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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러브 HueLove Oct 16. 2024

불멍: 자연이 주는 마음 비타민

모닥불의 온기로 마음을 치유하다



너는 나의 사랑 너는 나의 요정.
온 세상 눈부신 향기를 뿌리고.
너는 나의 노래 너는 나의 햇살 넌 나의 비타민.
날 깨어나게 해

- 박학기 [비타민]


 삶의 활력을 넣어주는 비타민을 말할 때 빼놓기 어려운 노래가 있다. 박학기의 '비타민'. 이 곡은 아침에 들으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고, 힘들 때 들으면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다.


 레0나, 센0럴, 고려00 비타민 등 누구나 알만한 비타민 제품들. 지금 이 시간에도 식탁 구석이나, 책상 한편에 가지런히 놓여있지는 않은가. 몸의 건강을 위해 우리가 자주 챙겨 먹는 것들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하던데, 그럼 마음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을 챙겨 먹어야 하는가? 나에게 필요한 마음 비타민은 무엇일까? 식탁 위에, 책상구석에 있는 것처럼 마음 비타민도 내 주변에서 찾아본다.

연인의 유쾌한 이모티콘, 아이의 개다리춤, 냥냥이의 꼬순내, 가을비의 촉촉함.....






주말, 세컨하우스에서 마음 비타민을 찾는다.

엊그제 주문한 장작더미가 1톤 트럭에 실려 마당 한구석에 뿌려진다. 마당에 쌓여진 장작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오늘 밤 기온 떨어질 텐데 장작 좀 많이 패야겠네"

"그래? 내가 왕년에 장작 좀 패 봤지. 기다려 내가 많이 패다줄께"


아빠의 자존심을 걸고 자신만만하게 장작더미로 간다.

판판한 나무를 받침대 삼아 바닥에 깔고, 통나무 조각 하나 올린다. 머리 위까지 올라간 도끼는 통나무 조각 정중앙을 내려친다. "쫙~  퍽!" 정확히 두 동강 나는 나무조각을 볼 때면 주중의 스트레스도 같이 두 동강이 나는 느낌이다. 오늘은 새나무 태우는 냄새 맡으며 불멍을 할 수 있기에 기분이 더 좋아진다.


장작 도착하는 날은 나도 부자.
장작패기는 또 다른 힐링 포인트




 최근 몇 년간 ‘멍 때리기’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물멍, 산멍, 불멍… 이 중에서 나의 최고 힐링 방법은 단연 불멍이다. 불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그 시간은 마치 마음에 비타민을 공급하는 시간과도 같다.

내 최고의 마음 비타민, 불멍은 어떻게 다가왔고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불멍
'장작불을 멍하니 본다', '불을 보며 멍 때린다' 등의 줄임말.
캠핑장이나 벽난로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멍 때리는 걸 의미한다. <나무위키>
장작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네이버 어학사전>


 ‘불멍’은 단순히 모닥불을 바라보는 행위가 아니다. 불이 가진 신비롭고도 따스한 매력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본질적인 감각으로 돌아가게 된다. 불은 태초부터 인류에게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인간은 불을 통해 따뜻함과 안전을 느끼며 생존해 왔다. 불멍은 이러한 불의 본질을 되새기며 마음의 평온과 안정감을 찾는 과정이다.

 불의 지속적인 타오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의 뇌는 자연스레 긴장을 풀고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이는 다양한 연구에서도 입증된 바 있는데, 불의 규칙적인 움직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 빛, 열감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선사한다. 불멍을 즐기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감이나 스트레스가 서서히 녹아내린다.


모닥불은 처음 보는 초&중딩들도 하나 되게 한다

 

불멍이라는 단어자체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조어지만,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모닥불에 둘러앉아 편안함을 느끼는 행위를 했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같은 감성의 다른 언어로 불멍을 즐기고 있다.

 휘게(Hygge)처럼 특정 문화에서 중요한 라이프스타일 요소로 자리 잡은 사례 중에서, 불멍과 유사한 외국 사례를 찾는다면 여러 국가의 전통적 또는 현대적 불 문화를 들 수 있다. 특히 자연과 함께하는 느긋한 삶의 방식과 관련된 문화를 보면 불멍과 비슷한 개념들이 나타난다.

1. 덴마크의 휘게(Hygge)
덴마크의 휘게는 단순한 편안함을 넘어서,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박하고 평온한 시간을 의미한다. 휘게 라이프스타일에서 촛불과 벽난로는 중요한 요소인데, 이는 불멍과 매우 유사한 정서이다. 촛불이나 벽난로의 따뜻한 불빛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휘게의 핵심적인 모습이다. 불빛 자체가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삶에서 작고 소중한 순간을 중요시하는 휘게와 불멍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
2. 핀란드의 사우나와 캠프파이어
핀란드에서 사우나는 단순히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휴식과 치유를 위한 중요한 문화이다. 많은 핀란드 사람들이 사우나 후에 모닥불을 피우고, 캠프파이어 주변에 모여 앉아 조용히 불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이 행위는 신체적으로도 긴장을 풀고, 정신적으로도 재충전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핀란드의 자연 속에서 불을 바라보는 캠프파이어 문화는 불멍과 매우 흡사하다.
3. 미국의 캠핑과 모닥불
미국에서는 캠핑이 대중적인 여가활동이며, 그중에서도 캠프파이어는 캠핑의 하이라이트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이 캠프파이어를 둘러앉아 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거나, 그저 불을 쳐다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는 불멍과 마찬가지로 불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는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국의 캠핑 문화는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중시하는 점에서 불멍과 통한다.
4. 일본의 가정식 화로(火鉢)
일본의 전통 가정식 화로(火鉢, 히바치)는 주로 난방용으로 사용되었지만, 사람들이 그 주변에 모여 불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마음을 안정시키고,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있다. 현대에도 일본 가정이나 여관에서 불을 둘러싼 식사나 대화를 통해 불멍과 비슷한 휴식의 시간을 갖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불이 주는 따뜻한 정서와 함께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면에서 불멍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5. 스웨덴의 ‘프리루프슬리브(Friluftsliv)’
스웨덴의 프리루프슬리브는 자연 속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 생활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휘게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더 자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을 피워 그 주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이 생활 방식의 중요한 부분이다. 모닥불을 바라보며 자연 속에서 혼자 혹은 소수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와 재충전에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이 외에도 세계 각국의 자연과 불이 결합된 여가와 힐링 문화들은 불멍과 비슷한 효과를 주는 활동들로 자리 잡고 있다.




해가 질때 쯤이면 쪼개진 장작이 가득쌓이고, 흩어져 있던 구성원들이 하나씩 몰려온다.

 

“이제 해지면 불만 붙이면 되겠네, 고기 바로 구울까? “

“아빠, 나 마시멜로 구워 먹을래 “


오늘도 불멍의 추억은 이렇게 시작된다.

마당에 수북이 쌓인 통나무 더미와 도끼로 하나씩 쪼개져 속살을 내민 장작더미가 있다. 오늘 밤 원없이 멍때릴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타닥, 타다    닥~
타.다. 다.   다.    다.        닥~~


이번주 주말도 역시나 내 앞에는 시뻘건 아우라를 내뿜으며 멋진 리듬감으로 시 한 편 읊어주는 모닥불이 놓여있다. 청각과 시각, 따뜻한 촉각까지, 주중 내내 죽어있던 나의 오감 일부를 깨워준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10월의 가을밤은 최고의 불멍조건이다. 이렇게 소리 내며 타고 있는 모닥불을 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가라앉고 복잡한 마음속이 풀어지는 기분이다. 도시에서의 바쁜 일상 속에서 항상 밀려드는 책임감과 압박을 잠시 내려놓고, 이 순간만큼은 나 자신과 자연이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나는 나만의 쉼과 치유의 시간을 찾는다. 이 소중한 시간을 통해 나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을 회복한다. 불은 나에게 주말을 채워주는 자연 감성의 비타민과도 같다.



이러하듯 불멍은 다른 어떤 비타민보다 효과가 좋다.

몸을 챙기는 것도 좋지만 그에 견주어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물지 못한 마음의 상처는 치료하기가 더 어렵다. 마음의 건강함이 더 중요하다. 자연의 정화작용처럼 우리의 마음도 자연속에서 스스로 치유되길 바란다.



오늘도 불멍타임!
상처 입은 내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고 있다.



모닥불 온기는
발끝을 따라 내 몸을 감싸고,
장작 타는 리듬은
어깨를 타고 가슴 깊숙이 흘러 들어간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아, 오늘도 오길 잘했다. 좋다........'
오늘, 아니 한주도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



나는 마음 치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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