다.
-햇반을 뜯어서 남은 양념에 볶는다. 참기름을 두 바퀴 돌린다.
-밥이 그리들에 눌어붙을 때까지 기다리다 이때다 싶으면 긁어먹는다.
-감칠맛을 내주는 새소리, 바람소리, 풀벌레의 소리는 특별 조미료이다.
"아침엔 바리스타! "
드립커피와 함께하는 모닝세트
"아침주문받습니다."
아침에 나는 카페 주인이자, 바리스타가 된다.
"커피 4잔, 구운 빵, 샐러드도 주세요"
주문과 동시에 마당에 캠핑용 의자와 테이블을 설치한다. 어제저녁 불멍 때의 꺼져가던 숯에 불을 붙인다. 커피 내릴 물을 버너에 올린후 샐러드 재료를 구하러 텃밭으로 간다. 화로안 숯의 열기로 바게트빵은 바삭하게 구워진다. 방금 따온 텃밭 토마토와 루꼴라를 넣고 발사믹 소스를 두르면 초간단 샐러드가 된다. 여기에 따뜻한 드립커피까지 더하면 완벽한 모닝세트 메뉴가 완성된다. 주말아침 커피 한잔의 여유는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스페셜 메뉴
봄이 시작할 때는 뒷산의 산수유나무가 노랗게 물들어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특별한 날은 만들어 진다. 날만 좋으면 바로 몸이 움직인다.
"햇살도 따뜻한게 날씨도 좋은데 맛난 것 좀 먹을까?"
"고기 좀 썰고 와인도 꺼내봐"
추운 겨울 내부활동만 하다가 이런 날이 오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인다. 옆집, 앞집 아빠들이 움직인다. 앞집에선 냉장고에서 시원한 화이트 와인을 꺼내본다. 옆집형은 준비해 온 생참치를 꺼내고 요리사 모드로 변신한다. 마당에 둘러앉아 생참치 한 조각에 와인 한잔 들이키면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게 된다. 좀 전의 옆집형은 멋진 참치 요리사로 변신한다. 와인 한두 잔 즐기다 보면 이번주도 봄맞이 대청소는 기약이 없다.
자연 속에서 요리하는 시간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여유를 찾는 소중한 시간이다. 정확한 레시피도 없고 요리전문가도 아니다. 서툴지만 정성껏 즐겁게 만든 음식을 누군가와 함께 먹으며 느끼는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요리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
현대 사회는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적인 삶을 강조하고 우리는 그것에 순응함에 지쳐간다. 자연 속에서 나만의 레시피로 요리하는 경험은 과정 자체를 즐기는 체험 중심의 삶을 가능하게 한다. 완벽한 결과물을 얻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기쁨과 만족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곳, 세컨하우스에서는 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 있다. 자연이 준 재료와 간단한 레시피만 있다면, 누구든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주말, 자연이 선물해 준 공간에서 나만의 요리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캠핑을 가도 되고 여유가 안되면 도시락을 싸고 자연으로 나가도 된다.
분명, 쉼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즐겁게 해주는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